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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Mar 19. 2024

119화 조선대악귀전 - 서막 7



그 뒤로 정법이 뛰어오르며 외쳤다.


“귀멸구!”


‘슈웅’


‘타앗. 핏’


하지만 윤대감은 이 역시 일령을 든 손으로 가볍게 쳐냈다. 그러자 튕겨나간 귀멸구는 산속으로 날아가 바위에 부딪혀 폭발하며 사그라들었다.


할멈 일행 중 강력한 영력자로 꼽히는 정법과 귀로의 필살기가 쉽게 막혀버리니 근중과 천검 일행은 감히 나서지도 못했다. 따라서 행장이의 왕도깨비와 겸세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휘이익’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기다란 봉이 하나 날아왔다.


‘파악’


‘으윽, 뭐냐 이건.’


방심한 윤대감의 얼굴에 명중한 봉은 곧장 도로 뒤로 튀어 날아갔다.


“전신아, 팔문진경을 외라!”


“네, 형!”


전신이 주문을 외자마자 윤대감의 몸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리고 곧장 소백이 큰 나무에서 뛰어내리며 봉으로 윤대감의 어깨를 내리 쳤다.


‘빠가악’


묵직하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윤대감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윤대감도 조금 당황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전신의 주문은 제법 강력하여 윤대감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냐, 너네들은?”


“조선의 모든 악귀를 저승으로 보내는 축귀패, 신무패다. 그동안 우리가 보낸 귀신들은 많이 흡수했냐?”


그러자 윤대감은 소백의 얼굴을 보며 소리쳤다.


“아, 그놈이구나! 산비초한테 얻어터졌던. 끄하하. 난 또 누구라고.”


“그땐 내가 방심했고. 이거나 받아..”


‘퍼억’


“우우웁..”


‘쿠당탕’


봉을 들고 달려가던 소백의 옆으로 순식간에 윤대감이 나타나더니 온몸의 힘을 실은 윤대감의 오른 주먹이 소백의 복부를 그대로 강타했다.


급이 다른 고통을 느낀 소백은 그 자리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혀.. 형!!!”


전신이 소백을 부르며 달려왔다. 하지만 곧장 전신이 몸에 지니고 있던 모든 부적이 타오르며 전신의 옷도 불태워버렸다.


“으아아아아, 앗뜨거!!!”


윤대감은 가소로운 얼굴로 다시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결국, 저기 저 덩치 큰 사내(겸세) 말고는 뭐 볼 게 하나도 없는 녀석들이었네. 귀마왕을 해치웠길래 낫또 얼마나 대단한 놈들이 모였나 했더니. 그래도 이 칼자루 안에 있는 영까지 흡수하면 꽤 나쁘지는 않은 수확이야.”


이에 겸세가 흥분하며 튀어 나가려했다.


‘야야, 겸세. 흥분하지 마. 도발에 넘어가지 말라고.”


‘이무량, 넌 자존심도 안 상하냐? 너 한 때 조선 최악의 악귀 아니었냐고?’


‘그거? 뭐 지금도 내가 최고로 세긴 하지.’


‘그럼 내가 튀어 나갈 테니까 힘이나 실어줘. 너 필살기 많잖아?’


‘그렇지. 아, 그런데 좀 신경 쓰이는 게..’


‘뭔데, 촌각을 다투는 이때 무슨 걱정이야?’


‘쟤 주변에 뭐가 보여.’


‘뭐? 너도 무서운 게 있냐?’


‘아니, 그것들이 무섭진 않은데. 나도 언젠가는 저승으로 갈 거 아니냐. 한번 봉인 돼보니까 세상의 이치를 알겠더라. 쩝.’


‘그래서 윤대감 주변에 뭐가 보이는데?’


‘사방악신이라고 들어봤지?’


‘그게 뭔데?’


‘몰라? 영계에 있는 사방에 존재하는 악신들.’


‘근데 그게 왜?’


‘악신이라는데 뭘 묻냐.. 암튼 윤대감 저 새끼 빨랑 해치워야겠어.’


‘아니, 그래서 뭐가 보이는데?’


‘삼방악신.’


‘잠깐, 신급이라고? 신이 어떻게 영계에 있어? 신급은 모두 저승에 있는 거 아냐?’


‘으휴. 몽충이. 됐다. 설명하자면 길고.. 어!!’


겸세와 이무량이 옥신각신하는 동안 윤대감이 갑자기 선준을 허공으로 높게 던져버렸다.


윤대감의 오른팔이 순간 빛나더니 손에서 시뻘겋게 불타는 칼날이 튀어나왔다.


“내 자손이니까 이쯤에서 거둬줘야지. 흐흐”


“절단.”


윤대감이 튀어 오르며 허공으로 날아가는 선준에게 불날을 휘둘렀을 때였다.


‘촤아악-‘


‘끼에르르르르르-‘


‘털썩’


‘우와아아악’


‘뭐.. 뭐야, 이건?! 이 씨..’


선준은 땅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지만 윤대감의 불날에 당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앞으로 옆구리가 깊게 베인 채 쓰러져 있는 새햐안 여우가 한 마리 보였다.


“아재..! 아재!!”


행장이는 선준이 쓰러지자마자 할멈의 만류를 뿌리치고 뛰쳐나왔다. 선준은 고통에 찬 신음을 뱉으며 겨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재, 괜찮당가요?”


“그래.. 그런데 저 앞에 뭔가가..”


“아재가 윤대감에게 맞기 직전에 저 여우가 뛰어들어서..”


“여우라고..? 여우라면..!?”


선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축 늘어져 쓰러져있는 여우에게 다가갔다.


‘서, 설마.. 이 여우가 구미호..?’


