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3년 9개월 만의 휴식
제목 그대로다.
얼마 전 팀원이 한 명만 남았다는 글을 썼었는데, 그 나머지 한 명의 팀원과 이별을 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내가 먼저 이별을 고했다. 사업이 망했냐? 생각이 들겠지만 애석하게도 망하는 것도 매우 어려웠다. 차라리 깨끗하게 망해버렸다면 미련도 없이 그만뒀을 텐데 말이다. 다만 작년 말부터 응급실과 입원을 반복하는 나의 보물 아기를 육아하며 체력이 말도 안되게 떨어진 것, 그로 인해 내 사업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하게 되어 팀원이 힘들게 일했지만 그럼에도 내가 하는 역할들을 충실하게 이행하지 못했기에 수익성이 잠시 떨어진 것, 그리고 여기저기 우후죽순 가격 후려치기로 만들어지는 카피캣들로 인해 이 사업에 매우 질린 것이 원인이었다.
나는 일단 팀원에게 이러한 상황이니, 팀원 당신도 더 좋은 곳 혹은 자신의 사업을 해보는 것이 더 좋을 거 같다고 이야기 했고, 함께 하던 예술가들에게도 메일을 돌렸다. 아직 영원한 폐업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두 세달 정도 휴식기를 가지며 마음의 여유, 그리고 여유에서 나오는 올바른 판단력을 회복하려고 한다. 휴식기를 가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후련하면서도 내가 근 4년간 이뤄낸 것이 없는 것만 같아서 우울하고 또 우울했다. 창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베스트 시나리오만을 염두했었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긴 했지만, 생각만 했고 사실은 베스트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내가 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사실 올해 초부터 이제 어린이로 향해가는 아이를 키우며 육아의 난이도가 상승하게 되었고, 사업을 어찌해야하나 고민이 많이 되어 며칠에 한 번 꼴로 눈물 바람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 자신에 고통스러워 했었다.
그래서 그만 두는 것에 대해 나 혼자 그리고 남편과 함께 정말 고민을 많이 했는데 (거의 1년은 한 것 같다) 그만 하겠다는 결정은 단 십 분도 안되어 결정하게 된 것 같다. 아침에 팀원의 장문의 카톡이 와있었기 때문이다. 한 두번 받는 카톡이 아니었기에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고 팀원과 논의해 마지막 근무일을 정했다. 그리고 지난 주 금요일 마지막 남았던 팀원의 근무가 종료되었다. 그리고 우리 팀방에는 나만 남게 되었다. 매번 팀원들과 이별할 때마다 느꼈던 공허함이 몇 배는 크게 느껴졌다.
사실 운영 효율화 작업을 미리 해둔 상태라 1인으로도 어느정도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고(알바를 써야할 수는 있겠다), 1인으로 운영했을 때 수익성이 확실히 올라갈 것이지만 나는 일단 쉬기로 했다. 단 몇 달이라도 여유를 회복하고 싶다. 매 달 고객을 모으기 위해 전전긍긍하던 관성에서 벗어나 멀리서 나를 바라보기로 했다. 물론 이 결정을 내리는 것은 너무나 힘들었다. 운영 3년차가 지나서야 가능해지긴 했지만 지금은 안정적인 매출이 나오고 있고, 나 또한 한 가정의 한 경제적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영 그만두든 잠시 그만두든 고객들은 금방 떠날 것이다. 충성 고객이라고 믿었던 고객들도 아마 대부분 다른 곳으로 떠날 거다. 그렇기에 어찌됐든 휴식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 그만두기로 결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성장 가능성
- 하루가 다르게 비슷한 포맷, 비슷한 컨셉으로 진행하는 서비스들이 생겨난다. 대부분이 개인이 하는 곳으로 (기업이 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조차 규모가 크지 않다) 규모는 작지만 개수는 정말 많다. 진입 가능성이 낮은 서비스이다보니 경쟁사가 정말 많다. 그러나 그 경쟁사가 정말 다 작다. 그래서 이 서비스를 지속 했을 때 이 분야에 있어서 1위 기업이 된다 해도 내가 목표했던 수준으로 까지 갈 수는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2. 에너지의 유한함
당장 월급이 아쉬워서 몇 개월 혹은 몇 년 더 지속할 수도 있을거다. 하지만 나는 현재 육아 중이다. 너무나도 소중한 아이와의 시간에 일로 인한 압박감, 일로 인한 피곤함을 느끼고 싶지 않다. 사실 나는 육아를 하면서 일을 하는게 절대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한다. 사실 일을 하면서 육아를 하는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출퇴근이 명확한 일이어야 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내 사업이다보니 CS, 주문, 홍보 등 계속해서 일 생각을 하게 되고 실제로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아무래도 내 정신이 온통 일에 쏠려있어 아이와 놀아주면서도 일이 주는 압박감을 크게 느꼈다. 그리고 이는 바로 아이에게 드러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3. 다른 시도 (사이드 프로젝트)
한계가 보이는 사업을 이어나가기보다, 이 경험을 삼아 다른 시도를 해보는 것이 더 좋을 거라고 판단을 했다. 지금 내 상황은 내가 회사를 다닐 때 창업을 할까 말까 했던 때와 비슷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회사를 더 다녔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서 이번 결정이 조금 늦어진 경향이 있다. 지금 내가 또 다른 시도를 한다고 결정하면 몇 년 뒤 내가 이 결정을 후회할 것 같아서이다. 하! 하나의 우물을 작살나게 팔 것 인가, 여러 우물을 깨작댈 것인가 정말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은 나는 여러 우물을 파보려고 한다. 하나의 우물을 치열하게 파 보았으니 다음 우물은 적어도 조금 더 스마트하게 팔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는 아직 미정이다. 그걸 찾기 위해 나는 내 사업의 과정을 낱낱이 복기하는 과정을 거치려고 한다. 브런치와 유튜브를 통해서.
그렇다. 결정을 했다.
대학교 입학 이후 휴식 없이 채찍질하며 달려온 나에게 주는 안식년이다.
나의 지난 시도들을 기록하며
현재에 감사하고 지금을 충실히 보내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