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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 은 Jan 08. 2021

홈커밍

알래스카 소묘

집으로 가려면 이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안과 밖의 공간을 잇는 12개의 계단 --


실외와 실내의 온도차.


 계단은 말없이 눈을 받치고 있다.


오르고 내릴 때마다 삐걱 속삭인다.


평범한 삶의 위태로운 조건을 알리는 신호 --


저 계단을 딛으며 지난 5년간 홈커밍했다.


홈이라고 불리는 곳을 이리저리 바꾸며 내 삶의 궤적을 남긴다.


그 홈들이 꿈에 가끔 등장할 때는 심연으로 계속 떨어지는 앨리스가 된 기분이다.


우연히 옛 홈들이 있는 지역을 지나칠 때면 그곳에만 가지 않는다.

가지 않아도 이미 가 있는 곳이기에.  


철이 들고 나이를 먹어가며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한다.'

 

"우리는 이동하는 동안 정착하고, 뭔가 확실한 느낌을 받는다.... 그는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갈 때 가장 확신에 찼다. 그곳으로 향해 갈 때 홈커밍의 기분에 휩싸였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고향 상실감이 밀려들었다." (토마스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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