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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Apr 21. 2024

134화 조선대악귀전 - 북방악신 윤대감 3



‘휘이익’


‘쩌어억’


귀마도의 천절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공간이 찢어진 듯 새파란 잔흔이 남았다. 그곳에 무언가 있었다면 설사 그게 신급이라도 반으로 잘렸을 게 분명했다.


‘휘릭’


‘팟’


이무량은 반사적으로 귀마도를 뒤로 쥐고 후방을 찔렀다. 그러자 뭔가 둔탁한 것에 귀마도가 막혔다.


윤대감의 진짜 영기를 파악한 이무량은 더 이상 그에게 속지 않았다.


“화형! (火刑)”


순간 이무량의 왼편에서 엄청난 불길이 그를 향해 솟구쳤다.


이 무량은 뒤로 공중 제비를 돌며 잽싸게 이를 피했다. 그리고 곧장 불길이 날아온 곳을 향해 날아갔다.


‘빠악. 퍽퍽’


‘팍. 팍팍’


‘옳지. 이제 감 잡았다.’


이무량은 윤대감이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자마자 손을 뻗어 윤대감을 팔을 움켜쥐었다.


‘어엇.’


“잡았다, 요놈!!!”


‘휘이익.’


‘콰아앙’


이무량은 윤대감을 휙 하고 끌어당기더니 무지막지한 힘으로 윤대감을 들어 매쳤다.


“끄아아아아..”


윤대감은 악신이 된 이후 처음으로 고통이란 것을 맛봤다.


‘제, 제길.. 악신도 아플 수 있는 건가..?’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그의 얼굴과 가슴으로 이무량의 무수한 주먹과 발이 날아왔다.


‘파바바바박. 퍼버버버벅’


‘빠악. 빠악. 빠가악’


윤대감은 이무량의 연속된 공격에 무기력하게 얻어맞더니 마지막 발차기에 몇 장이나 뒤로 날아가 버렸다.


‘허허억.. 이럴 수가. 난 악신인데.. 제기랄, 이무량이 원래 이 정도로 강했나?’


삼방악신들은 멀찌기서 이를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 짓고 있었다.


자신들도 이무량에게 당했으면서 새롭게 승격된 북방악신인 자신이 당하는 걸 웃으며 바라보는 모습이 영 탐탁지 않았다.


‘파앗’


윤대감은 이판사판인 심정으로 다시 이무량을 향해 튀어나갔다.


“절단! (切斷, 사지 또는 특정 부위를 끊어버리는 기술)”


윤대감은 이를 갈았다. 명색이 악신이 되었는데 한낱 악귀에게 당할 수는 없었기에 자신이 사용했던 기술은 모조리 다 써볼 심산이었다.


‘휘리릭. 휘리릭’


‘파바박. 파바바박’


‘핑. 핑핑’


하지만 이무량은 그저 맨손으로 윤대감의 절단 공격을 모두 받아 쳐냈다. 이무량이 쳐내자마자 주변의 높다란 나무 수십 그루가 절반으로 뚝뚝 썰려 굉음을 내며 쓰러졌다.


윤대감은 당황스러웠다. 순간 이제 어떤 기술을 써야 할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더 없지? 그럼 간다.”


이무량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달려갔다.


“격파공!”


이무량은 벙찐 얼굴이 된 윤대감에게 쏜살같이 날아가더니 묵직한 주먹으로 윤대감의 복부를 힘껏 날렸다.


‘뻐어어어억’


“끄어어어어..”


윤대감의 몸은 거의 앞으로 반이 접힌 채 날아가다 그대로 사정없이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불의 기운을 되찾은 이무량은 전성기의 힘을 능가했다.


“백화, 이제 슬슬 우리가 끼어들어야겠는데? 저러다 윤대감 끝장나겠어.”


백화 역시 수사의 말에 동의했다. 이쯤 되면 이무량과 윤대감의 능력에 대한 확인과 검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자, 가자.”


백화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셋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무량은 귀마도를 꺼내 들고 윤대감의 몸통에 천절기를 정통으로 날리려 던 참이었다.


‘팍. 팍. 꽈아악’


갑자기 이무량의 양팔이 돌처럼 굳어버렸다. 그리고 등에 무언가 매달린 채 팔다리로 가슴과 하체를 쥐어짜듯이 압박해 왔다.


‘뭐, 뭐야. 으으윽.. 이거 도대체 뭐야..?!’


"흐흐흐. 이제 재롱 잔치는 끝났다."


이무량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악신 놈들인가?'


"으윽. 으으윽."


이무량은 온 영력을 끌어모아 사지를 움직이려 했지만 악신 셋이 달려들어 양팔과 다리 그리고 몸통을 붙들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왜? 이무량. 이제 할 수 있는 게 없어? 네가 아무리 뛰어나봤자. 악신들을 모두 제압할 순 없어. 말했잖아. 우리는 우리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깔깔깔깔깔."


이무량은 허공에 매달린 채 마치 온몸이 얼어붙은 듯 꿈쩍도 할 수 없었다.


"이 삼방악신놈들..!!!"


"아재, 이무량이 뭔가에 붙들렸나본디요."


"맞아. 분명 악신들일텐데.."


곧 은진이 다가왔다.


"제가 이무량에게 황천경을 날려볼게요. 이무량도 같이 끌려가겠지만 악신들을 저승으로 보내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요..?"


은진의 말을 그럴듯했지만 그게 통할 판은 아닌 듯 보였다. 하지만 할멈 없이 홀로 남은 정법은 물론이고 귀신들을 움직이는 귀로와 자령 역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들 모두 너무나도 강력한 영력체들의 싸움 앞에 한없이 무력함을 느꼈다.


