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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Apr 04. 2024

126화 조선대악귀전 - 삼방악신 2



‘파앗’


‘슈와악’


‘탁’


“어허, 시험해 본 거야. 수백 년간 궁금했거든. 저 인간 안에 깃든 이무량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래봤자 악귀 따위. 여하튼, 그래 이제 파악은 했고?”


“응. 껄껄.”


수사는 어느새 지절기로 깊게 갈라진 틈에서 빠져나와 옷고름을 정돈하며 정적(서방악신)의 옆에 섰다.


‘저렇게 빨리 회복한다고? 지절기를 맞고도..?’


‘야, 겸세. 상대는 신급이야. 뭐.. 나도 신급은 처음인데. 정 안되면.. 그래도 방법은 있으니까.’


‘방법이라면..’


‘파아앗’


겸세가 이무량과 잠깐 논하는 사이 수사의 모습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겸세의 코앞에 나타났다.


‘빠가악’


겸세는 마치 머리를 터뜨릴 것처럼 강력한 수사의 주먹에 옆으로 열자도 넘게 날아갔다.


수사의 손놀림이 어찌나 빠른지 겸세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았다.


‘크아악’


겸세는 시뻘건 선혈을 튀기며 땅을 굴렀다. 겸세의 시력만으로는 신급의 움직임은 파악조차 하기 힘들었다.


‘야.. 끄윽. 이무량.. 이거 어떻게 해야 하냐..?’


이무량에게도 빠른 판단이 필요했다. 이무량이 자신의 본체로 대적하는 게 아닌 상황이라 겸세의 신체적인 능력과 한계를 고려해야 했다.


'겸세, 내가 개입해야겠다.'


'뭐야, 이걸 핑계로 또 그 소리냐.’


‘니가 도와달라며?’


'휘이익'


겸세의 복부로 또 묵직한 한방이 들어왔다.


"으허억..!"


곧장 겸세의 몸이 붕 뜨는가 싶더니 곧장 수사의 주먹이 한방 더 날아와 겸세의 얼굴에 꽂혔다.


'빠아악'


"크아악..!"


'쿠당탕'


겸세는 또 열 자나 더 날아가더니 소나무 숲의 둥치에 처박히고 말았다.


'으아아아악. 아파 디지겠네.. 이무량, 너 수사인가 저 악신, 움직임이 보이냐..?'


'응.'


'근데 왜 안 막아줘??’


'니가 허락을 해줘야지. 니 몸을 제어할 수 있게. 너 지금 되게 느려.’


겸세는 수사에게 맞은 단 두 방으로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고통을 느꼈다.


수사에게 맞은 가슴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지경이었고 턱뼈는 부서지기라도 한 듯 입이 제대로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 씨.. 내 몸 제어? 그거 스님이 함부로 하지 말랬는데..’


'또 온다!'


'어디 어디?'


'퍼어억'


"커헉.. 쿨럭"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또 걷어 차인 겸세는 입으로 피를 한 움큼 울컥하고 뱉어냈다.


겸세는 수사의 움직임을 파악해보려 했지만 공격해 들어오는 움직임은커녕 그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러다.. 죽겠네. 젠장..’


하지만 이무량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자신이 일러준 뒤에 겸세가 대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겸세, 너 아직도 나 못 믿냐?'


'끄으윽.. 지금의 널 못 믿는 게 아냐. 과거의 널 못 믿는 거지.'


순간 겸세 주변의 소나무들이 마치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메아리치는 소리가 빠르게 다가왔고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지축의 불규칙적인 흔들림이 겸세의 몸을 들썩거릴 정도로 재빠르게 튕기고 있었다.


선준 역시 지근거리에서 이를 지켜보면서도 감히 덤벼들 수 없었던 건 자신 또한 동방의 악신, 수사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섣불리 나섰다가 일령의 칼자루가 깨지기라도 하면 더 이상의 희망은 없었다.


'쩌저적. 쩌저저저적'


지축의 떨림이 어느 정도 잦아드는가 싶더니 갑자기 겸세가 누워있던 여덟 자 남짓의 땅이 쾅하며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터지며 튀어 올랐다.


"으아앗..!"


순간 몇십 자나 높이 튕겨나간 겸세는 본능적으로 불현듯 이대로 떨어지면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무량.. 야아! 그래, 일단 맘대로 해봐..!’


‘옳거니. 자, 그럼 내가 해볼까.’


겸세의 정신 하에 있던 이무량이 겸세와 동등한 위치로 올라와 겸세의 몸을 직접적으로 제어하자마자 겸세의 움직임은 확연히 달라졌다.


‘휘리릭. 착’


하늘에서 떨어지며 곧장 죽을 것 같던 겸세가 공중제비를 돌며 땅에 착지하자 수사와 정적도 아리송한 얼굴이 되었다.


게다가 턱뼈와 흉통은 어느새 사라졌는지 겸세는 팔과 어깨를 돌리며 전투를 위한 재정비를 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수사, 쟤 멀쩡한데?’


