즉흥성과 무계획과 우연의 효과를 원한다면 병렬 형식의 문장을 이용해야 한다. 전체를 일관성과 논리성과 통제력 하에 두는 종속 구조와는 달리, 병렬 구조는 문장의 구성 요소들을 동등하게 배열하며, 이로 인해 독자에게 자유로움과 느슨함, 즉흥성, 방향성의 상실을 경험하게 한다.
보통 문장은 끝까지 봐야 원래 의도한 의미를 알 수 있고, 문장을 구성한 요소들도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의미와 무게를 획득하게 된다. 그러나 거트루드 스타인이 원하는 바는 매 순간 현존하는 의미들이 동일한 무게를 지니는 것, 차이는 문장에 쓰인 단어 정도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병렬 구조의 문장 내지는 글에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병렬 구조로 이루어진 글은 그 내용들의 우연성과 즉흥성, 느슨한 연결로 인해 독자에게 자유로움의 경험을 선사한다. 그 결과, 결론에 해당하는 중요한 문장 하나가 있는 글이 아니라 모든 문장들이 동일하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글이 된다.
독자에게 이러한 자유로움이나 순간순간의 빛나는 순간들을 선사하고 싶다면 병렬 구조의 형식이 더 좋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그나저나 오늘의 책 내용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할애되어 더 이상의 글을 적기 힘들 것 같다. 집에 거의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면 글쓰기는 멈추고 안락한 의자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편안한 마음으로 창 밖을 바라볼 수 있다. 글쓰기를 멈추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병렬 구조의 모든 문장들이 각자의 모습으로 알록달록 빛나듯이, 우리 삶 안의 모든 모습들도 각자가 다 귀한 것이다. 종속 구조의 문장은 명확한 논리 관계라는 목표를 위해 대상을 잘라내고 깎아내고 변형시켜서 자신이 원하는 곳에 가져다 놓지만, 병렬 구조의 문장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다. 특별하고 위대한 목표에 바쳐진 것들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며, 깊은 산속 절경을 보러 가는 길 옆에 피어있는 조그마한 분홍빛 들꽃의 향기를 한 번 맡아보라고 속삭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