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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브라운 Aug 09. 2017

이직 후 왕따 당하면...

일단 버티고 나중에 성과로 입증해라

[사진 출처: tvN 드라마 '미생']





Question


최근 새로운 회사로 이직했는데 여기 분들이 텃세가 좀 심합니다. 경력직에 대한 차별 정도가 아니라 왕따라고 해도 될 만큼 정도가 심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Answer


저런. 마음고생이 많으시겠어요. 저 또한 사내 왕따를 당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게 얼마나 힘든지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제 경험담을 말씀드리죠.


아니, 사실 왕따 피해자가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부끄러워해서는 안 되죠. 하지만 피해자 역시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도 안 되는 속담을 믿으시는 분들 때문이죠. 왕따는 사실 '내 손은 가만히 있는데 다른 손들이 가만히 있는 내 손을 마구 때려서 소리를 내는 격'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내 손이 거기 있기 때문에 소리는 나죠. 하지만 내 손은 그냥 맞고만 있는 건데 왜 내 손한테도 같이 책임을 묻죠?




왕따 경험담


경험담 1 : 왕따 비스무리한 상황


제 첫 번째 왕따는 엄밀히 말하면 왕따까지는 아니었고 '왕따 비스무리한 상황'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합니다. 그 원인에 대해서 지금 생각해보건대 기존 조직원들보다는 제 잘못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제가 속한 부서는 완벽한 '아저씨 문화'로 무장된 조직이었죠. 조금 부연 설명하면 '갑질하는 까칠한 아저씨 문화'였습니다. 부서원들 대부분 술 좋아하고, 담배 태우고. 여비서 한 분을 제외하면 100% 아저씨들이었고. 그리고 부서 특성상 '상명하복'과 '갑질'에 충실해야만 했고. 그러다 보니 성격상으로는 까칠할 수밖에 없고.


술 잘 못하고 담배는 입에 대본 적도 없는 저랑은 여러 모로 잘 안 맞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술자리, 담배 자리에 잘 끼질 못했고 그러다 보니 주요 정보에서 소외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제 직급도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기존 조직원들의 거부감도 좀 있었던 것 같고요.


또한 당시 저는 '프로페셔널 펌'의 '잔재'를 완전히 벗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항상 블랙 정장에 블랙 구두 차림이었고 '컨설팅 용어'를 종종 사용했습니다. 니트 상의에 슬리퍼 차림으로 근무하면서 연배에 따라 형동생 따지던 동료들과는 좀 많이 달랐죠. 저도 니트 차림에 줄 세 개 그려진 슬리퍼 끌면서 일할 수 있었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동료들과는 약간의 이질감이 존재했던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당시 저는 컨설팅 회사에서 했던 것처럼 "자네 의견을 한 번 말해보지"라는 상사의 말씀에 '제 의견'을 정말로 말씀드렸습니다. 그냥 '상사의 의견'을 단어와 그 순서만 약간 바꿔서 말씀드렸던 다른 동료들과는 뭐가 달라도 달랐죠. 한 번은 부사장님으로부터 이런 말씀도 들었습니다. "그건 부장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당시 저는 대기업 부장이면 그 정도 주장은 해도 되는 줄 알았죠. 아니, 해야 되는 줄 알았죠.


기업문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옛 습관 대로, 제가 옳다고 생각했던 대로 일하려고 했던 제 잘못이 크죠. 지금은 할 소리 안 할 소리 가려서 합니다.



경험담 2 : 한 명이 의도적으로 시작한 왕따 


두 번째 왕따는 단 한 명이 의도적으로 시작한 팀 내 왕따였습니다.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저는 4명으로 구성된 TFT 조직의 팀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저보다 4살 많은 팀원이었죠. 이 분은 자신이 팀장이 될 걸로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경력직으로 입사한 '동생'이 팀장이 되자 마음이 많이 불편하셨던 것 같습니다. 팀장인 저랑 의도적으로 식사자리를 피했고 다른 팀원들에게도 저랑은 같이 밥 먹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팀장이랑 나,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라는 식으로요.


