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랑거리는 풀잎
문장의 일 (스탠리 피셔) 9장
마지막 문장은 앞선 내용이 일으킨 흥미를 모두 물려받는다. 마지막 문장은 시동을 꺼야 한다.
첫 문장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문장도 형식과 내용에 제한이 없다. 그래서 저자는 다양한 마지막 문장들을 보여주며 이에 대해 설명한다.
마지막 문장은 힘차게 달리는 말(첫 문장)과 마차(본문)가 일으킨 바람에 팔랑거리다 마침내 땅에 내려앉는 풀잎 같은 것이 아닐까? 마지막 문장이 공중에 떠 제 몸을 팡그르르 돌릴 때 우리는 경탄과 즐거움으로 이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땅에 떨어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는 아쉬움과 여운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그 풀잎 하나가 어느새 우리 가슴 속에 들어와 있음을 느낀다.
마지막 문장은 새롭게 열렸던 세계를 마무리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풍요로운 안식에 들게 한다. 마지막 문장을 읽은 독자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탐험을 마치고 온갖 의미와 흥분, 사색과 비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이 가득 담겨있는 선물꾸러미를 꼭 껴안은 채 축복이 가득한 단잠을 잘 수 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후 하루하루를 지내다 어느 날 가슴 속 풀잎이 조용히 자라나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있음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