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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Apr 23. 2024

135화 조선대악귀전 - 무량공전



"으어어.. 어어어."


윤대감이 손을 뻗자 선준의 몸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일령은 꼭 쥐고 있었다.


'휙'


'슈우우우웅'


'콰아앙'


"크아악.."


선준은 어느새 바위 산으로 날아가 부딪혔다. 극심한 고통이 선준의 등허리를 타고 내려왔다.


'제길..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슈와악'


윤대감은 쓰러진 선준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거침없이 날아갔다.


곧 오른손을 검붉은 날카로운 칼날로 만들더니 곧장 이무량을 향했다.


'슈아앙'


'파앙'


'슈아앙'


'파앙'


무량극참이 만든 거대한 손들이 윤대감에게 날아왔지만 윤대감은 이를 슥삭 슥삭 순식간에 베었다.


“옳지. 북방이 온다. 이제 적응이 되었나 봐.”


이무량은 영력 운용에 더 집중했다. 무량극참의 거대한 손들이 삼방악신을 하나하나 집어내어 자신의 몸에서 떼어낼 요량이었다.


‘이 씨.. 악신들. 신급이라그런지 끈질기긴 하네. 지금이 그래도 내 능력의 최고치인데.’


지상의 겸세 역시 이를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이무량을 자신의 몸 안에 가두고 평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 자신의 업이었고 이를 해내야 덕을 이룰 수 있었기에 행여라도 이무량이 당할까 봐 노심초사했다.


게다가 이무량과 십수 년 넘게 함께 지내다 보니 뭐랄까 우정 또는 전우와 같은 감정이 들어서인지 이무량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무량.. 자식아, 조금만 더 버텨’


윤대감이 날카로운 칼날을 이무량을 향해 내리친 순간이었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지지직’


‘엇!!! 뭐야, 이건’


윤대감의 칼날이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장막에 가로막혀 코앞에 둔 이무량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놀란 건 이무량도 마찬가지였다.


‘뭐야.. 내가 막은 건 아닌데?’


무량극참의 손들은 이제 삼방악신들을 이무량에게서 반쯤 떼어냈다.


‘파아앙. 지지직. 파아앙. 지지직’


윤대감은 마치 거대하고 강력한 벽에 갇힌 것처럼 더 이상 나아가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허공에 헛칼질만 해댈 뿐이었다.


‘어..! 선준, 저 양반이..?’


이무량과 겸세는 동시에 윤대감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선준을 발견했다. 선준은 양손에 일령을 꼭 붙들고 일령의 방(防) 주문에 모든 영력을 쏟아부어 강력한 방어막을 만들었던 것이다.


“하아, 난 또 뭔가 했네. 어이, 증손자, 내 자손이라는 새끼가 감히 할애비를 방해해..!”


하지만 선준은 그저 자신의 주문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일령, 합 (合)!!”


선준은 사활을 걸었다. 이 날, 바로 지금, 윤대감에게 복수하는 이 순간을 위해 지금껏 살아왔다.


윤대감과의 영력 차이는 엄청났지만, 자신에게는 일령이 있었고, 한 때 이무량까지 제압했던 일령 안의 호령, 자겸, 태례의 영력에 모든 걸 걸어보기로 했다.


‘할멈이 옳았어. 일령은 역시 방어력이 훨씬 뛰어나..!’


일령의 방어력을 역으로 이용한 선준은 윤대감을 막는 게 아닌 그 안에 같이 가둠으로써 이무량을 보호했고 이무량이 회복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 이제는 자신의 온몸을 윤대감에게 던지기로 했다.


‘슈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선준이 합 주문을 외자마자 그의 몸은 윤대감에게 쏜살같이 날아갔다.


‘어허, 어리석은 놈. 저런 것도 내 자손이라고 쯧쯔. 그래 와서 죽고 내게 흡수돼라!’


윤대감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선준을 향해 새빨갛게 불타오르는 칼날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것까지 예상 못한 선준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마지막 계획이 있었다.


이무량은 정면에서 날아오는 선준의 눈에서 죽음을 불사한 광기를 느꼈다.


촌각을 다툴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였다.


선준이 윤대감의 몸에 들러붙는 순간 선준은 마지막 주문을 욌다.


“일령, 폭체!!! (爆體, 일령 안의 영들의 기운은 한꺼번에 발산하며 대폭발을 일으키는 공격)”


‘뭐야.. 이건?!’


선준의 몸이 윤대감의 칼날에 닿기 전, 태양보다 곱절은 밝은 빛이 번쩍이더니 우레보다 훨씬 큰 굉음이 터져 나와 북악산 자락 곳곳에 울려 퍼졌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파아아아아아아앙’


‘퍼어어어어어어어엉’


“아.. 아재에!!!”