윤대감은 자신의 공격을 방해한 구미호를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구미호가 나를 구해주다니.. 혹시, 어머니인가..?’


선준과 행장이가 상황을 파악하는 동안 윤대감은 이런 분위기가 가찮다는 얼굴로 다가왔다.


“오호라, 구미호구나. 난 또 뭔가 했더니 요년이 바로 내 증손녀인가 보네. 그렇게 찾을 땐 안보이더니 제 발로 나타나줬네.”


“어, 어머니..!!! 선준은 곧장 쓰러진 구미호에게 달려갔다. 구미호는 눈을 반쯤 감은 채 선준을 바라보았다.”


“어머니.. 어머니가 맞지요? 죄송.. 합니다. 크흡.. 그리고 감사합니다..! 제가 꼭 복수를, 저 윤대감을 저승으로 보내겠습니다..!”


구미호는 선준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곧 눈을 감았다. 선준은 뜨거운 눈물을 삼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자식.. 내가 넌 반드시 저승으로 보내 영원히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게 해 주겠다.”


선준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주먹을 쥔 채 윤대감에게 달려갔다.


‘툭’


윤대감은 일령을 옆으로 던져두고 선준을 상대했다.


“아재! 일령도 없는디..”


이제 선준에겐 두려울 게 없었다. 구미호가 되어서까지 자신을 구하려 뛰어든 어머니 앞에서 증조부 외할아버지와의 관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끄아아아아!”


‘휙, 휙’


선준은 윤대감을 향해 양주 먹을 날렸다. 하지만 윤대감은 여유롭게 피하며 선준을 농락했다.


“어차피 너나 니 애미나 나한테 다 흡수될 텐데 뭘 그리 힘을 쓰냐.”


선준은 요리조리 자신의 공격을 마치 어린아이를 상대하듯 피하는 윤대감을 향해 뒤후려차기로 일격을 날렸다. 하지만 윤대감은 몸을 틀어 피한 뒤 오른발을 번쩍하고 차올리더니 그대로 선준의 어깨를 사정없이 내리찍었다.


‘빠악. 우두둑.’


“끄아악.”


‘우당탕’


윤대감은 이미 완전히 다른 경지에 있는 상태라 일령도 없는 선준은 그의 털끝하나 건드리기 힘들었다.


“네 이놈!”


그때였다.


갑자기 하늘에서 벼락같이 우렁찬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더니 엄청난 덩치의 누군가가 윤대감 앞에 등장했다.


‘쿠웅’


“오호라. 드디어 나타나셨네. 왕도깨비. 이히히.”


왕도깨비는 하늘에서 떨어지자마자 곧장 윤대감에게 돌진했다.


‘휙. 파악’


‘터억’


‘어우, 묵직하네.’


윤대감은 생각보다 날랜 왕도깨비의 주먹을 피하지 못하고 왼팔뚝으로 겨우 막았다.


‘휙. 휙’


‘퍼어억’


“끄아압..”


왕도깨비는 왼주먹을 날리는 척하다가 곧바로 앞차기로 윤대감의 얼굴을 정통으로 날렸다.


‘으허억’


‘쿠당탕’


묵직한 왕도깨비의 앞차기를 정통으로 맞은 윤대감은 뒤로 날아가 큰 소나무에 부딪히며 겨우 멈췄다. 하지만 윤대감은 피칠갑이 된 얼굴로도 여전히 여유로웠다.


‘크히히, 괜히 도깨비의 왕은 아닌가벼. 낄낄. 재밌네. 저 녀석도 흡수하면 생각보다 더 큰 힘이 되겠어.’


“끝장내주마!”


‘두두두두두’


“영력파공!”


왕도깨비는 푸른 불꽃이 일렁이는 솥뚜껑만 한 주먹을 윤대감에게 날렸다.


‘빠가악’


‘퍼엉. 쩌어어어억’


왕도깨비의 필살기 중 하나인 영력파공에 서너 명의 몸집보다 두꺼운 소나무가 폭발하듯 터졌다. 소나무의 굵은 기둥에 커나란 구멍이 생기더니 소나무는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쓰러져버렸다.


‘우지끈’


‘콰아앙’


하지만 윤대감은 언제 자취를 감추었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이 간사한 놈!’


“이야압!”


왕도깨비의 외침과 동시에 왕도깨비의 온몸이 푸른 불길로 이글거렸다. 자잘한 잡령이나 인간들은 닿기만 해도 순식간에 불타버리는 왕도깨비의 필살 기술 중 하나, 청화체였다.


‘휘릭. 휘릭. 휘리릭’


윤대감이 자취를 감추자마자 여기저기에서 갑자기 굵은 동아줄들이 또 튀어 날아왔다. 동아줄들은 재빠르게 왕도깨비에게 날아가 그의 팔, 다리, 몸, 목을 칭칭 감으려 했다.


‘화르륵. 화르르르륵’


“멍청한 놈. 지금은 내게 무슨 짓을 해도 안 통한다. 당장 모습을 드러내라. 왜, 겁나냐?”


왕도깨비가 천천히 걸으며 사방을 살폈다. 청화체를 발동한 상태라 왕도깨비 주변의 나무들은 삽시간에 그을리며 점점 불타올랐다.


길달은 이때를 틈타 일령을 주은 뒤 선준에게 던졌다.


‘응?’


왕도깨비의 등장에 뒤에서 잠시 그의 활약을 지켜보던 겸세가 소나무 가지로 빽빽한 허공을 살폈다.


‘이무량, 저기 뭔가 일렁이지 않아?’


‘흐흐, 저기에 숨었네. 윤대감도 박대감의 몸으로 왕도깨비랑 일대 일로 붙고 싶지는 않은가 봐. 딱 보면 알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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