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스키 Apr 15. 2023

EP.1-1 광고인에서 마케터로

마케터라는 있어빌리티한 직업에 대해 

제가 광고와 마케팅일을 하는 사람이 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IT회사에서 마케터를 하고 있지만, 저는 종합광고대행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광고취급고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는 회사죠. 이 회사에서 6년 반동안 AE로 일을 했습니다. (AE라는 직군에 대한 소개는 다른 에피소드에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20개의 광고주, 50명의 연예인 


 대한민국 1위 종합광고대행사답게 제가 담당했던 클라이언트들은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기업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업종도 금융, 건설, 식품, 기업 PR, 의료, 뷰티 등등 매우 다양했죠. 퇴사할 때 돌아보니 제가 '광고주'라고 연락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한 클라이언트가 20개입니다. 요즘 같은 디지털대행사 중심의 마케팅 시대에서는 한 에이전시에서 담당자가 1년에 열몇 개의 캠페인을 담당하는 것도 보긴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종합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던 때까지만 해도 아직까지 '디지털마케팅'이라는 개념이 크게 부각되지 않던 시기였습니다. 여전히 4대 매체(TV, CATV, 라디오, 옥외) 중심의 1년 단위의 캠페인이 중요했거든요. 제가 담당한 클라이언트 중에서 작은 곳도 1년에 3~40억의 예산을 집행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광고캠페인이라는 것이 지금과는 사뭇 스케일이 달랐습니다. 적어도 한두 달 이상 에너지를 투여하고 캠페인 운영기간도 최소 몇개월 단위로 잡아야 했습니다. 일단 시작하면 한 달만 하기엔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들어갔기 때문이죠. (근데 돌아보면 사실 그때의 노력과 지금의 노력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 광고주가 20개가 모이면 적게 잡아도 500억이 넘는 광고비를 집행한 셈입니다. 


 프로젝트별로 몇 십억 단위의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늘 따라왔던 것은 '광고모델'이었습니다. 기억하실(지모르겠지만..) 예전에는 내로라하는 탑스타들이 광고의 전면을 도배하던 시기였죠. 그래서 새로운 캠페인이라는 것은 곧 '새로운 광고 모델을 찾는다'와 비슷한 뜻이었습니다. 덕분에 당대 최고라고 불리던 배우와 가수들을 만날 수 있었죠. 이렇게 함께 일한 연예인을 세보니 50명입니다. 단순 협찬이 아니라 '전속모델'의 개념으로 만났으니 이 역시도 마케터로서 꽤 남다른 경력이 되었습니다. (연예인과 함께 하는 캠페인에 대한 회고도 써볼 예정입니다.) 


 물론 연예인과의 광고촬영 외에도 수많은 디지털 캠페인 (물론 지금과 같은 디지털 캠페인은 아닙니다.) , 옥외 크리에이티브, 오프라인 프로모션 등을 기획하고 실행했습니다. 지금 돌아와서 생각해 보면 종합광고대행사의 AE로서 '실행했다'라고 하는 것은 지금 제가 하는 일에 비하면 굉장히 얕고 좁았던 것 같네요. 


 위의 얘기들은 '종합광고대행사 AE로서 꽤 바쁘고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배경설명 정도로 봐주시면 됩니다. 당연히 광고주의 수와 광고촬영을 한 연예인의 수가 저의 커리어와 마케터로서의 능력을 증명하진 않습니다. 광고주의 수가 많다는 것, 제가 연예인들과 많은 광고촬영을 해봤다는 이유로 저를 마케터로 뽑아줄 회사는 없죠. 제가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더 중요하니까요.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광고주, 소속사 등)를 많이 만나보았다는 것은 다양한 사건사고에 익숙해졌고, 어떤 변수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맷집이 길러졌다는 것 외에는 사실 큰 의미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후에 생긴 일들입니다. 


 2017년 ~ 2018년 즈음. 업계에 많은 변화가 생깁니다. 대기업들이 탑스타를 기용해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메인이었던 시장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한거죠. 이 변화는 제가 '종합광고대행사'를 떠나 IT회사의 브랜드마케터로 이직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다음 에피소드에 이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