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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Apr 18. 2024

132화 조선대악귀전 - 북방악신 윤대감 1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콰르르르르’


아니나다를까 겸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북악산 중턱이 또다시 폭발하듯 터지더니 집채만 한 구덩이가 생겼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곧장 백화가 튀어나오더니 이무량을 향해 벼락같이 날아왔다.


“이무량! 이 자식..!”


북악산의 화기로 인해 온몸이 검붉게 타오른 백화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는지 오른 주먹에 모든 영력을 실어 이무량의 얼굴에 날렸다.


“합배상..!”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백화의 영력이 이무량의 합배상에 들어맞자마자 둘 사이에 북악산 보다 높은 충격파가 터졌다.


이로 인해 사방의 공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출렁거렸는데 이 충격파는 하늘 높은 곳까지 날아올라가 그 위의 구름마저 헤쳐놓을 정도로 엄청났다.


“크아아악..”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앙’


자신의 힘을 갑절로 돌려받은 백화는 도로 북악산으로 날아가더니 땅에 처박히고 말았다.


“우와앗..! 이무량..”


‘악신들 마저 이렇게 제압하다니.. 이무량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선준은 이미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싸움판이라 이무량을 엄호하거나 보호하는 역할이라도 하려 했지만 지금으로선 그마저도 필요 없어 보였다.


백화는 순식간에 역으로 돌려받은 충격파의 여파로 산 중턱에 처박힌 채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의 주위에는 어느새 수사와 정적이 나타났다.


둘 역시 오만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그저 분노에 찬 얼굴로 이무량과 일행을 바라볼 뿐이었다.


“백화, 괜찮아? 너까지 당하면 어떡하냐.”


그러자 백화는 만신창이가 된 채로 미소 지었다.


“저 새끼. 재밌는 놈이야. 저승의 신들이 이무량을 거두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마치 윤대감이 이만큼 클 수 있도록 둔 것처럼 말이야.’


“그래도 그렇지. 저 녀석.. 기껏해야 대악귀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강한 거지? 우린 신급이잖아..!”


정적은 답답했다. 신급이 된 후 이렇게 무기력한 기분은 처음이었다.


“수사, 정적. 내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그저 신급의 악신이야. 신은 아니라는 말이지.”


“백화,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해. 솔직히 저승 입구의 사천왕만 해도 모두 신들이잖냐. 우리 셋, 아니, 북방악신까지 넷이 덤벼도 지국천님의 발가락도 못 따라갈 텐데 뭘 그래.”


백화는 냉철하고 냉정했다. 지금 이무량이 자신들보다 강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면 그를 제압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럼 어떡해? 지금 저놈은 우릴 다 저승으로 넘길 판이라고..”


“… 윤대감은 어찌 됐어? 북방이 된 건가..?”


그러자 수사가 입을 열었다.


“응. 다행히 흑렴의 영물과 영품 그리고 영술까지 모두 다 들어맞았어. 마치 원래 자기 것처럼 꼭 맞더군.”


‘툭툭’


백화는 다시 정신을 차렸는지 자리에서 털고 일어났다.


“솔직히.. 나도 오늘 엄청 놀랐네. 인간계와 영계에 우리를 제압할 정도의 영력자가 있을 거라곤 생각한 적이 없잖아?”


“그렇지.”


그러자 백화의 표정은 다시 진지해졌다.


“이무량은 지금 이승과 영계에서 그를 능가할 자가 없어 하지만 사방악신 넷이, 그것도 이제 막 악신을 단 윤대김까지 가세한다면 이무량도 버티지 못할 거야.”


“흑렴이 저승으로 잡혀간 게 난 아직도..”


정적이 자못 의아한 표정을 하자 백화가 말을 끊었다.


“그건 우리의 권한 밖의 일이야. 흑렴이 욕심을 부린 것도 있지.”


백화의 말에 수사와 정적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이무량이 활짝 웃으며 소리쳤다.


“뭐가? 악신들이 모두 제거된 거야?”


이무량의 쾌재에 겸세가 반색을 하며 물었다.


“아니, 그건 아닌데. 이제 내 영체가 완전히 돌아왔다고..!”


그러자 겸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무량을 바라보았다.


“너, 혹시 다시 내 몸으로 안 돌아올 생각은 아니겠지?”


“에에이, 아니지. 그냥 아주 오랜만에 내 몸도 찾고 불의 기운까지 찾고 나니까 옛날 생각이 나서 그런 거지. 말 그대로 천하무적이던 호시절.. 후후”


“야, 너한테는 호시절이었겠지만 이 땅의 사람들에겐 최악의 기억들이야. 니가 쌓은 업을 다 풀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다.”


