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양도
5월 중순 사흘 동안 비양도가 지척인 곳에서 머물렀다. 왼편으로는 협재해변이 길지 않게 뻗어 있고, 오른편 바로 옆에는 아담한 협재포구가 있었다.
5월인데도 한낮에는 햇볕이 뜨거워 숙소 1층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옥빛 바다의 비양도를 바라봤고, 해거름에는 협재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해를 지켜봤다. 이튿날에도 어제 본 일몰을 보겠다며 때를 놓칠 새라 협재포구에 서둘러 자리를 잡았다. 어제와 같으면서도 같지 않은 풍광을 보았고, 그런 나도 어제와는 같지 않은 듯했다. 저녁놀에 물든 협재 바다는 잔잔한 물결로 붉은 색 바다와 검은 색 바다를 해변으로 밀어냈다. 언제 색을 바꿨는지 검게 변한 비양도는 밤바다보다 더 짙었다.
오늘은 어제와 달라 지루하지 않을지언정 지치고, 내일은 그래서 기대하면서 두렵다.
by X100T(+WCL-X100),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