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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editor Jul 12. 2021

흐릿한 시간은 글이 되었다

한 작가를 만났다.
살면서 마주한 삶의 상처들, 작은 아이들 셋을 키우며 흐릿해진 시간들을 고스란히 글로 담아낸 그다.
외롭던 그 시절을, 허무했던 삶을, 아픈 상처를 담담하고 진솔한 글로 흘려보낸 그의 마음에 내 마음을 포개어 끌어안았다.

목구멍이 뜨겁도록 따뜻했다.

깊고 깊은 곳에 묻어뒀던 지난 시간들이 글이 되는 순간을 떠올렸다.

...
설사 내가 경험한 삶일지라도 작가처럼 적절한 언어로 가려진 시간을 구해낼 자신은 없었다.
아이 여럿을 키우는 엄마의 자리에선 더군다나.

"늦은 밤과 새벽 시간이 유일한 나의 시간이었어요. 그때 허기진 배를 채우듯 썼어요. 백일 동안 매일 빠지지 않고."
매일의 시간을 구해 낸 그의 글. 그렇게 책으로 엮여 세상에 나왔다.
치열했을 매일의 기록에서 그녀의 태도를 엿본다.
아이를 재우고 난 후 하루 종일 힘들고 지친 감정을 일으켜 한 글자 한 글자 수놓듯 지난 시간을, 마음을 매일매일 기록했다는 그녀.
그것도 돌을 갓 지난 아이들을 옆에 누이고서.

어쩌면 아이를 잘 키운다는 건
삶의 자세와도 맞닿아 있다.

대단한 가르침보다는

매일매일의 기록처럼 하루하루 성실히 시간을 아끼는,
해야 할 일을 어떤 상황에도 해내는,
하나를 하더라도 완성도 있게 마무리하는,
해야 할 일 꾸준히 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나 아닌 누군가의 마음을 배려하는.

힘들다 푸념하는 사이 삶의 자세는 많이 흐트러져 있었다.
쉼이라 생각했던 습관들이 나쁜 감정들로 되살아나
조마조마, 투덜투덜, 뾰족뾰족
종일의 일상을 채우며.
작고 여린 아이들을 따라다녔다.
작가의 말을 들으며 머리카락을 쭈뼛 세웠다.
지금, 내 모습을 적나라하게 마주했다.

틈만 나면  쏟아내던 화, 분노.
삶을 향한 것이었다.
흐트러진 내 삶 말이다.

힘들지만 애써보기로 했다.
깃털 같은 시간일지라도
치열하게 버텨낼
작고 단단한 마음을, 자세를 쌓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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