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는 걸 입증하는 고군분투기
호기심과 설렘으로 가득했던 중학생 시절, 짝사랑하던 아이를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삼아 소설을 쓴 적이 있다. 그러다 그만 습작 노트를 친구들한테 들켜 호되게 비웃음을 당한 이후 자신 있게 글을 쓰지 못했다.
고등학생이 돼 글쓰기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려 편집부를 지원했지만,
글쓰기로 수상 경험이 있는 선배, 동기들 틈에서 내 글은 그저 그런 '텍스트 나열'에 불과하단 걸 자각하곤 또다시 좌절을 겪었다.
편집부를 괜히 지원했다는 후회는 옆 동아리 방송부를 기웃거리게 하는 불씨로만 됐을 뿐이다.
(이후 방송부 축제 때 더빙을 하게 되는..)
성인이 되어선 짧게 쓴 글로 몇 번의 응모를 했지만 영락없이 돌아온 건 탈락 소식.
이번주 복권의 주인공이 내가 아닌 줄 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번 번호를 확인하듯, 낙방은 예상되어도 아무런 계산 없이 종이 위 써 내려간 글로 여기저기 도전을 했던 20대다.
나는 쓰는 사람은 아닌가 보다.
쓰면 안 되나 보다.
하지만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데, 뱉어 내고 싶은데...
<동물농장>의 작가 조지오웰은 인간이 4가지 동기에서 글을 쓰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첫 번째 동기는 순전한 이기심, 즉 돋보이고 싶은 욕망이란다.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은 열망.
두 번째는 미학적 열정, 아름다움을 언어로 표현해 보고 싶은 게 인간의 욕구라고 한다.
세 번째 글쓰기의 동기는 역사적 충동이라고, 후세를 위해 진실과 사실을 기록하여 알리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끝없이 쓴단다.
마지막은 정치적 목적, 즉 나의 글로 타인을 설득시키고 세상을 바꾸고 싶은 욕망으로 글을 도구로 삼는다고 한다.
내 욕구는 어디서부터 시작이 된 걸까.
가장 인간적인 모습, 원초적 동기가 아닐까. 기억되고 싶고 남겨지고 싶은 욕망, 그리고 아름다움과 감동을 나의 언어로 표출하고 싶은 그것이 쓰기로부터 멀어질 수 없게 만드는 것 같다.
인간의 동기가 이렇다 해도 현실은 몇 번의 좌절을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고, 결국 쓰고 싶은 이야기는 바다 밑바닥 끈적한 뻘 속에 묻어 버렸다.
그러다 카카오스토리라는 플랫폼이 생기면서 다시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쓰기의 욕구!
혼잣말을 하듯 자판에다 토닥토닥 쏟아 내면서 조금씩 갈증이 해소되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포기하고 삭제하지 않았던 욕망이 새삼 감사했다.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마법 같은 주문처럼 대단한 무엇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다시 '쓰기'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때의 나를 칭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