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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식 Feb 17. 2022

알게된 내가 이제 당신을 보호합니다

알게된 내가 이제 이제 당신을 보호합니다



   한 달하고도 보름. 밥을 미리 덜어둔 공기에서 몇 숟갈 가져가시면서 장인어른은 말씀하셨다. 입원한 기간이었다. 이제 입맛이 좀 도시나 봐요, 라며 딴에는 선선하게 말을 건넸는데 장인어른은 답하셨다. 한 달하고도 보름 만에 집에서 먹는 거잖아. 장인어른은 병원밥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아 간호사에게 김밥 한 줄을 부탁한 날도 많았다고. 그 시간과 허기를 나는 짐작할 수 없었다. 짐작되지 않았다.


   퇴원수속을 모두 마치고 승용차 뒷좌석에 장인어른을 모시고 처갓집으로 가는 길에서 나는 한두 차례 조심성 없이 과속방지턱을 넘었는데, 문득 장인어른이 허리에 손을 얹고 계시다는 걸 나는 후사경으로 흘긋 보고서야 알았다. ‘허리 아프신 분에게 내가…’ 이런 식으로 나는 오늘 대체적으로 장인어른께 섬세해지는데 실패했다. 이 실패가 오답노트처럼 지금까지 마음에 남는다.


   ‘나의 무지로부터 타인을 보호하기’. 어느 글에서 본 저 문장을 나는 마음에 옮겨 적고는 그대로 살고 싶다며 아래에 각주를 달아놓았다. 그럴 줄은 몰랐다, 악의가 없었다는 라는 말이 대개는 그러니 책임지지 않겠다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새삼 그때 알았는데, 알아놓고서도 나는 오늘 장인어른을 아는 데 무지한 것이다. 내 무지로부터 장인어른을 보호하지 못한 것이다.


  무지의 흔적을 글로 남기면서 내가 무엇을 알지 못했는지, 무엇에 더 섬세해지지 못했는지를 생각해보려 했다. 이 작은 앎으로 당신을 더 섬세히 보호하겠다 다짐하며. (2022.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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