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천병 완치 방법
창업을 시작할 때 누구나 그러하듯 원대한 꿈이 있었다. 내가 창업을 시작했을 때인 2020년에는 유튜버 신사임당 등을 필두로 '세상에서 가장 돈 벌기 쉬운 시대'라며 누구나 창업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회적 풍조가 막 형성되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 때부터였나 싶다. 월천병이 돌기 시작했던 때가.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그 영향을 좀 받았던 것 같다. 퇴사를 앞둔 그 당시 회사에 소속되어 노동하는 회사원들을 바보라고 생각했었다. 특히 매일 매일 회사에 대한 욕을 하면서도 꾸역꾸역 다니는 회사 동료들을 속으로 무시하기도 했었다. 아마 실제로 내 눈빛에서 그 마음이 드러났을지도 모르겠다.
그 마음은 창업을 한 지 1년도 안되어서 완전히 바뀌었다. 착실히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을 무시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그 뒤부터는 친구들을 만나서 농담삼아 회사를 다시 다니고 싶다며, 회사가 최고라고 말하고 있다. 이쯤되면 의문이 들 수 있겠다. 창업이 잘 안되니까 태세 전환하는거 아닌가?하는 의문. 아니라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나는 3년 6개월 동안 이렇다할 휴식 없이 최선을 다해 일을 했다. 출산을 하고도 산부인과에서 제안서를 만들었다면 내 말의 신빙성이 있으려나. 내가 속한 분야에서는 리딩업체가 된 것도 같다. 누구보다 다양한 시도를 했고 우리 서비스를 그대로 따라하는 후발주자들도 많이 생겨날 정도로 열심히 해왔다. 3년 연속 문체부의 지원사업을 받기도 했고, 투자를 받지는 못했지만(내 사업의 경우 시장이 너무 작아 투자는 현재 포기한 상태이다.) 주요한 투자사들과 미팅도 몇 차례 진행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직 회사를 다닐 때처럼 돈을 못 벌고 있다. 회사 전체로 봤을 때 재정적으로 +가 된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월 매출은 1000~2000 사이, 그것마저도 나가는 비용을 모두 제하고, 내 급여를 내 연차와 시장에서의 임금으로 치면 아직도 마이너스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내 급여를 회사를 다닐 시절의 절반 이하로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제 월천병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이야기인지 알고 있다. 게다가 수익 자동화(?)라는 말. 이것만틈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없다. 자동화된 수익은 한 두달 정도, 길면 3개월 정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논란이 되는 유튜버들의 고가의 전자책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가장 쉽게 전자책 등을 팔아서 자고 일어나면 팔려있는 수익들을 자동화라며 월에 천을 번다는 사람들의 말은 일단은 거르는 것이 맞다. 심지어 전자책에 담은 내용이 알맹이가 없는 경우라면 더 그렇다.
나 또한 굉장히 잘 되는 상품들을 만들어 봤다. 하지만 그것 또한 상품의 신선도가 떨어지면 인기가 식고 매출이 줄기 마련이다.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는 삼성의 스마트폰이 왜 갤럭시 7, 8, 9, 10, 21, 22,,, 25까지 일년도 안되어 신제품이 나오는지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수익 자동화를 울부짖는 유튜버들의 논리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고 부자인 이재용도 수익 자동화를 못한 사람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최고 기업도 부단히 계속해서 상품을 리뉴얼하고 판매하고 실패하고 성공한다. 그런데 아주 작은 단계의 사업을 하는 우리의 사업이 지속적으로 자동으로 돈을 벌어주는 걸 바라는 것은 동화 속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바라는 것 만큼 무지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까.
오늘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실행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실패하고 성공할 뿐이다. 월천병을 완치하고 싶다면 그저 실행하고 실패하고 성공하는 방법 뿐이다. 그게 내가 3년 6개월 동안 내 일을 하며 느낀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