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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Jan 15. 2022

결혼식 주례-2

49명의 하객이 참석한다.
엄선된 49명이라 신랑 신부의 스펙은 이미 다 잘 알고 있는바 주례사에 신랑 신부 신상 털기나 불필요한 개인정보 유출할 필요는 없다.

주례사

오늘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신랑과 신부에게 2가지의 당부의 말을 해주려고 합니다.
첫째, 건강입니다.
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건강이 우선입니다.
신랑 신부가 건강해야 모든 게 가능해집니다.
이는 단지 두 사람의 육체적 건강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건강해야 합니다.
매일 육체적 건강을 위한 자신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가장 손쉬운 투자가 운동입니다.

육체적으로 도 당연히 건강해야지만
정신적으로 도 건강해야 합니다.
좋은 글, 좋은 영상, 좋은 생각을 늘 하시기 바랍니다.

경제적으로 도 건강해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건강하지 않으면 결혼생활이 자유스럽지 못합니다.
반드시 부자가 되라는 건 아니지만 부부가 편할 수 있는 만큼의 경제력은 있어야 좋습니다.

둘이 건강해야 앞으로 닥칠 어떠한 난관도 물리치고 넘을 수가 있습니다.
건강치 못한 상태에서는 이를 이겨낼 수가 없습니다.

둘은 서로가 건강하도록 서로서로 지켜줘야 합니다.
할 수 있습니까?
(네)

아직 두 사람이 신앙생활은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신앙적 건강 역시 중요합니다.
가까운 장래에 신앙에 대해서도 둘이 의논하여
신앙적 건강도 함께 찾기를 바랍니다.
할 수 있습니까?
(....)
이 질문에는 답변 안 한다.ㅠㅠ


둘째는 인내입니다.
둘이 비록 5년의 연애기간을 거쳐 서로가 안다고는 하지만
연애할 때는 서로의 장점 만이 보일 때입니다.
30여 년을 서로 달리 살아왔기 때문에 서로가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동안 못 보았던 단점이 보일 겁니다.
단점이 보이면 서로 다툼이 일어납니다.
서로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다 분출하면 싸움만 일어납니다.

서로가 양보하면서 참아야 합니다.
남편이나 아내, 일방적으로 한 편이 참아야 하는 게 아닙니다.
둘 다 참고 한발 물러서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러고는 다시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생각해 봐야 합니다.
둘이 참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마는 한쪽이 참는 것도 좋습니다.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참기 바랍니다.
어쩌면 결혼기간 내내 참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신랑, 신부 참을 수 있습니까?
(네)
혹시 참는 방법을 알고 싶으면 나에게 물어보기 바랍니다.
신부는 시어머니에게 이거 물어보면
보나 마나 "얘야 네가 참아야지 어쩌겠니..." 이렇게 답 합니다.
이런 건 주례에게 물어보기 바랍니다.
36년을 참고 살아와서 그 부분은 매우 잘 압니다.
우리 집사람은 연애기간 포함 38년을 참고 살아서 더 잘 안다고 합니다.

(인내의 반대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
인내의 반대말은 이혼 입니다.
- 차마 결혼식날 이혼이라는 단어는 쓸 수 없어서 이 문장은 생략~)

건강과 인내
이 두 단 어가 오늘 신랑 신부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본 주례는 오늘 주례를 서기전에 신랑, 신부를 만나서 어떻게 결혼생활을 할지에 대해 각자 A4 용지에 손글씨로 결혼 계획서를 작성해서 제출토록 요청했습니다. 이메일로 하겠다는 걸 일부러 손편지로 하라고 했습니다.
꼰대 짓을 한 거지요.

이 편지는 봉함되어 나에게 왔고 봉한 채로 두었다가 신랑 신부가 은혼식 때인 25년 후에 개봉할 겁니다.
여기 오신 49분들 모두 다 소중하고 귀하고 이 부부를 끝까지 살펴봐 주실 분들 이기 때문에 25년 후 은혼식 때에도 같이 참석하셔서 처음 계획대로 25년 간 잘 살았는지 여러분들도 함께 개봉해서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마 그때 이 편지는 오늘 이 부부의 셋째 아들이 여러분 앞에서 낭독할 겁니다.

이상으로 오늘 주례사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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