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남편은 도박중독

by 원투펀치

이 글은 실제 제가 겪은, 100% 저의 현실이랍니다.

저와 같은 경험을 갖고 계신 분들, 현재 가족의 도박중독으로 인해 고통받으시는 분들을 위해

더 나아가 나 자신을 위해 기록으로 남기려고 합니다.





그날은 여느때와 같이 평온한 날이었다.

한 아이를 기르고 있는 30대 중반의 나.

워킹맘인 나는 매일 말버릇처럼 "힘들어~ 집에 가고 싶어~"를 중얼거리다가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아이를 하원시키러 가야 한다."는 명목하에 당당하게 짐을 챙겨들고 집으로 향했다. 유치원 버스에서 내린 아이를 픽업 후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집 쪽으로 걷다보니 현관문에 어떤 종이가 붙여 있는 게 보였다.

우체국이었다.


"우체국? 집에 올 게 없는데 뭐지?"


내용을 잘 읽어보니 "토스 내용증명등기"가 배송되었는데 집에 아무도 없어서 다시 돌아갔다는 내용.

그것을 보자마자 갑자기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오늘 낮 아파트 어플에서 방문자 이미지 알림이 떴길래 뭐지? 했었는데 바로 그 사람이 우체국 집배원이었구나.'

'근데 토스 내용증명 등기? 우린 이미 빚을 다 갚았었는데 이게 왜 왔지?'






몇 년 전 나의 남편은 주식으로 나 몰래 6천만원을 대출 받았다.

아파트 청약이 당첨되어 계약금을 내야 하는 시점에 돈을 내놓지 않길래 돈을 줘봐. 라고 했더니 돈이 없단다.

"직장생활을 몇 년을 했는데 왜 돈이 없어?" 하고 의아해하고

친정엄마가 "한 사람이 돈을 관리해야 한다."고 하셔서 계속된 설득 끝에 받은 공인인증서.


가계부를 정리한다고 본 그의 통장 내역에는 내가 모르는 2천만원이 들어갔다 나간 흔적이 있었다.

추궁을 하니 그제서야 남편이 입을 열었다.


"사실..."


남편은 나 몰래 총 6천만원의 대출빚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고 지금은 그의 절반인 3천만원만 남아있다고.

갑자기 눈이 빙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때 나는 육아휴직 중이었고 가뜩이나 돈이 필요한 시점인데 그렇게 기다려온 청약이 당첨되자마자 알게 된 남편의 3천만원 빚.


남편은 엄연히 '주식'이라고 하지만 내가 '도박'이라고 표현하는 까닭은

선물/옵션으로




남편은 가계에 보탬은 못될망정 손해를 끼치고

심지어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점이 나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또한 총 7번의 대출을 받는 동안 부인인 나는 까맣게 몰랐다니... 대한민국의 대출 제도에도 분노가 치밀었다.



어찌저찌 아파트 계약금은 냈지만...

내 분노는 사그러들 줄 몰랐고 배신감에 휩싸인 나는 점점 미쳐갔다.

핏덩이 아이를 두고 이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친정엄마에게만 말씀드렸더니 엄마가

"아이가 너무 어린데 섣불리 판단하지 마라. 아이를 어떻게 혼자 키우려고 그래? @서방도 실수한거야. 딱 한 번이니 이번은 봐주자."


솔직히 이혼을 입 밖에 꺼낸 건 나였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나 혼자 이 어린 아이를 키울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아빠 없이 자랄 아이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나는 시부모님에게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시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뭐? **이가? 알았다. 내가 통화해보마."

시어머니는 곧장 남편과 통화를 했다. '많이 혼났겠지?', '앞으로 감시해 주시겠지?' 이런 생각을 했는데 좀 시간이 지나고 내가 여전히 남편이 도박을 할 것 같아 불안하다고 하니 오히려


"이미 벌어진 일인데 어떡하냐!!" 며 화를 내던 시어머니. 나는 이때 마음의 문이 굳게 닫혔다.

그래도 시어머니랑 같이 살 것도 아니고 결국 아이를 생각해서 이혼생각은 접었다.



"나는 여전히 이혼하고 싶지만 우리 아이를 생각해서 안 하는 것 뿐이야. 우리 &&이한테 잘해. 대신 3천만원 빚은 내가 갚아줄 생각이 전혀 없어. 이건 네 스스로 일을 해서라도 갚아."


남편은 눈물의 각서를 쓰며 다시는 도박에 손을 대지 않겠노라고 했고

아이에게 잘 했으며

나에게도 자상했고 (남편은 줄곧 자상했다...)

1336에 전화해서 도박 관련 상담도 받았다.



이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렀고 도박빚 3천만원은 다 갚았으며

우리는 청약에 당첨되었던 새 집에 이사도 했고

그동안의 아픈 기억은 씻고 다시 출발하자는 마음으로 괌 여행도 계획해두었다.





근데 우리 앞에 날아온 토스 내용 증명등기...

다시 고통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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