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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Apr 07. 2024

127화 조선대악귀전 - 삼방악신 3



“어.. 너.. 뭐야?”


수사 역시 너무 당황한 나머지 자신이 악신이라는 것조차 잊은 것처럼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아, 아! 꺄하하하하. 수사, 너 정말 왜 이렇게 약해빠졌냐.”


서방악신 정적은 수사가 필살기를 쓰면서까지도 사람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자 귀가 찢어져라 날카로운 웃음을 터뜨리며 비웃었다.


“제길.. 야, 정적. 시끄러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수사는 실로 천여 년 만에 느낀 당황스러움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승에는 사방악신에게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이나 악귀는 없다는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정설은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오십여 년 전에 봉인되어 저승으로 간 줄 알았던 이무량의 기운이 한 인간 안에서 이 정도로 강할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이무량 저거.. 완전히 제 기량도 아니라고 들었는데 내 화염을 막을 정도야..?’


“아까는 지절기를 잘도 버텼겠다. 이번엔 좀 다를 거야”


겸세의 눈빛과 태도는 아까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자신의 몸의 권한을 절반이나 이무량에게 내어준 터라 마치 이무량의 과거 모습을 연상케 했다.


‘휘휙’


‘파박. 팍팍’


수사는 다시 번개와 같은 속도로 이동해 겸세의 얼굴과 복부를 노렸다. 하지만 겸세는 아까와는 달리 마치 수사의 공격 방향을 예측이라도 한 듯 무심하게 툭툭 다 막아냈다.


‘달라졌어. 아까 그놈의 움직임과 달라. 이젠 내가 보이기라도 하는 듯..’


‘휘이익’


수사는 오른 주먹을 내지르는 척하며 왼 주먹에 모든 영력을 끌어모았다. 한 곳으로 모인 영력의 힘이 어찌나 강력한지 푸른빛이 마치 하얗게 빛나 보일 정도였다.


“죽어라!”


‘슈웅’


‘파아악’


이번에야 말로 겸세를 한방에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 수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 새끼.. 사라졌어.’


당황스러운 건 정적도 마찬가지였다. 멀찌기서 떨어져 둘의 움직임을 한눈에 훑고 있던 그녀 조차 겸세가 어디로 피했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수사는 정적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정적 역시 이번에는 그를 놀리지 않고 몹시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천절기! (天切氣)”


순간 그들의 머리 위에서 겸세의 고함이 들리는가 싶더니 새파란 빛이 번쩍이며 거대한 함선만 한 영력 칼날이 수사의 머리 위로 벼락처럼 떨어졌다.


‘빠아악’


“끄으으.. 끄아아아아..!”


수사는 양손에 모든 힘을 끌어모아 영력 칼날을 겨우 막아 버텼다. 수사는 악신이 된 이후로 이렇게 강력한 힘은 처음이었다.


‘뭐야 이놈.. 이무량 이거.. 그냥 좀 유명한 악귀인 줄 알았더니..’


겸세는 귀마도로 수사를 더욱 짓눌렀다. 수사는 칼날을 피해 옆으로 빠져볼까 했지만 이젠 그럴 영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천절기의 힘이 어찌나 거대했는지 둘이 버티는 힘의 파장으로 인해 주변의 땅이 흔들렸고 작은 바위들이 들썩거릴 정도였다.


“정적.. 정적! 좀 도와..”


‘파직’


‘쑤와아아악’


‘쩌어어어억’


‘콰앙. 파아아아앙’


이는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였다.


맨손으로 천절기를 버티던 수사의 손이 깊게 파이는가 싶더니 곧장 귀마도가 수사를 두 동강으로 썰어버리고 그것도 모질라 땅 위로 그 위력이 떨어져 열 장 도 넘는 길이의 땅이 갈라지고 만 것이었다.


“허억.. 수.. 수사!!!”


농담을 일삼던 정적은 동방악신이 수사가 반으로 잘려버리자 얼굴이 허옇게 질린 채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이럴 수가.. 인간이.. 고작 귀신 하나 들린 인간이 어떻게 신급을..’


‘턱’


다시 땅에 착지한 겸세는 고개를 쳐들고 정적을 바라보았다.


“너네가 신급이라고 해도 최강은 아니잖아? 저승에서는 신으로 인정도 못 받은 악신 주제에 그래도 수천 년 간 편하게 잘 살았지, 안 그래?”


‘말도 안 돼. 수사가.. 수사가 저렇게 당하다니.’


정적은 아닌 척 애를 썼지만 너무도 당황한 티가 역력했다.


정적은 아직 겸세와 제대로 붙어보지도 않았지만 어쩌면 자신 또한 겸세, 즉, 이무량의 상대가 안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으로 잘려 두 동강이 난 수사의 영은 마치 뱀처럼 흐물거리더니 숲 속으로 쏜살같이 달아났다.


