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3권>_토지 읽기 모임에서 후기를 쓰다
드디어 마의 고개, 11권과 12권을 넘어 여기까지 무사히 안착한 스스로를 대견해하면서!
이렇게 (모임에서) 토론 후기를 쓰는 도전까지 하다니,
토지와 함께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저에게 셀프 쓰담을 보내며 <13권_3주 차>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두 시간 꼬박 토론을 하고 나서 가만히 떠올려 보니 세 여인이 떠오르더이다.
영화 제목 '~놈, ~놈, ~놈'처럼 불러 주고 싶은 그녀들.
이번 주 분량을 읽으면서 '민지연의 집념'에 계속 물음표가 달렸더랬죠.
혼인을 할 뻔했던 그 남성에 대해 어떤 면에선 지나칠 만큼의 '집착'으로 보이는 그녀.
- 왜 작가님은 '집착이 아닌 '집념'이란 제목으로 민지연의 '그리움'을 그려 넣으셨을까?
- '그리움'은 또 다른 이름의 '보복의 정열'이라면 변질된 '사랑'의 형태일까?
- 괴물 같은 상사뱀의 '집념'은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생을 소진시킬 만큼 기다리고 망가지더라도 끝내 만나고 말겠다는 그녀,
수년을 스스로 베어버리듯 살다가 다시 그리움의 불길을 지펴서 '일지 스님'인 '하기서'를 찾아가는 '민지연'입니다.
그녀의 이런 변화, 함께 토론을 했던 박*정 선생님께서는
"인간이 스스로를 직면한다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직면은 그녀의 변화는 물론 주변 상황(일지스님)도 변화시킬 수 있겠다"
라며 다음 상황을 궁금해하셨어요.
저도 그녀가 일으키는 파동이 얼마나 큰 물결로 출렁일지 둘의 전개에 호기심이 생깁니다.
어느 누구도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는 성환어매와 그의 모친입니다. (적의를 품기까지 하지요.)
인간이 어째 저래?
모녀가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어떻게 석이를 그렇게 모함하고 표독스러울 수가?
자식도 나 몰라라 하고 집을 나가고, 가정을 버린다는 게 말이 돼?
책 속에서도 물론 독자도 손가락질하며 혀를 차는 캐릭터입니다.
나형사의 본처도 몰아낼 만큼 인면수심(人面獸心)이니까요.
저는 성환어매와 그녀의 모친을 보면서 임이와 임이네가 떠올랐습니다.
그 어머니와 그 딸. 본 게 전부라고 보고 배운 대로 그것이 정답인 듯 알고 사는 그녀들.
임이와 임이네가 그랬듯 석이처와 장모도 자연스레 겹치더라고요.
'아, 맞아, 부모의 뒷모습!'
또 한 번 자식 앞에 서 있는 부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챕터였어요.
이게 어디 모녀 사이만 그럴까요.
"용이를 보고 자란 홍이도 마찬가지다"
"제발 닮지 말았으면 하는 내 행동을 자식에게서 볼 때마다 느끼는 바가 많다."
는 이야기를 윤*숙 선생님께서 덧붙여 주셨네요.
정말 자식은 나의 거울이자 스승입니다. 성환어매가 어미를 잘못 만난 탓도 있겠지요? (에고...)
내 욕망에 충실해서 선택했지만, 다시 내 욕망에 차지 않아 나의 남자를 버리는 그녀, 성환어매.
사실 '누가 그녀를 손가락질하랴.'라는 주제 아래 다른 관점의 (*도덕과 윤리, 가치관) 이야기를 더 깊이 나누고 싶었지만 속절없는 시간이 아쉽기만 했어요.
여러분은 도덕과 윤리, 가치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임이네에게도 그럴 만... 하지,라는 동정표를 주었던 분들, 성환어미에 대해선 어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보연은 통영에서 멍든 상처를 평생 잊지 못하고 비수처럼 날을 세워 두고 있었나 봅니다. 나의 남자를 지켜내고 싶었던 조마조마함과 아슬아슬함. 살짝이라도 균형을 잃으면 살이 베일지도 모를 날 선 칼을 품고 살았을 그녀를 오늘에서야 이렇게 만났네요.
신혼 무렵 내 남자가 보였던 다른 여인과의 실망스러운 모습은, 당찬 보연에겐 쉽게 용납하기 어려운 문제였을 겁니다.
하지만 의외로 아무렇지 않은 듯 대범하게 남편을 품어주던 그 당시 보연의 모습보다,
지금 보여 주는 여인으로서의 안절부절못함이 제게는 더 인간적입니다.
내 사랑을 지켜내려고 그동안 얼마나 애를 썼을까요?
겉으로는 표 내지 않았지만 뺏기지 않으려고 노심초사 전전긍긍했을 그녀.
한편으론 안쓰럽지만 사랑스럽기도 합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품어주고 지켜내려는 보연이.
앞으로 불같은 홍이와 어떤 결혼 생활을 이어갈지 불안하고 염려도 되지만, 내 남자를 지켜내고 싶은 보연이에게 충분한 이해와 응원을 담아 보냅니다.
토지 속에는 많은 남, 녀가 나옵니다.
그런데 유독 여인들이 남성을 두고 고뇌하고 갈등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어요.
(*제가 꼼꼼하게 읽지 못해 그리 느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용이나 이상현, 오가타 등의 남성도 여성과의 사랑이 인생의 화두인 인물도 있지만,
월선, 기화와 명희를 비롯 오늘 대화를 나눈 여인들도 시대적 이슈보다는 '나의 사랑'에 삶의 초점을 더 두고 있는 건 아닌가 싶더라고요. (*인실이나 서희처럼 꼭 그렇지 않은 여성도 많다는 거 기억하겠습니닷!!^^)
그래서 결국 오늘 토론을 마치고 불쑥 튀어나온 메시지가 '여인들의 삶이란...'이었습니다.
뒤이어 꼬리를 물고 질문이 스멀스멀 중구난방 올라오는데...
다 기록하지 못하고 대략의 느낌만 남겨 보아요.
- 여인들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나?
- 어머니라는 태생과 원초적 본능이 출산과 관련되어 '사랑'을 놓지 못하는 걸까?
- 남성에게 '사랑'은 뭘까?(*일지스님과 홍이를 보고 더 들었던 생각)
- 사랑은 남성과 여성 누구에게 더 삶의 버팀목이고 동기일까?
- 삶의 목적이 필요할까?
-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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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만남, 긴 토론.
한 뼘의 성장에 도움 주신 벗들과 함께해서 행복했다고 인사 전하며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