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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Oct 15. 2023

엉망이다

그날 밤 연락은 오지 않았다. 뒤척이며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새벽을 부정하기 위해 샤워를 했고, 밀린 청소로 아침을 부지런히 보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메시지를 보냈다. 연락이 왔다 보지 않았다. 잠시 다른 무언갈 해야 했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나갔다. 잠시 걸었다. 몸이 좋지 않아 오래 걷진 못했다. 카페를 갔다. 자리가 없어 나왔다. 조금 더 걸어 다른 카페를 갔다. 역시 자리가 없어 나왔다. 포기하고 좀 더 걷기로 했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걸으면 괜찮겠지, 이번만큼은 괜찮아지지 않았다. 이러다 길거리에서 무너질 것 같았다. 다시 집으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뭐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달콤한 음료와 베이글을 사들고 돌아갔다. 어느새 습해진 몸을 식히기 위해 옷을 벗고 속옷만 입은 채 의자에 앉았다. 초코 가득한 음료 한 모금에 잠시 마음이 가라앉았다. 따끈한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잔뜩 바르고 먹기 시작했다. 조금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 한 조각을 다 먹을 때쯤 나는 울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조각도 먹었다. 음악을 틀었고 고개를 떨군 채 울었다. 침대에 누어 천장을 보며 말했다. 엉망진창이다. 화장실을 가려 일어섰다. 문 앞에서 그대로 무너져 울었다. 일몰 한 시간 전 아까 사 오지 못한 건전지와 테이프를 사기 위해 나갔다. 필요한 물건을 사고 걸었다. 집을 지나쳐 한참 언덕을 올랐다. 돌아오는 길은 이미 밤이었다. 저녁을 차려먹었다. 드라마를 틀었다. 나는 울었다. 나는 마음을 닫고 싶었다. 잠시 사라지고 싶었다. 설거지를 하며 울었다. 몸살이라도 든 것처럼 몸이 뜨거웠다. 늦은 저녁이 되었을 때야 눈물이 나지 않았다. 마음을 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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