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이라면 응당 어느 정도는 그 나라의 언어를 구사하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또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가는 경우도 많겠지.
경상도 출신 서울 유학생의 서울말씨는 어떻냐고? 끔찍한 혼종이다.
경상도에서는 서울말을 쓴다고, 서울에서는 사투리를 쓴다고 한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어느 정도는 서울말을 구사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같은 한글을 쓰는데 왜 이렇게 오버하냐 할 수 있겠지만, 정말 서울말과 사투리는 다른 언어다.
내가 나를 서울 유학생이라 지칭하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 유학생이 유학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언어‘일 것이다.
다른 언어와 문화에서 오는 소외감. 두려움. 소극적 태도.
사투리를 씀에서 오는 소외감. 두려움을 느낀 나로서는 서울말이 다른 언어라고 느끼기에 충분했다.
-
대학교 스피치 수업 첫날.
간단한 자기소개와 학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를 말하는 발표 시간이었다.
상당히 떨렸지만 처음 보는 친구들, 강의실, 교수님에게서 오는 떨림 정도였다.
준비해 갔던 자기소개를 문제없이 마치고 꾸벅 인사를 했다. 고개를 들자 눈앞의 모든 사람들이 웃고 있었다.
‘뭐지, 웃긴 내용이 하나도 없었는데’
심지어는 꽤 진지하고 나름대로 감동적인 내용을 담은 소개였다.
자리로 돌아가 옆자리 친구에게 왜 웃었냐고 물어봤다.
“너가 사투리 써서! 몰랐어?”
정말 몰랐다. 너희가 서울말을 쓴다는 건 알았는데 내가 사투리를 쓴다는 건 인지하지 못했다.
인지하게 되자 목구멍이 좁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친구들이 비웃은 건 아니겠지만 내가 내뱉는 모든 말이 웃기게 들릴 것만 같았다.
이 날을 기점으로 좁아진 내 목구멍은 돌아오지 못했고, 실제로 말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말하는데 자신감이 없어지자 말을 하는 게 무서워졌고, 친구들이랑 대화를 해도 삑사리가 난다던가 염소 소리를 내며 말을 했다.
19년을 썼던 언어를 한숨에 바꾸기에는 유학기간이 짧았던 탓이었을까.
유학생에게는 말을 하기도 쉽지 않은 서울의 첫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