"아.. 왕도깨비는 어디로 갔당가요..”


"왕도깨비도 타격이 클 거야. 필시 이유가 있겠지."


선준은 순간 머릿속에 뭔가 번뜩이며 스쳐 지나갔다.


‘이 무량은 지금 삼방신에게 붙잡혔다했다. 그렇다면 윤대감은..?! 아뿔싸, 윤대감을 놓치고 있었어.'


선준은 얼른 일령을 거머쥐고 바위 뒤에서 튀어나왔다.


'나를 위해 어머니가 가셨고, 우리를 위해 이무량이 고통받고 있는데 이렇게 내 몸만 숨길 수만은 없어.'


"아재..!"


"자야, 넌 은진씨와 있거라."


선준은 산 중턱으로 뛰어 올라갔다.


'악신이 되자마자 이무량에게 만신창이로 당했으니 재정비를 위해 어딘가에 숨었을 텐데.'


선준은 일령을 꼭 쥐고 윤대감의 기운을 찾기 위해 집중했다.


악신이 된 윤대감은 역시나 넘치는 악영력을 여기저기 뿜어내며 전열을 가다듬는 중이었다.


'저 찢어 죽일 놈. 내 한 목숨 바쳐도 좋으니 같이 죽자, 윤대감..!!!'


선준은 윤대감이 눈치채지 못하게 산기슭을 따라 조금씩 올라갔다.


'할멈이 그랬지. 일령은 방어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고.'


선준은 지금껏 자신이 만들어본 방어 주문과 공격 주문을 복기했다. 윤대감에게 제대로 된 일격을 가하려면 치밀한 주문들의 조합이 필요했다.


'방 防, 우선 나와 윤대감이 들어갈 방어구를 만들어야 한다. 놈이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방어구.'


'합 合, 내 몸과 윤대감을 꼭 붙여놓아 떨어지지 못하게 한다.'


'폭 爆, 그리고 그 안에서 가장 강력한 영력을 터뜨린다.'


선준은 마음먹었다. 자신의 몸을 갑주로 보호한 뒤 방어막 안에서 일령의 폭을 터뜨릴까 생각도 했지만 그럴 경우 일령의 힘을 나눠야 한다.


그렇다면 일령으로부터 최대치의 힘을 끌어낼 수 없었다.


'그냥 이대로 가자. 어설프게 내 몸을 보호해 봤자 윤대감만 살리는 꼴이 될 거야. 어차피 윤대감에게 복수하는 것이 일생의 목표였으니 미련도 후회도 없다.'


선준은 비로소 윤대감 앞에 섰다.


붉은 기운으로 활활 타오르는 북방악신.


악신의 영물과 영품들로 회복 중인 윤대감은 어느새 악의 정점에 다다랐다.


비로소 북방악신으로서의 위용을 갖춰가는 중이었다.


"쓸데없는 짓이야. 이제 날 막을 순 없다. 그래도 내 혈육이라 보내줄 테니 그만 물러나라."


"헛소리 마라."


선준의 두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불타올랐다. 비로소 그때가 온 것이다.


---


"무량극참..! (無量極憯, 이무량의 삼대 필살기. 상대를 가장 끔찍하고 고통스럽게 죽임)”


온몸이 사로잡혀 꼼짝을 못 하던 이무량이 별안간 큰소리를 질렀다.


'무량극참이라면..'


정법은 귀에 익은 주문을 듣자마자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모두 엎드려!!!"


'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휘휘휘휘휘휘휘휘휘휙'


갑자기 하늘을 찢는 듯한 소리가 천지를 울리더니 사방의 빈 허공에서 제각기 다른 크기의 손이 수 백 개가 튀어나왔다.


"붙들리지 않게 조심해. 저것들은 모두 혼백을 끌고 가는 놈들이야!"


이미 오십 년 전에 이무량과의 격투 경험이 있는 정법이 소리쳤다.


이윽고 수백 개의 손에 달린 수천 개의 손가락 끝에 뾰족한 바늘이 돋아났다.


거대한 손가락에서 돋은 가시 하나는 성인 다리통보다 두꺼웠는데 그 가시에 찔리기라도 하면 몸통에 커다란 구멍이 날 판이었다.


'스으윽'


'쿠오오오오오오오오'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박'


뾰족한 손들은 삽시간에 이무량을 둘러싼 악신들을 향해 날아가더니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악신들의 영체를 찔러대기 시작했다.


'슈슈슈슈슈슉. 슉슉슉슉슉.'


‘파바박. 파바바바박’


악신들의 영체에 순식간에 수백 개의 구멍이 뚫렸다. 제아무리 악신들이라지만 이런 고통은 견디기 힘들었다.


"끄으으.. 수사.. 난 더는 못 버티겠어."


이미 영체에 수백 개의 구멍이 난 정적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수사 역시 주체하기 힘든 고통이었다.


"다들 조금만 버텨라. 이무량은 어쩌면 우리 생각보다 더 질긴 놈이야. 북방이 정신을 차리고 올 때까지 조금만.."


백화 역시 버거운 건 마찬가지였다.


점점 이무량을 꽉 쥐고 있는 팔과 다리의 영력이 풀리기 시작했다.


이무량은 다시 자신에게 기회가 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좋아. 생각대로 되어가고 있어. 흐흐’


이무량의 삼대 필살기 중 두 번째로 손꼽히는 무량극참은 이름만큼이나 끔찍한 힘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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