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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QK Apr 26. 2020

<부부의 세계>

보기 편하십니까?

엄청난 드라마가 나왔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5회가 넘어가면서부터 더 이상 <부부의 세계>를 보지 않는다.

회계사 부부는 5화까지 기능적으로밖에 사용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들의 행동에서 그 타당성을 찾기 힘들다. 뭐 이런 것은 기존에 나왔던 한국 드라마들(비단 한국 드라마 뿐만은 아니지만)의 전형적인 클리셰라고 할 수 있다. 보다 큰 줄기의 이야기를 위해서 사소한 캐릭터들을 등장시킴으로써 기능적으로만 활용되는 캐릭터들.



 사실 이런 것은 못 만들었을지 언정 나쁘지는 않다. 내가 정말로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인공에게 유독 가혹하게 쏟아져내리는 엉망진창의 상황들이다. 그런 상황들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왜?’라는 단순한 질문에 그 목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까지 주인공에게 가혹하게 형벌을 내리는 설정을 이해하기 힘들다. 자극적인 설정 속에서 극 중 주인공 캐릭터에게 배려가 없다고 싶을 만큼 가혹한 상황을 연속적으로 선사한다. 이는 드라마를 좀 더 성숙한 방식으로 끌어간다기보다는 계속되는 자극적인 상황을 통해서 시청자들을 형벌 포르노 속으로 빠뜨린다. 자극적인 상황에 중독된 시청자들은 더 자극적인 상황을 원하게 되고 드라마 제작자들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자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낸다.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시청자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그러한 진창으로 끌고 가는 드라마 설정 자체가 더 큰 잘못이다.

이러한 설정과 상황의 결과로 분출되는 분노와 화의 정체는 무엇일까. 결혼제도에 대한 회의일까 아니면 배우자에 대한 불신일까.(그게 남편이건, 아내이건)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지.”라는 당위적인 말은 간통죄를 폐지해달라는 몇 천명이 넘는 사람들의 국민청원을 보자니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7번 방의 선물>을 두고 올린 한줄평 “캐릭터 학대를 통해 얻어낸 눈물의 의미는 뭘까.”는 이 드라마에 대해서도 유효하게 적용된다. 이 모든 열불 나는 상황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분노를 ‘소비’하고 싶지 않다. 실제 현실에서 드러나는 보다 큰 모순과 아이러니에 그 분노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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