이 무량의 엄청난 영력에 놀란 건 선준도 마찬가지였다. 일령으로 겸세를 돕기 위해 때를 보던 선준은 신급까지 반으로 쪼개버리는 힘에 같은 편임에도 공포를 느꼈다.


“이이.. 영류천! (靈流川, 수천의 귀신을 일시에 쏟아부어 지상의 인간을 미쳐 죽게 만드는 기술)”


정적은 겸세가 선공을 하기 전에 먼저 선수 쳤다. 수사가 저 정도로 당할 정도면 조금만 방심하면 자신 또한 당할 것이 뻔해 보였다.


순간 수천도 넘는 여귀와 역귀, 저퀴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디에 저렇게 많은 귀신을 가둬뒀나 싶을 정도로 귀신들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하지만 겸세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파멸공! (破滅攻, 보랏빛을 띤 기공파로 한가닥에서 여러 가닥의 영력파를 만들어 순식간에 다수의 적을 척살한다.)”


순간 겸세의 주먹 앞이 보라색으로 번쩍이더니 수십 개의 영력파가 튀어나와 밀물처럼 밀려드는 귀신들을 막아냈다. 게다가 귀신들은 숫자만 많았지 윤대감이 모은 귀신들처럼 모두 평이한 영들이라 겸세의 파멸공 앞에 모두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침! (兓, 날카로운 수천 개의 바늘 공격)”


겸세가 영류천을 모두 막아내는 모습을 본 정적은 당황하며 연속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정적의 손바닥 앞으로 순간 수천 개의 날카로운 바늘들이 쏟아져 나오더니 곧장 겸세에게 날아갔다.


바늘은 옷가지를 꿰매는 작은 바늘이 아니라 하나당 적어도 반 자 정도는 되는 큰 바늘이었다.


‘쏴아아아아’


강력한 영력이 실린 바늘 수천 개가 날아가자 마치 비 내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위이잉’


‘따당 따다다다다다다다당’


하지만 수천 개의 바늘들은 하나도 겸세에게 닿지 못하고 겸세가 만든 장막에 모두 막혀 튕겨나가고 말았다.


‘이것도 막아 버린다고..? 아 이 씨..’


정적은 막막했다. 보통 이 정도의 공격에는 귀마왕은 물론, 강철이도 쉽게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이무량이.. 이 정도 일 줄이야.’


정적은 악신이 된 이후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그래도 신급인데 누군가에게 당해 소멸되는 꼴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첨! (尖, 바닥에서 수천 개의 뾰족한 가시가 바닥에서 솟아 상대를 공격)”


‘우르릉’


정적의 주문이 끝나기 무섭게 땅에서 굵고 뾰족한 가시가 여러 개 솟더니 땅을 이어 앞으로 솟으며 겸세를 향해 나아갔다.


‘쑤악 쑤악 쑤악 쏵쏵’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박’


이제 겸세는 여유로웠다. 가뜩이나 기술이 많은 이무량은 수사를 제압한 후 신급에 대항할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생기자 정적의 공격 정도는 되받아칠 수 있을 것 같았다.


“합배상! (合倍償, 타인의 부적, 영력 따위에 자신의 힘을 실어 그 능력의 두배로 돼 치는 기술)”


‘파아아앙’


‘슈슈슈슈슈슈슝. 파바바바박’


겸세가 외치자마자 정적이 만든 뾰족한 가시들이 곧장 정적을 향해 날아갔다.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박’


“끄아아아아!


곧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북악산의 골짜기를 메웠다. 정적 역시 지난 수천 년 동안 고작 귀신 들린 인간에게 이렇게 당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온몸에 수천 개의 가시 조각이 깊게 박힌 정적은 끔찍한 고통에 신음했다.


자신이 만든 영력 공격이라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믿었지만 무려 이무량의 합배상에 의해 역으로 되돌아온 첨에 이무량의 영력이 실리며 파괴력이 가중된 가시 공격은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털썩’


‘파앗’


정적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더니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자신만만하던 그녀는 제대로 된 공격 하나 못해보고 이무량에게 당한 것이다.


이쯤 되니 이제 하나 남은 남방악신인 백화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밖에 없었다.


‘야, 이무량, 너.. 너 이정도로 강했어? 신급을.. 그것도 둘이나 해치우다니.’


겸세는 이무량의 압도적인 영력에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사실, 이에 놀란 건 주변 사람들 뿐만이 아니었다. 이무량 자신조차 신급에게 이 정도로 대항할 수 있을 줄 몰랐던 것이다.


‘겸세, 어쩌면 나 모든 악신을 제..’


‘빠아악’


겸세와 이무량이 자신들의 능력에 놀라 감탄하던 중이었다. 겸세의 등짝이 뜨거운 불길로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무지막지한 힘이 겸세의 등을 관통하듯 후려쳤다.


“끄아아아아.”


겸세는 끔찍한 고통에 고함도 제대로 질러보지 못하고 허리가 꺾여 거의 접히다시피 하며 앞으로 날아가 내동댕이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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