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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 Jun 02. 2017

나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는 없다.

우리는 주위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도 괜찮다.

Thomas Gilovich


코넬 대학교(Cornell Univ.) 심리학과의 토마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는 2000년 한 가지 실험을 한다. 한 학생에게 대형 강의를 들으러 가기 전 배리 메닐로우(Barry Manilow)의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찍힌 티셔츠를 입고 가도록 시킨 것이다. 학생들은 난감해했다고 한다. 70, 80년대 유명세를 떨쳤던 가수의 얼굴이 대문짝 만하게 나온 티셔츠를 입고 가라고 시켰으니 말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전영록이나 조용필의 얼굴로 가득 찬 티셔츠를 입고 강의에 참석하라고 시킨 셈이다. 부끄러울 것 까지는 없지만 그 학생은 스스로의 행동이 '튀는 행동'이라고 인식했을 것이다. 길로비치 교수는 학생에게 물었다.


"과연 네가 그 티셔츠를 입고 강의실에 들어가면, 몇 퍼센트의 학생이 너의 티셔츠를 기억할 것 같니?"


학생은 대답했다.


"음... 잘 모르겠어요... 한 절반은 기억하지 않을까요? 워낙 티셔츠가 독특하니... 적어도 절반 정도는 제 티셔츠를 기억할 것 같아요."


학생이 입었던 배리 메닐로우 티셔츠 그림. 참 쌍팔년도 스럽다.


이것은 학생 한 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길로비치 교수는 여러 학생에게 이 실험을 하게끔 시켰다. 그리고 실험은 통계적으로 다음과 같은 결과를 보였다. 그 실험에 참가했던 대부분의 학생이 강의실 안에 있는 사람 중 절반이 자신의 티셔츠를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워낙 독특한 티셔츠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20%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그 티셔츠를 기억할 뿐이었다. 그것도 '응 맞아요... 기억나네요' 정도였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라는 사람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길로비치 교수는 이를 두고 '스포트라이트 효과(Spotlight Effect)'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 중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 대부분의 사람은 나에게 관심 조차 없다는 것이다. 외출하기 전 옷매무새 작은 것부터 해서 옷에 붙은 티끌까지도 신경 쓰이지만, 사실 그것에 대해서는 그 어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저지른 실수가 다른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쉽게 잊히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쉽게 자신을 무대 위에 올라와 조명을 받는 배우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아주 극소수의 사람 만이 나에게 신경 쓸 뿐이다. 어찌 보면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는 인간의 당연한 특성 같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지나치게 남의눈을 의식하며 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어쩌면... 내가 한 작은 행동이 상대방에게 상처는 되지 않을까? 혹 내가 한 말이 앙금이 되어 상대방이 나를 미워하게 하지는 않을까? 또는 나의 '평범치 못한'행동이 주의 사람의 이목을 끌지는 않을까 조심하며 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교적 더 남의눈을 의식한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앞서 이야기한 스포트라이트 효과처럼 '이목을 끄는' 것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것을 넘어 남에게 미움받는 사람이 되지는 않을까 고민하는 사람도 많다. 즉, 남의 평가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스포트라이트 효과만큼이나 나를 둘러싼 여론에 대해서 지나치게 민감한 경향이 있다. 내가 어떤 일을 잘하면 긍정적 분위기가 나를 감싸는 듯하고, 반대로 무엇인가 실수를 할 때 사람들은 나를 비난하는 여론을 만드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역시 길로비치 교수의 연구 결과와 비슷할 것이다. 나를 둘러싼 사람이 열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나에 대한 태도에 따라 그들을 분류한면 이럴 것이다. 나에게 호의적인 사람은 한 두 명 정도, 반대로 나를 미워하는 사람은 한 명 정도가 될 것이다. 나머지 일곱 명 정도의 사람은 나에게 긍정도 부정도 느끼지 않는 무관심 층에 가까울 것이다. 말하자면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거나, 나와 갈등을 빚는 사람을 제외한 내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은 사실 나에게 별다른 감정을 갖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내 주위 모든 사람의 이목을 신경 쓰면서 산다.


이렇게 사람들의 이목을 신경 쓰면서 사니 피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수의 직장인들이 자신의 결심과 결정의 결과로 업무를 시작하기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기대와 명령에 의해 업무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상명하달 문화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긴 하지만 업무의 방향과 진행에 있어서 다른 사람의 '기대'가 필요 이상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남의 기대를 저버리고 업무를 태만히 하라는 것은 아니다. 회사 생활이 되었건 다른 일이 되었건 간에 나를 둘러싼 주위 사람들의 기대보다는 나 스스로의 목소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기대는 기대일 뿐이다. 기대란 내가 상대의 마음을 내가 미루어 추측하는 것이지 실제 상대의 마음이 어떠한지는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의 '마음의 확률'에 따라 나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가. 업무의 결과도 마찬가지다 주위 사람들은 내가 완결한 업무의 세세한 디테일까지 들여다볼 것 같지만 사실 사실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업무의 결과보다는 업무를 수행한 사람의 직급, 스타일, 성격 등 '이미지'에 해당하는 부분들이다.



'쿨하게 살아! 주위 신경 쓰지 마!'

이런 이야기가 아니다. 또, 자기 멋대로 사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주위로부터 비치는 가상의 '스포트라이트' 때문에 지나치게 예민한 것은 아닌가 돌이켜 보자. 사람들은 -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면 - 나에게 '정말로' 관심이 없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타자일 뿐이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예민하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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