“아.. 암튼! 내 말은 이제 내 업보를 풀기 위한 몸이 준비되었다.. 뭐 그런 말이지.”


그때 선준과 정법이 다가왔다.


“악신들은.. 모두 제거된 건지요?”


“아뇨. 그들은 신급이라.. 제압만 했을 뿐 이승과 영계에 아주 오래도록 존재할 겁니다.”


그때 풀숲에서 길달이 튀어나왔다.


“겸세, 이무량!”


“어, 길달님?!”


겸세가 아직 무사한 길달을 반겼다.


“어서 피해야 합니다!”


길달의 호들갑에 모두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무량이 삼방악신들을 모두 제압했는데..”


“놈들은 멀쩡해요. 단, 셋이서 이무량을 못 이겼을 뿐이지. 셋이 동시에 덤비면 이무량도 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일이 났소.”


“더 큰 일..?”


“뭔데 그러오?”


겸세와 선준은 길달이 이렇게 다그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윤대감, 윤대감이 다시 돌아왔소.”


그러자 이무량이 답했다.


“그깟 윤대감, 내가 다시 잡아서 이번에는 저승으로 보내버리면 되지.”


“윤대감이 북방악신이 되어서 돌아왔단 말이오..!!!”


“뭐어..?!”


“북방악신..!!”


길달에 따르면 사방악신들 간에도 급이 존재했다.


남과 북을 담당하는 악신이 가장 강력하다고 전해졌고 그다음이 동과 서를 담당하는 순으로 그 급이 나뉜다고 했다.


“그럼.. 윤대감이 더 강해졌다는 말인가?”


“네. 그리고 흑렴의 영물, 영품 그리고 영술까지 모두 흡수했다고 하니 지금 당장은 백화보다 강할 거요. 즉, 넷이 한꺼번에 덤비면 이무량도 감당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이에 정법이 끼어들었다.


“아니, 길달,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혹시 방도가 있나?”


“왕도깨비도 거의 회복했습니다. 물론, 저도 도울거구요. 여기 살아남은 자들이 전력을 다해 이무량과 함께 싸워야 합니다.”


“젠장할.. 결국 이번 복수에 나는 제대로 도움조차 주지 못한 건가..”


선준은 다시 한번 무기력함을 느꼈다.


그토록 원하던 복수는커녕 이제 윤대감은 더 큰 악신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거대한 싸움에서 자신은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았다.


그러자 정법이 선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선준, 이제 윤대감, 아니, 북방악신은 우리 모두의 원수니 어떻게든 처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구.”


“껄껄껄껄껄. 으하하하하하하”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이무량이 갑자기 호탕하게 웃었다.


“이무량, 넌..”


“다들 뭐가 그리 걱정이야. 뭐, 죽으면 저승에 가겠지. 그리고 사방악신..? 이제 내가 다 제압할 수 있어. 걱정 마.”


이무량은 아주 오랜만에 온몸에 영기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내가 과거 수백 년 간 최악의 악귀였던 건 맞아. 그땐 뭐랄까.. 철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무슨.. 철이 수백 년 만에 드냐.”


겸세가 이무량 옆에서 투덜댔다.


“아무튼, 괴롭히고 죽이고 저주 내리고.. 이게 다 이젠 재미도 없고 부질없더라고. 난 인간의 선함이 위선이라 생각했거든.”


겸세는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 처음 듣는 이무량의 고백에 자못 진지해졌다.


“솔직히 말해봐. 너 봉인됐을 때 지국천님이나 다른 사천왕을 만났지?”


“음.. 뭐.. 만나긴 했지. 그런데 저승으로 갈 줄 알았는데 날 다시 이승으로 보내시더라구.”


“이것 봐, 이것 봐. 그래 뭔가 큰 계기가 있었겠지.”


“암튼!”


이무량은 겸세의 잔소리를 끊기라도 하듯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난 이제 덕을 쌓아야 해. 큰 일을 하면 큰 덕이 쌓이니, 이참에 악신들을 다 저승으로 보내버리면..”


“아마 그건 힘들 거야.”


야심만만한 이무량의 생각에 정법이 입을 열었다.


“이무량, 자네가 덕을 쌓아야 하는 것도 맞고 덕을 쌓으면 저승에서 편히 다음 단계를 누리고 선택할 수 도 맞지. 우린 모두 수련하는 영들이니까. 그런데 이승과 영계에 걸쳐 존재하는 악신들을 제거할 순 없어. 만에 하나, 정말 강력한 자가 악신들을 강제로 소멸시킨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다른 누군가가 대체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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