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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Apr 11. 2024

129화 조선대악귀전 - 삼방악신 5



“전신아.. 넌 괜찮냐?”


“네 형. 저도 겨우 피했어요. 근데 형은 어깨가..”


소백은 윤대감에게 당한 일격 후 어깨가 부서지기라도 한 듯 도저히 팔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젠장.. 이 꼴로는 더 이상 싸울 수 도 없네. 그런데 쟤들, 쟤들은 도대체 뭐냐?”


“사방악신 중 삼방의 악신들이에요.”


“아니, 악신들이 왜 이승에 와서 저렇게 난리들이야? 영계에나 있을 것이지.”


“아무래도.. 윤대감이랑 이무량 때문이겠죠?”


“윤대감은 왜?”


“저도 잘 모르고 그냥 추측만 해본 건데요.”


“말해봐.”


“지금 북방악신만 빼고 여기에 다 왔거든요. 그 말인즉슨..”


전신 역시 예상했을 뿐이지만 긴장되고 떨리는 감정은 숨길 수 없었다.


“뭔데, 빨리빨리.”


“윤대감을 북방악신으로 추대하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 하는..”


“뭐어?!”


소백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 형, 아직 정확한 건 아니에요. 그냥 제 생각이 그렇다는 거지.”


“아니, 악신을.. 인간이 죽은 뒤 변한 악귀를 악신으로 만든다고?!”


“음.. 그동안 우리가 잡귀와 악귀들을 많이 잡아다 줬잖아요?”


소백은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건 맞는 말이었다.


“하아.. 그랬지. 우리가 윤대감을 먹여 살렸지.”


“예전에 절 거둬주셨던 무당 할머니에게 듣기론, 악신의 조건은 얼마나 많은 귀신들, 특히, 악한 놈들을 많이 끌어모았는가에 달렸다고 들었어요.


즉, 이승과 영계에서 감히 누가 건드릴 수 없는 경지에 달할 정도로 악해야 한다는 말이죠.”


“이런.. 씨.”


“윤대감이 수십 년간 엄청나게 많은 악귀들을 끌어모은 건 아마도 악신이 되기 위함이 아니었나 한 거죠.”


소백은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


“그럼 이무량은? 이무량은 수백 년간 조선 최악의 악귀였는데 왜 악신이 안 됐지?”


“그야.. 그땐 흑렴 (북방악신)도 있었고.. 또..”


“또, 뭐?”


“이것도 아흔에 가까웠던 노무당에게 들었던 건데요.”


“응.”


“이무량은 악신이 되는 걸 거부했데요.”



‘츄와아아아아아’


백화가 만든 불더미에서 무언가가 쑥 하고 튀어나오더니 하늘로 솟아올랐다.


‘이무량..?!’


아니나다를까 불구덩이에서 튀어나온 건 역시 이무량이었다.


“끄하하하하! 아, 상쾌하네. 아주 오랜만에 상쾌해!”


이무량은 활활 타오르는 불바다 속에서 필시 오랜만에 들끓는 전투욕을 느꼈다.


백화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연이은 공격에도 상처 하나 없는 이무량을 보고 있자니 놀랍긴 했다.


“내가 그동안 악신들을 너무 과대평가했었나? 해볼 만한데.”


‘피잇. 파악’


순간 이무량의 모습이 사라지나 했더니 백화의 코앞에 나타났다.


연이어 뭔가 폭발하는 소리가 나더니 백화의 등 뒤로 거대한 공기층이 생겼다. 백화의 가슴팍을 강타한 무언가의 충격파가 백화의 등을 뚫고 지나간 것이다.


‘파아아아아아앙’


“끄흐읍..”


백화는 엄청난 영력이 실린 이무량의 주먹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하지만 그 파괴력이 엄청나 뒤로 한참이나 밀려나고 말았다.


“하아.. 하하. 후훗.”


“왜? 고작 악귀 따위에게 한 방 먹으니까 놀랍냐?”


이제 이무량은 여유를 되찾았다. 하지만 백화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돌렸다.


“네놈이 수백 년 동안 이승의 귀신판을 호령한 이유가 있긴 있구나. 껄껄.”


어라.. 멀쩡하네. 이번 격파공은 귀마왕을 때려잡을 때보다 훨씬 강했는데..’


겸세는 최대한 기운을 숨긴 채 둘을 지켜보았다. 이무량이 빠져나간 자신의 몸은 제아무리 강하다 한들 저들 앞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곧 선준이 겸세 뒤로 빠르게 다가왔다.


“겸세, 괜찮소?”


“선준님, 네, 그런데 이무량이.. 제게서 빠져나갔습니다.”


겸세가 고개를 들어 앞을 보자 선준은 이미 눈치챘다는 듯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무량이 두 악신을 해치웠다고 하지만 백화는 악신 중에서도 제일 강해 보입니다. 은진씨도 그랬어요. 이무량이 악신까지 제압할 줄은 몰랐지만, 남방악신과 북방악신은 차원이 다를 거라고요. 다행히 흑렴(북방악신)은 지금 없지만..”


