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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raffe J Apr 17. 2024

[직장인 음대생]벌써 다음주가 중간고사

망한 리허설

3월 4일 첫 수업을 이후로 벌써 중간고사 시즌이 다가왔다. 일주일밖에 안 남았는데 어제 처음 한 리허설에서 망해도 대 망해버렸다.


교수님이 다음 주 중간고사를 위해 리허설을 해주셨는데,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교수님 앞에 나가서 에튀드(연습곡)를 연주하는 방식이었다. 아무리 수업을 같이 듣고 내가 바이올린 켜는 걸 이미 보았다 해도 합주식 수업이기 때문에 나만 연주했던 적은 없다. 그런데 다들 내 연주만을 집중해서 보는 거니 다른 악기 소리들 속에 숨을 수가 없는 것이다. 으악


앞으로 나가 악보대에 악보를 놓는데 악보대가 내 키보다 너무 작아서 1차 당황, 악보대를 좀 올리려는데 안 올려져서 2차 당황하고 그마저도 악보대 봉이 뻑뻑하게 안 올라가서 그냥 포기하고 구부정하게 연주시작.


이미 당황한 내 머릿속은 아우성이고 당황한 손에서는 땀이 줄줄 나기 시작했다. 미끄러져가는 활을 부여잡고 어찌어찌 시작은 했는데 음 삑사리가 나면서부터 검은 눈은 악보를 보고 있지만 흰자위로 내 앞의 청중들이 술렁이는 게 보였다. '이... 이게 맞는 건가?' 싶어 하는 듯한 분위기. 여기서부터 간신히 버티고 있던 내 뇌는 포기해 버렸는지 눈이 잘 안 보이는 기 현상이 일어났다. 결국 악보가 소용돌이처럼 빙글빙글 돌아가 보이면서, 내가 지금 어디를 켜고 있는지도 인식이 안되었다. 결국 중간에 활을 멈추어 버렸다. 적어도 천 번은 넘게 연습했을 곡인데도 긴장해 버리니 이렇게 어려울 수가. 혼자 연습했을 때의 10%도 안 되는 연주였다. 연주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


이렇게 본의 아닌 소음 공격 후, 제자리로 돌아가는데 입에서 "망했다"가 절로 나왔다. 입을 꾹 다물고 들어왔어야 하는데 시험을 본 학생의 매너가 아니었다. 다음번에는 망해도 끝까지 진지하게 임해야겠다. 근데 망하지 않을 순 없는 거니?


울상으로 자리게 앉아있으니 옆자리에 있던 착한 동생이 어려운 부분에 음이 정확했다고 칭찬을 해주는데, 그 척박한 연주에서 어떻게든 한 포인트 찾아내 위로해 주는 동생이 너무 고마웠다. 착한녀석


다른 학생들의 연주들이 끝나고 교수님의 피드백이 있었다. 내가 우선 활을 너무 손목으로 소극적으로 켜서 박자가 더 흔들린다는 것. 그렇다고 음정이 맞는다는 건 아니었는데 그나마 지금 빨리 고칠 수 있는 게 보잉(활을 켜는 것)이니 해보라 하셨다. 말씀하시는 데로 팔을 좀 더 힘차게 휘두르니 그나마 소리가 더 쫀쫀했다. 이 부분은 1:1 레슨 교수님도 지적하셨던 내용이라 신경 쓴다고 쓴 건데, 막상 긴장되고 그러니 옛날 버릇이 나온듯.


아 이제 일주일 남았다. 진짜 연습 열심히 해야지!

우선 출근부터 하자.



리허설때와 리허설직후 메모에 남겨놓은 처참한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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