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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스키 Feb 14. 2022

인증을 하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하나요?

일상 끄적끄적 #1

 

"난 1주일에 한 번 세차장 가서 2시간씩 세차를 해"


 유튜브 알고리즘 덕분에 우연히 세차 영상을 보게 된 이후 세차 영상들을 찾아보며 힐링을 하고 있다고 지인에게 얘기했더니 이렇게 답했다. 좋은 차를 사서 요즘에 차를 아끼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1주일에 한번 직접 세차장에서 세차를 한다는 사실은 처음 들었다.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래? 근데 왜 나는 몰랐지?"


 갸우뚱하며 지인이 물었다.


 "그걸 네가 알았어야 해?"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물으니 이상하긴 했겠다. 평소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양한 일들을 공유하기 좋아하는 지인이었기 때문에 의식의 흐름상으로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것을 본 적이 없는 데 언제 세차를 해?'라는 질문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앞뒤를 다 자르고 저렇게 물으니 당황했을 수밖에. 나의 의식의 흐름이었다며 양해를 구하고 다른 질문을 했다. 


 "그럼 세차를 매주 2시간씩 하면서 뭔가를 만들어서 올려? 유튜브나, 인스타나?"


"아니"


"굉장히 좋은 콘텐츠나 기록물이 될 것 같은데 왜 안 해?"


"내가 차 깨끗하려고 세차하는 건데 왜 그런 걸 해야 되는데?"


그러고는 한 마디를 보탰다. 


"어디에 인증을 남기지 않더라도 사람에게 의미가 있는 일들은 있는 거야. 난 그냥 내 차를 사랑할 뿐이야" 


 맞다. 88년생인 내가 살면서 몇 년이나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을 SNS에 공유하고 인증하는 삶을 살았길래 일상을 온라인에 공유하는 것이 디폴트라는 의식의 흐름을 가지게 된 걸까. 요즘 너무 기록이나 퍼스널 브랜딩과 같은 콘텐츠에 지나치게 빠진 여파가 있는 것 같다. 


 그저 매일같이 내가 즐거우면 됐던 일들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네트워크'에 노출되지 않으면 내가 하는 일이 의미가 없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인스타 계정이 없는 사람도 자기의 일을 열심히 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고 있고, 유튜브를 하지 않는 사람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가르치며 사람들을 이끌어 나가는 일을 하고 있을 텐데 말이지. 


 인증하지 않아도 인정받을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너무 플랫폼을 통한 자기 PR의 콘텐츠에 과다하게 노출되었던 탓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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