팀원들은 저랑 그분의 눈치를 보느라 어느 누구와도 식사를 하지 않았고 저는 매일 점심을 인턴사원과 단 둘이서 먹었습니다. 업무가 제대로 될 리 만무했죠. 그분은 제 지시 사항을 '정확히 제가 지시한 그대로'만 이행하고 그 외에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어떤 판단도,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죠. 결국 저는 그분께 어떤 업무도 드릴 수 없었습니다. 설명하는 시간에 제가 하는 게 더 빨랐으니까요.


경영진 입장에서는 새로 입사한 팀장의 리더십에 대해서 의문점이 들만도 한데 다행스럽게도 제 편을 들어주셨습니다. 그분이 과거에도 이런 식으로 팀원들을 왕따 시킨 사례가 몇 번 있었기 때문에 경영진은 이번 상황을 그분의 잘못으로 판단하고 프로젝트가 끝나자마자 그분을 제 팀에서 빼주셨습니다.


결국 상황은 잘 마무리되었지만 저 또한 그분과 일하는 동안 정말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퇴사까지 생각할 만큼요.  



경험담 3 : 전사 단위로 계획된 집단 왕따 


세 번째 왕따는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시행된 집단 왕따였습니다. 이 회사는 경력직을 많이 채용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놀랍게도 경력직은 회사 정책상 대놓고 왕따를 시켰습니다. 가령 고위 간부급 이상 주요 모임이나 행사에 경력직은 초대하지 않고 공채 출신들로만 참여를 제한하는 식이었죠.


이 회사를 다니는 동안 저는 '언젠가는 그만둘 수밖에 없는 회사'라는 생각을 하며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마음은 편했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하고 안타까웠죠. 언젠가는 헤어져야만 하는 이성 친구를 사귀는 기분이랄까요.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미안하지만 자리가 없어서요." [사진 출처: tvN 드라마 '미생']






그렇다면 어느 회사에나 존재할 수 있는, 하지만 경력직 입장에서는 정말 힘들고 괴로운 사내 왕따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에 대한 제 51% 정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왕따 극복 방안


1. 상사한테 얘기하고 도움을 청해라.


왕따 또는 왕따 비스무리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먼저 상사에게 말씀하십시오. "왕따 시키는 사람들 좀 혼내주세요"라고 꼰지르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제가 이런 상황인데 이를 원만히 해결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라는 뜻에서 도움을 요청드리라는 말씀이죠.


그런데, 그게 참, 상사에게 말씀드리는 게 참 그래요. 왠지 고자질쟁이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럴 수밖에 없는 스스로에 대해서 약간의 자괴감도 들고. 하지만 그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해주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내 상사입니다. 그게 상사의 의무이기도 하고요. 상사한테 얘기하기 힘들면 마음 편한 선배한테라도 말씀하세요.


앞서 '경험담 1'의 상황에서 저 또한 상사에게 쉽사리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상사분이 제게 먼저 조언을 주셨죠. "동료들이 담배 피우러 나갈 때 그냥 따라 나가서 어울리고 와"라고 하시더군요. 본인도 가끔 그러신다면서요.


그런데 만약 상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상사가 모른 채 한다면? 이때에는 어쩔 수 없습니다. 더 늦기 전에 짐 쌀 준비하십시오. 사내 다른 팀으로 옮기거나 최악의 경우 이직까지 각오해야 합니다. 아니면 그냥 이를 악물고 견뎌야겠죠.



2. 성실하고 착한 모습을 보여라. 점점 인정받게 될 것.


남들이 나를 어떻게 대하든 그냥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고, 착하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세요. 그러면 처음에 나를 오해했던 분들도 점차 마음이 누그러질 겁니다. 그냥 제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잘 통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바보 같이 맨날 당하면서도 실실 쪼개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불쾌하다는 감정은 표현하십시오. 단, 그것을 분노로 표출하면 안 됩니다. 자칫 잘못하면 성격 이상한 사람 됩니다. '일 대 다'의 싸움을 벌이셔도 안됩니다. 승산이 거의 없습니다. 또라이처럼 이상한 행동하면 더더욱 안됩니다. 당장은 사람들이 안 건드릴 수 있지만 '직장 또라이'로 낙인찍혀서 좋을 거 하나 없습니다. '나는 불쾌하지만 참는다'라는 모습을 보이십시오. 그러는 동시에 성실하게 일하고 착한 이미지를 유지하십시오.  