“네, 그렇다고 우리가 지금 뭘 할 수 있는 게 있을지..”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선준은 일령을 들어 보이며 눈빛을 반짝였다.



이무량은 자신만만했다.


과거에는 감히 상상조차 못 했던 악신과의 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자 어쩌면 신급 아니, 저승의 신들도 모두 제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오만한 기분마저 들 정도였다.


‘아직 저 남방악신도 제대로 힘을 보여준 건 없어. 하지만 내 격파공이 들어맞았다는 게 중요해.’


백화와 이무량은 한참을 서로 노려보았다. 백화는 이무량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녀석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작은 호기심이 일었다.


‘파앗’


순간 이무량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를 지켜보던 선준과 겸세는 하늘을 두리번거리며 이무량의 모습을 찾았다.


‘빠르긴 하네. 그래봤자 내 뒤 아니면 위아래잖아?’


백화는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그대로 공중에 떠있었다. 순간 백화의 예상대로 뒤쪽에서 공기가 울컥이며 일렁였다.


‘지금..!’


‘파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백화의 등뒤로 집채만 한 불길이 이는가 싶더니 곧장 뒤를 향해 화력 파공이 튀어나가듯 쏟아졌다.


“끄아앗”


기습을 하려다 되려 기습을 당한 이무량은 양팔로 방어한 채 겨우 불길 속에서 빠져나왔다.


‘휘리릭’


그때부터 백화의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무량이 정신을 차린 순간 백화의 오른발이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타앗. 팍’


‘꽈아아아앙. 퍼어억’


“으헉..”


이무량은 왼팔에 모든 영력을 실어 방어했지만 백화의 발차기 한 방에 곧장 땅으로 떨어져 처박혔다. 백화의 묵직한 공력이 실린 발차기의 파괴력은 엄청났다.


‘이씨..’


“생절공! (生切攻)”


이무량의 주문이 끝나기 무섭게 날카로운 영력 반원 서너 개가 이무량 앞에 맺히나 싶더니 백화를 향해 번개처럼 날아갔다.


‘쏴아아아아’


‘휘휙. 휙휙휙’


하지만 역시 백화는 이를 물 흐르듯 피했다.


‘흐흐, 바보 놈. 생절공은 내가 자유롭게 다루는 공격이야. 히히’


이무량이 다시 까딱하고 손짓하자 백화의 뒤로 한참이나 날아간 생절공 영력 반원들이 다시 매서운 속도로 백화의 등을 향해 날아왔다.


‘반으로 썰어주겠다. 이 악신 놈’


‘쏴아아아아’


‘츠파앗’


‘뭐.. 뭐야?!’


이무량은 물론 이를 땅에서 지켜보던 겸세와 선준까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게 어떻게..?’


백화가 자신의 등뒤로 오른팔을 뻗자마자 당장이라도 백화를 두 동강 낼 것처럼 날아오던 생절공 반원들이 누군가 붙잡은 것처럼 떡하니 멈춘 채 허공에서 팽팽 소리를 내며 돌고 있었던 것이다.


“야, 이무량. 너 수사와 정적이 너한테 당했다고 악신들을 우습게 생각하나 본데. 걔네들은 방심하다 당한 거고, 악신은 신급이란 걸 알아두게.”


백화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무량이 쏜 생절공이 세 곱절이나 커지더니 역으로 이무량을 향해 날아왔다.


‘이런 썅.. 이건 생각도 못한 건데..’


원체 최강의 악귀였던 이무량은 수백 년 동안 딱히 방어를 한 적이 없었기에 제대로 된 방어기술을 만들어 본 적도 구사한 적도 없었다.


기껏해야 합배상 (合倍償, 상대의 기술을 곱절로 되받아치는 기술) 정도가 방어기술이었는데, 생절공의 원천이 자신의 힘이라 그게 통할리도 만무했다.


‘당장 달아나도 생절공의 반원 범위를 벗어나긴 힘들잖아, 젠장..’


순간 멀찍이 있던 일령이 달려오며 소리쳤다.


“일령, 갑 (甲)!!!”


선준은 지금이 나서지 않으면 이무량을 도울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무려 남방악신인 백화 앞이지만, 자신의 어머니가 영혼을 바쳐 자신을 구해준 만큼 윤대감이 이대로 악신이 되는 건 반드시 막아야 했다.


‘슈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순간 열 장도 넘는 너비를 가진 탄탄한 영력 방어구가 마치 장막이 펼쳐지듯 삽시간에 펼쳐졌다. 영력 방어구 안에는 이무량은 물론, 겸세까지 모두 들어갔다.



‘파아앙. 파앙. 파앙’


생절공은 일령의 갑 방어구에 부딪히자마자 먼지처럼 사라졌다.


‘됐다. 막았어..!’


이에 이무량도 놀란 얼굴로 선준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에 과거 대악귀전에서 자신과 혈투를 벌인 호령, 자겸 그리고 태례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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