행장이는 허공에서 터진 엄청난 폭발과 함께 화염 속으로 사라진 선준을 보며 울부짖었다.


일령 폭체의 폭발음은 이무량의 무량극태보다도 더 컸다.


하지만 선준이 미리 만들어둔 일령의 방어막 내에서 폭발한 거라 폭체의 화염이나 영력은 조금도 바깥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곧 양팔로 얼굴을 감싸 쥐고 막은 윤대감의 모습이 드러났다.


지상의 남은 사람들은 선준을 찾으려 사방을 둘러봤지만 윤대감 주변은 물론 근처에도 아무도 없었다.


“아재.. 아재..!!!”


이무량은 어느 새 자유로워졌다. 무량극태의 손들은 이미 삼방악신을 꽉쥐어 떼어냈고 윤대감은 무방비 상태였다.


‘선준이.. 이렇게까지 한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끝내자. 내 온 힘을 한방에 쏟아붓자. 그래, 이 참에 덕 좀 쌓아보자..!’


이무량은 양팔을 모았다. 오십 년 전 대악귀전에서도 사용하지 않은 기술, 수백 년 전에나 써본 자신의 최대 기술을 구사할 참이었다.


‘제발 제대로 먹히길.’


“무량공전!!! (無量空前, 이무량의 삼대 필살기 중 하나. 말 그대로 이무량 필살기 중 최고의 궁극기. 자신이 지정한 모든 것을 저승 입구로 보내버린다.)”


‘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아아아앙’


이무량의 주문이 입에서 튀어나오자마자 허공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은 짙은 밤하늘보다 까맣다 못해 이를 보고 있자면 마치 그 빛깔에 홀려버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몽환적인 힘이 있었다.


동시에 주변에 태풍처럼 거센 바람이 일었다. 지상의 남은 자들은 저마다 나무 둥치와 가지를 붙들고 버텼다. 그 바람은 지상의 모든 것을 구멍에 쏟아 넣기라도 하듯 하늘을 향해 강력하게 불어닥쳤다.


커다란 검은 구멍은 모든 걸 삼키려는 듯 주변의 것들을 흡입하고 있었다.


“이야아아아!!!”


이무량이 거세게 소리치자 구멍은 한층 더 커졌다. 그리고 흡입력은 더욱 강력해졌다.


“으으으, 수사, 백화..!!! 끄아아아아.”


무량극태의 손에 붙들려 겨우 버티고 있던 정적이 먼저 무량공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백화와 수사는 겨우 버티고 있었지만, 그들이 빨려 들어가는 것 역시 시간문제였다.


‘미.. 미친놈이야. 어째서.. 어째서 우리들이 이렇게..’


윤대감은 이미 구멍 앞까지 끌려갔다. 하지만 그 역시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모든 영력을 끌어모아 버티는 중이었다.


“어, 잠깐만.. 저, 윤대감 등에 뭔가 있잖아.”


정법의 말에 다들 겨우 고개만 빼꼼히 내밀어 무량공전의 검은 구멍 주변에서 버티고 있는 윤대감을 보았다.


“어..! 아재, 아재 다요!! 아재가 아직 살아있다요!!”


“이무량..! 이무량!! 윤대감에 등에 선준이 매달려있어!”


“야, 이무량, 선준이 위험해!”


‘응?’


하지만 이무량은 저들이 뭐라고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크아아아아”


‘쿠우웅’


갑자기 허공에서 왕도깨비가 튀어나왔다. 심각한 부상을 입고 사라졌던 터라 이렇게 빨리 나타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왕도깨비님!!”


행장이가 반갑게 부르자 왕도깨비는 행장이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바로 수사와 백화에게 달려갔다.


‘턱, 턱’


왕도깨비는 곧장 수사와 백화의 멱살을 쥐었다. 둘 다 이무량의 무량극태의 손에 붙들린 상황이라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무량공전의 바람은 여전히 억셌다. 자칫 방심했다간 왕도깨비마저 빨려 들어갈 판이었다.


“이무량!”


왕도깨비가 두 악신을 손에 쥐고 이무량을 불렀다.


“왜 그래? 나 지금 집중하는 중이야.”


그러자 왕도깨비가 씨익하고 웃어 보였다.


“이 둘은 내가 끌고 갈 테니 윤대감을 부탁해. 그럼.”


왕도깨비는 그렇게 한마디만 남긴 채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쉬이이이잉’


왕도깨비는 양손에 두 악신을 들고 무량공전의 거센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순식간에 검은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휘리리리리리릭’


‘파앗’


“어.. 어!! 왕도깨비니임!!!”


행장이가 소리를 질렀지만 왕도깨비는 이미 두 악신과 함께 검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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