‘풋, 그래 봤자지.’


수사는 번개와 같은 속도로 겸세에게 달려가 다시 한번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모든 동작이 마치 느린 장면처럼 모두 보였다.


‘이무량, 보인다, 보여!’


‘파박. 팍’


겸세는 수사의 공격을 차례로 막아냈다. 하지만 악신은 악신인지라 악귀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쉬이익’


곧장 수사의 왼발이 겸세의 오른뺨까지 올라왔다.


‘으아앗..!’


‘휙’


하지만 이무량의 제어 하에 있는 겸세의 몸은 이미 이무량의 본체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 또 맞을뻔한 거 내가 구했다.’


‘그래, 얼른 집중이나 해..!’


수차례 공격이 막힌 수사는 어쩐 일로 살짝 당황한 표정이었다.


이승의 악신이지만 그래도 신급인데 자신의 입장에서 한낱 악귀에 불과한 자가 자신의 공격을 회피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슈슉’


수사는 곧바로 양 주먹을 또 날리며 재차 겸세의 얼굴을 노렸다. 하지만 겸세는 뒤로 공중제비를 넘어 몇 자나 멀찍이 달아났다.


“안 되겠네. 이제 진짜 죽여주마.”


하지만 이무량이 직접 제어하는 겸세는 이제 이무량의 직접적인 영력 타격이 가능했다.


‘신급은 처음이지만, 생각보단 할만한데?’


“격파공!”


겸세는 순간적으로 오른 주먹에 영력을 최대한 끌어모은 뒤 번개 같은 속도로 수사에게 날아가 수사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파아아아앙’


당황한 수사는 양손으로 겸세의 격파공을 겨우 막았다. 수사의 팔과 겸세의 주먹이 부딪히자마자 주변의 공기는 마치 압축되었다 폭발하듯 사방으로 터지며 순간 공간이 울컥하며 일렁였다.


수사는 격파공의 힘으로 인해 뒤로 수십 자나 밀려났다. 하마터면 인간에게 맞고 나뒹굴어진 최초의 악신이 될 뻔했다.


‘이.. 이 새끼가..!’


“끄하하, 수사, 너 설마 인간이랑 악귀 따위에게 밀린 거야? 오호호호호”


“닥쳐라, 정적”


‘어.. 엄청난 힘이다.’


선준은 바위 뒤에 숨어 계속해서 때를 살폈다. 이무량이 있다고는 하지만 삼방의 악신들이 개입한 이상, 이무량만으로도 버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아아아앙’


‘화르르르륵’


수사는 기본 공격으로 안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기합 소리와 동시에 순식간에 온몸에 짙푸른 불길을 붙였다. 수사의 전신은 곧장 파란 불길이 활활 올라타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악신의 모습이 되었다.


“크큭. 겨우 악귀인 이무량을 상대로 저렇게까지 하다니, 수사 너 되게 약해졌다.”


“시끄러워. 이제 곧 다 끝날테니. 어서 윤대감이나 끌고 갈 준비나 해. 윤대감 저 녀석도 흑렴을 대체하지 못하면 그냥 먹어치울 거야.”


수사는 단단히 화가 났는지 눈빛조차 달라졌다.


팔 척에 가까운 키, 널찍한 어깨에 무쇠 같은 주먹은 세상의 그 어떤 악귀도 단박에 제압할 풍채였다.


“죽어라!”


수사가 팔을 뻗자마자 새파란 화염이 거세게 일더니 겸세를 집어삼킬 듯 앞으로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겸세는 어쩐 일인지 피하지 않았다.


‘야야, 이무량, 왜 안 피해?!’


‘잠시만 있어봐. 시험해 보는 거야.’


‘뭐? 무슨 시험? 저거 맞으면 내 몸은 다 타버린다고..!’



이무량에게 몸을 제어할 수 있는 절반의 권한을 준 겸세는 이무량이 눈앞의 불길을 피하지 않자 이무량에게 소리쳤다.


‘이무량!! 미쳤어?!’


‘흐흐. 걱정 마.’


“수방체! (水防體, 온몸에 수분의 기운을 극대화하여 화염 공격을 무력화한다.)”


겸세의 몸은 수사가 쏜 뜨거운 푸른 불길에 갇혀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필시 이대로라면 뼈조차 못 추릴게 뻔할 정도의 엄청난 화력 공격이었다.


수사의 푸른 화염이 어찌나 뜨거웠는지 근처에 있던 나무들 마저 삽시간에 활활 불타올랐고 근처에서 기회를 노리던 선준 역시 바위 뒤에 숨어 겨우 화기를 면했다.


“수사 너, 너무 무리한 거 아냐? 이히히. 그래봐야 고작 귀신 들린 사람 놈 하나.. 어라?”


수사가 온 힘을 다해 푸른 화기를 쏟아부은 자리는 까맣다 못해 새하얗게 연소될 정도로 모든 것이 사라졌는데 그 안에 겸세가 멀쩡히 웃으며 서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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