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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자 Jan 03. 2017

미술관 속의 치즈

오늘은 치즈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에 보이는 이미지는 테라코타로 만든 치즈 거르개 (Terracotta hemispherical strainer)입니다. 무려 기원전 6세기 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171번 방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1914년 사르디스 (Sardis)에서 고고학 탐사를 통해 발굴된 것입니다. 코티지 치즈 (cottage cheese) 등을 만들 때 면보에 받쳐 수분을 제거하는데, 커드를 걸러내기 위한 도구로 아래의 거르개를 사용했던 것입니다.

사르디스 (Sardis)는 지금의 터키 서부에 있는 도시로, 고대 리디아 (Lydia) 왕국의 수도였고, 페르시아 제국과 로마 제국 시기에도 주요 도시였습니다. 신약성서 요한의 묵시록 (Book of Revelation)에 언급된 로마제국의 소아시아 7개 교회 (Seven Churches of Asia) 중 하나가 있었던 도시이기도 합니다.

이 고대도시는 줄곧 폐허상태로 베일에 쌓여져 있다가 19세기 말 영국의 탐험가 조지 데니스 (George Dennis, 1814-1898)가 로마제국의 15대 황제 안토니누스 피우스 (Antoninus Pius, 86-161)의 부인인 파우스티나 1세 (Faustina the Elder, 100-140)의 거대 두상을 발굴하면서 존재가 알려졌습니다. 176cm 가까이 되는 이 거대 두상은 아르테미스 신전 내부에서 발견 된 것으로 보아 남편인 안토니누스의 조각상과 함께 신에게 바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금은 대영박물관 (British Museum)에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1910-1914년에 걸쳐 프린스턴 대학의 고고학자 하워드 크로스비 버틀러 (Howard Crosby Butler, 1872-1922)가 이끄는 팀이 사르디스에서 대대적인 발굴 작업을 시작합니다. 아르테미스 신전 뿐 아니라 수천개가 넘는 리디아 왕국의 무덤도 발굴하지만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중단됩니다. 이 때 발굴된 많은 유물들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기증됩니다. 그 중 하나가 이번 글에서 살펴볼 치즈 거르개입니다. 


인류는 치즈를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요? 많은 설이 존재하지만, 기원전 6000년에서 5500년경에 지금의 스위스와 폴란드에서 치즈를 거르는 데에 이용됬을 거라고 추정되는 도기 조각이 발견되었습니다. 주로 유럽, 중앙아시아, 사하라 지역, 중동에서 치즈를 먹기 시작한 걸로 알려져 있고, 당시에는 동물의 가죽이나 위와 같은 내장기관이 저장 용기로 사용되었습니다. 


우유를 굳혀서 먹는 아이디어는 우연히 반추동물의 위장으로 만든 용기에 우유를 저장하여 들고 다니다가 위장 효소 중 하나인 레닛 (rennet)의 화학작용으로 유청 (whey)과 커드 (curd)로 변한 것을 발견하면서부터였다고 합니다. 아랍에서는 이미 상인들이 이런 방식으로 우유룰 굳혀 먹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고 지금의 이라크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수메르인들 (Sumerians)은 치즈를 만들어 먹고 있었다고 합니다. 기원전 2000년 경 수메르 문명의 상형문자 문서에서도 치즈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기원전 8세기 말, 호머의 오디세이에도 외눈 거신 키클로스 (Cyclops)가 염소와 양의 젖으로 만든 치즈를 저장하는 얘기가 나옵니다.


박물지 (Naturalis Historia; Natural History, 77)에서 대 플리니우스 (Pliny the Elder, 23-79)는 고대 로마의 상류층의 고상한 취향을 맞추기 위해 외국에서 치즈가 수입되었다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고대 로마시대 (753 BC - 476 AD)를 거치며 치즈는 일상음식이 됩니다. 대 플리니우스는 최상의 치즈는 님 (Nîmes)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의 프랑스 남동부 로제르 (Lozère), 제보당 (Gévaudan)지역입니다.


로제르 지역은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스테이크 나이프로 나오는 라기올 (Laguiole) 나이프의 고향입니다. 물론 와인 오프너 (corkscrew)로도 유명하죠.

로제르 지역의 치즈로는 암양 (ewe)의 젖으로 만든 똠므 드 로제르 (Tomme de Lozère)치즈와 블루 치즈의 일종인 소젖으로 만든 블뢰 데 꼬스 (Bleu des Causses)가 유명합니다. 똠므 (tomme)는 견성치즈로 버터를 만들기 위한 크림을 제거한 탈지우유로 만들기 때문에 지방의 함량이 적은 치즈입니다. 똠므 뒤에 생산지를 붙여 명명합니다. 로제르 지역은 똠므 드 로제르이고, 알프스 근처의 사브와 지역의 똠므는 똠므 드 사브와 (Tomme de Savoie)라고 하죠.  

똠므 드 로제르는 알리고 (Aligot)라는 요리를 만들 때 쓰이기도 하는데, 치즈와 마늘을 으깬 감자 (mashed potatoes)와 섞어서 만드는 것으로 로제르 지역에서 즐겨먹는 요리입니다. 똠므 드 로제르 치즈 대신 모짜렐라나 깡딸 (cantal) 치즈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알리고는 중세유럽 3대 순례지 중 하나인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를 가는 길목에 남부 프랑스에 위치한 이 지역을 지나는 순례객들이 하룻밤 머물며 먹었던 음식입니다. 뚤르주 소세지 (Toulouse sausages)나 로스트 포크와 같이 먹습니다. 뉴욕의 프렌츠 식당에서도 알리고를 판매합니다. 물론 뉴욕타임즈 레시피를 참고해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도 있습니다.

http://cooking.nytimes.com/recipes/1018430-aligot-mashed-potatoes-with-cheese

유럽 전역에 걸쳐 다양한 치즈들이 마을과 수도원 등에서 만들어지지만, 중세 유럽에서 치즈는 농부들이 먹는 음식으로 귀족의 식탁에 올려지기에는 천박하고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알려지게 됩니다. 우리가 요새 많이 접하는 치즈의 이름들은 중세 후기부터 기록됩니다. 체다 치즈는 1500년경, 파마산은 1597년경이죠.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305번 방에 가면 18세기 이탈리아 나폴리 지역의 치즈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바로 매해 연말에 설치하는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물 중 하나로 치즈와 치즈 강판 (cheese grater)이 있습니다. 18세기 나폴리에서는 예수의 탄생 장면을 보여주는 모형들을 만들 때, 팔레스타인이 아닌 나폴리 지역을 배경으로 만들었습니다. 각 가정은 누가 더 우아한 모형을 만드는지 경쟁할 정도로, 아기 예수와 성가정 (Holy Family)옆에 당시 상류층 사람들의 모형과 치즈나 빵 모형 등을 놓았습니다.  

이번 겨울에 보지 못하셨다면 다음 겨울에 박물관 크리스마스 트리 근처에서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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