사실 학교 다닐 때에는 이런 방법이 잘 안 통했을 겁니다. 아이들이 때로는 어른들보다 더 악할 수 있기 때문에 학창 시절에 성실하고 착한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만만한 표적이 되어 더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 어느 정도는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는 판단력이 생기기 때문에 성실하고 선한 사람을 더 괴롭히는 분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죠. 나이 먹어서도 '악한 어린이 심성'을 버리지 못한 분들은 있으니까요.



3. 잘난 체는 절대 금물. 왕따가 심해진다.


잘난 사람도 왕따 당합니다. 아니, 직장에서는 '못난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잘난이'를 왕따 시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잘난 체는 절대 하면 안 됩니다. 잘났다고 왕따를 면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4. 어쨌든 버텨라. 어느 회사든 다 있는 일이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는 해결된다.


앞서 경험담 1번에서 "상사가 신경 써주지 않으면 더 늦기 전에 짐 쌀 준비하라"라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그게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짐 싸는 방법은 '최후의 보루'입니다. 왜냐하면 짐 싸고 이사해봤자 거기서도 왕따 당할 가능성은 있기 때문입니다.


힘들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버티는 겁니다. 왕따는 어느 회사든 다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는 해결됩니다. 따라서 왕따는 새로운 직장에서의 '통과의례'라고 생각하시는 게 마음 편합니다.


왕따는 새로운 직장에서의 '통과의례'


왕따는 언제쯤 없어질까요? 새로운 경력사원이 들어오면 왕따의 대상이 옮겨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때까지만 사내 평판 관리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게 바람직한 해결방안은 아니지만요.



5. 성과로 자신을 입증해라. 그것만이 유일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왕따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제 생각에는 딱 하나, 성과를 내는 겁니다. 성과로 자신을 입증하십시오. 그것만이 유일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성과를 낸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기존 직원들이 수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경력직이 하루아침에 할 수는 없겠죠. 성과를 내기까지는 최소한 1년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사실 그전에 무리하게 성과를 내려고 하다가는 성과는 성과대로 안 나고 오히려 대인관계만 해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성과에 도전해야 합니다.


'낙하산'의 오명을 성과로 극복한 장그래 [사진 출처: tvN 드라마 '미생']


6. 하지만 성과를 내면 왕따가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답이 없다.


하지만... 하지만... 성과를 냈다고 왕따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왕따가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죠. 고부장(가명)의 경우가 바로 그랬습니다.


사례 : 성과를 낸 뒤 더 심해진 왕따 


고부장은 새로 옮긴 직장에서 기존 직원들의 텃세로 맘고생이 많았지만 처음 1년 동안은 꾸욱 참았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뒤, 절치부심하여 기존 직원들이 3년 넘게 해결하지 못했던 과제를 드디어 해결했습니다. 고부장의 능력이 뛰어났다기보다는 당시 그의 운이 매우 좋았습니다. 그의 인맥도 한몫하였고요.


그런데 그 후 기존 직원들의 견제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그동안은 '별로 위협이 될 것 같지 않아 내비뒀던' 분들도 고부장을 슬슬 건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서 모함도 당하였고요. 그냥 가만두면 될 일도 사방에서 딴지를 거는 바람에 실행하지 못하였고요.


이렇게 되면 답이 없습니다. 그 회사의 기업문화가 문제니까요. 그동안 그런 식으로 회사를 운영해온 분이 그런 식으로 회사를 운영해온 게 문제니까요. 극복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최후의 보루'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회사는 경력직 뽑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뽑죠. 그리고 희생양을 만들죠.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이직 후 왕따 당하면 상사한테 얘기하고 도움을 청해라. 성실하고 착한 모습을 보이고 잘난 체는 절대 금물.

2.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고, 나중에 성과로 자신을 증명해라. 성과만이 유일한 궁극적인 해결책이다.

3. 하지만 성과를 내면 왕따가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답이 없다. '최후의 보루'까지 생각해야 한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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