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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빈 May 11. 2022

나 자신이 되어가는 문장

문장의 일 (스탠리 피셔) 10장

저자는 명료하고 탄탄한 문장을 쓰는 기량은 형식에 집중해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형식이란 행위자와 행위, 행위 대상을 연결하는 논리 형식을 말한다. 문장을 바로 쓸 수 있도록 구체적인 연습을 통해 논리 형식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 후 저자는 특정 효과를 내기 위해 고안한 형식상의 특성인 문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예로서 종속 형식과 병렬 형식, 풍자 형식을 다룬다.


마지막으로는 결국 글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내용임을 인정하면서, 그 일환으로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내용 구조에서 실행하는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의 공식은 이렇다. "문장을 만드는 일은 문장을 이해하는 일이고 이는 다시 문장을 감식하는 일이다." 그는 좋은 문장의 구조를 분석해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은 후 되돌아보니 문장은 논리적인 형식이라는 것, 좋은 문장을 찾아보고 그 구성을 분석해보고 흉내내 볼 것, 문장의 관점에서 글을 볼 것이라는 가르침이 가슴에 남았다. 


예전에는 '문장'의 관점에서 글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문장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문장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이 책의 마지막은 이런 내용으로 끝난다.


"... 문장이 이어질수록 스타인이 좋아하는 느낌이라는 것이 그가 그리는 문장에 속하며, 문장은 스스로 펼쳐진다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문장을 그리는 일이 완전하다는 느낌을 주는 이유는 완성을 실행하는 주체가 문장 자체이기 때문이다. 문장을 완성하는 것은 문장이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는 주의를 기울이는 것뿐이다. 충실하게 주의를 기울이면서 펼쳐지는 것들을 따라가다 보면 완성도 글쓴이의 몫, 완성되었다는 충만함까지도 그 일을 해낸 문장 대신 글쓴이의 몫으로 돌아온다. 문장이라는 제단 앞에서 자신을 지워버릴 때 얻게 되는 또 다른 보상은 문장을 만들지 않았을 때 가졌을 법한 자아보다 더 나은 자아까지 '덤으로' 갖게 된다는 것이다. 문장은 우리를 구원한다. 누가 그 이상을 바라겠는가?"


문장은 생각의 표현이고, 문장을 잘 쓰려는 노력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보다 명료하게 다듬을 수 있다. 문장을 쓰는 것은 생각이라는 석고 덩어리를 깎고 다듬어뚜렷한 명암을 가진 석고상을 만드는 작업과 같다.


저자는 우리가 문장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더 나은 자아를 갖게 된다고 말한다. 그런 것 같다. 이것은 중요하고도 놀라운 발견이다. 우리는 한 문장, 한 문장을 적어 내려 가면서 예전엔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내 모습의 새로운 새싹들이 돋아나는 것을 보게 되고, 이런저런 문장으로 햇볕과 물을 줄 때마다 그것이 조금씩 자라나고, 어느새 나 자신으로 변해있음을 경험하게 된다. 내가 읽는 문장, 내가 생각하는 문장, 내가 쓰는 문장이 나의 자아와 인격, 오늘과 내일의 삶을 만들어간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다. 오늘도, 내일도, 호기심과 사랑이 깃들인 손으로 문장 하나하나의 나뭇잎꽃잎들을 쓸어내려보자.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나는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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