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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un 07. 2023

2년 전 메모장

01

뽑아낼 수도 없어요

두려워요

당신이 정말 없

 

당신은 아무런 말도 없이

원래 없던 것처럼 사라진 건가요


어리석게도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왜 나는 당신을 그렇게 믿었던 걸까요   

당신은 왜 답하지 않았나요


02

언젠가부터 딱딱하게 굳어

마치 예전부터 자리한 것처럼


03

쉴 틈 없이 사는 것이 정답일까요

우리는 어쩌면 투명한 막으로 둘러 싸인 틀에 갇혀 하루하루 보내기에 바쁜 건 아닐까요


앞만 보고 사는 삶

하늘은 얼마나 보고 사는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하늘


어쩌면 우린 지구라는 구에 갇혀 사는 것


04

빨간불


앞만 보고 가던 길이

자꾸 멈춰 설 때마다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아야 했다


옆에 있던 너는

나를 애써 위로하려 했지만

내 눈물은 곧

너의 상처이기에

나는 너를 바라보지 못했다


또 눈물 흘리는 날

너는 안아줄까


외로워서 그래


외로움이 깊어

스스로 등을 돌리기도 했다

상처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05

믿는 것보다 판단하는 게 편하니까 보고 싶은 대로


06

지난 새벽 나는 그리 글자가 잘 읽히더랬다.

해 뜨지 않은 아침 처음 듣는 목소리가 나를 불렀고, 그 앞엔 엄마가 있었다. 그날 엄마의 엄마는 눈을 감았다.


07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기 십상이다. 우리 할머니도 그러하셨다. 과거의 상처를 묻고 살다 몸이 아프면서 그것들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시위하듯 그때의 아픔을.


08

죽을 것 같더라도 또 살아가는 것


09

날카로운 참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을 보며 그렇게 지켜오던 저 잎사귀도 때가 되면 떨어지는 것을,


사람의 마음도 시간이 흐르면 가벼워지고 잊히는 것을,


지난여름의 잦은 비는 가을 농작물을 썩게 만들었다. 흙 묻은 다발무와 초록망에 싸여있는 배추.


밖은 세차게 바람이 부는 중이다.

비가 올듯한 하늘을 보니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10

생각하다 다리를 두 번 건넜다. 번거롭게 돌아 돌아 걸어 올라와야 했지만, 온몸이 땀으로 눅눅해졌지만 마음만은 상기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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