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에 없는 자본으로 일구어낸 츠타야 서점
고객중심 이라는 단어는 흔히 들어볼 수 있지만 고객입장에서 느낀 경험은 별로 없다. 고객가치가 회의실에서 나오거나 진정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세계 최초' 상품이나 서비스를 예로 들자면, 이는 고객에게 오히려 불편함을 안겨준다. 주변에 사용하는 친구가 없어 직접 찾아봐야하기 때문이다. 힘 있는 기획을 위해서는 고객 입장에서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을 방문하면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하는 고객이 많다. 그 이유는 건물 때문이 아니다. 건물과 건물의 거리, 건물에 비쳐드는 햇살과 그늘의 조화 때문이다. 사람에게 풍경을 느끼게 하는 것은 빛과 눈의 위치이기 때문이다. 츠타야를 설계한 다이섬 아키텍처는 이러한 균형을 만들어내는 것을 '휴먼 스케일'이라고 표현한다. 휴먼 스케일은 인간의 체격을 기준으로 한 척도이며 인간의 자세, 동작, 감각에 입각한 단위이다.
시대흐름을 잘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모든 기업 구성원이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디자인'의 의미는 변하고 있다. 제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저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부가적인 옵션도 아니다. 디자인 그 자체가 본질적이어야 한다.
소비사회는 가속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 감각을 길러야만 효과적인 기획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는 수많은 온오프라인 판매 플랫폼이 존재한다. 플랫폼 제공만으로는 고객의 가치를 높일 수 없는 시대이다. 앞으로는 '제안 능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제안은 곧 디자인을 의미한다. 머릿속에 존재하는 아이디어에 형태를 부여하여 고객 앞에 제안하는 작업이 디자인이 된다.
츠타야의 상품은 책, 잡지, DVD, CD과 같은 물건이 아니다. 츠타야의 상품은 '라이프스타일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라이프스타일 제안이라는 이념을 츠타야라는 스토어의 형태로 표현해내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또 한 가지 유념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디자인에는 지적 활동이 수반된다는 점이다. 멋진 기획을 하려는 기업은 재무자본뿐만 아니라 지적자본도 필요하다.
미래의 비즈니스에서는 디자이너만이 살아남을 수 있지만, 경영자나 직장인이 미술대학에 들어가 디자인을 공부해야한다는 말이 아니다. 디자인을 음미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말이다. 저자가 말하는 디자인은 라이프스타일 제안과 같은 비유적인 의미와 실질적인 디자인 감각 모두를 일컫는다.
개인적으로 멋있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인용하자면,
디자인을 음미하고 곱씹어 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쏟아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필자는 자동차 디자인에 관해서는 제법 전문가 수준이라고 자부하고 있고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에 있어서도 그 흐름이나 경향을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런 수준에 오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고 투자도 해 왔다.
단, 그것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취미'로 비치는 듯하다. 나를 '자동차'나 '예술'에 빠진 아저씨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이것은 취미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 있는 활동이 아니며 이른바 절박감을 느끼고 최선을 다해 매달리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책 판매가 아니라 책 속 제안을 판매해야 한다. 유럽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츠타야 외의 서점에 방문한다면, 여행책 코너, 잡지 코너,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코너 각각 둘러봐야 한다. 그러나 츠타야에서는 한 코너에서 유럽여행 가이드북, 잡지, 소설 등 모두를 둘러볼 수 있다. 츠타야는 유통 장소가 아닌 구입 장소가 된다.
구입장소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지적자본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기존 방식으로는 해당 장르의 책을 저자 이름 순으로 책장에 꽂기만 하면 되었다. 반면 주제 별로 제안하는 판매 방식은 직원의 배경지식 및 수고가 보태어져야 한다. 고객의 관심과 욕구에 기반하여 각 구역의 테마를 결정하고, 새로 출간된 서적을 읽고 해당 테마에 적합한 지 판단해야 한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에는 각 장르에 정통하며 상품 매입부터 매장 구성까지 결정하는 컨시어지 직원이 존재한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모든 상점의 포인트카드를 한 장으로 합치려고 했다. 사람들은 "그런 꿈같은 일을"이라며 비웃었다. 그러나 그는 사실 꿈만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꿈꾸지 않는다면 실현될 꿈조차 없기 때문이다. 결국 포인트카드 통합은 성공했고 비즈니스 성공에 핵심 기반이 되었다. 상품 카테고리를 초월한 포인트카드 통합은 고객에게 정확한 제안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예를 들어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특정 장소에서 아침식사를 즐기는 경향이 있음을 파악하게 해준다. 정확한 제안 뿐만 아니라 추론을 기반으로 한 제안도 가능해진다. 데이터 그 자체는 큰 의미를 내포하지 않는다. 어떻게 통합하고 어디에 활용할지 고민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엘레베이터에서 인사한 직원을 못 알아본 마스다 무네아키는 분사를 결심한다. 회사가 거대해지면 계층과 역할이 생기게 된다. 이는 지적자본을 대표하는 직원과 현장에 있는 고객 사이에 괴리감이 생기게 만든다. 즉, 지적자본을 활용하지 못 하게 되는 것이다. 그가 바라는 이상적인 조직의 모습은 한 사람 한 사람이 힘을 모아 기능을 높여가는 병렬형 조직이다. 상사-부하의 수직적 관계가 아니다. 모두가 동일한 위치에 서서 항상 고객을 보며 자유롭게 기획을 해나가야 한다.
효율성을 유일한 잣대로 삼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효율과 행복은 다르지만, 무네아키는 고객의 행복을 더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다이칸야마 T-site를 기획했다. 고객에게 정말로 기분좋은,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건물을 지을 때 부지 안에 있는 느티나무를 절대 베어 내지 못하게 했다. 기계식 주차장은 부지를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평면 주차장을 고집했다. 주차장에 주차한 다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을 때 상쾌한 느낌을 고객에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
우키요에는 도자기 포장지로 사용되었고, 그 우연한 계기로 유럽에 우키요에 붐을 일으키게 되었다. 그가 줄곧 강조한 '편안함'을 기반으로 한 기획도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 완성이 가져다 준 부산물이라고 말한다. 부산물은 그가 무엇인가를 만들어냈기에 얻을 수 있었다. 부산물을 얻는 건 어쩌면 행운이 따라야하는 일이지만, 산물이 없으면 부산물은 당연히 없으므로 본인만의 산물, '1'을 만들어내라고 한다. 얼마 전 읽은 책 <제로 투 원>의 'one'과 완벽하게 들어맞는 1은 아니지만, 나만의 1의 만들어내는 일에 더욱 에너지를 쏟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