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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외주식장이 Aug 24. 2019

190823 인터넷 광고와 개인정보 - 1

산업분석

짧은 간격으로 전 세계 온라인 광고업계의 2대 패자인 알파벳/구글(Alphabet, GOOG)과 페북(Facebook, FB)이 잇달아 개인정보 보안 강화를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그중 페북의 "Off-Facebook Activity" 제한은 우선 시범국가 중에 한국을 포함시켰는데, 국내 뉴스에는 전혀 관련 내용의 보도가 없어 의아했다.


이 두 개의 잇단 뉴스는 현재 글로벌 온라인 광고업계의 큰 변화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이참에 이 내용을 다뤄보려 한다.


내용은 오늘 포스팅을 포함, 3부작으로 쓰려고 한다:

1. 구글과 페북의 강력한 사업모델에 대한 정리

2. 유저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해 최근 업데이트된 각 회사의 대응안과 그로 인해 기대되는 효과

3. Cambridge Analytica 사건이 불러일으킨 인터넷 광고업계의 지각변동



구글과 페이스북의 사업모델

이번 내용을 다루려면 우선 페북과 구글의 사업모델과, 이들이 얼마나 강력한 진입장벽을 쌓았는지를 먼저 설명해야 한다.


구글과 페북은 일반적으로 광고 매출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는데, 정확히는 "광고를 중개하는" 매출이다.  즉, 광고주와 광고 게시자, 그리고 소비자를 적절하게 매칭 시켜서 광고가 최대한 효과적으로 게시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두 회사의 서비스의 본질은 방송사 Fox나 Comcast와 다를 게 없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표준산업분류인 GICS가 이들을 동일한 섹터 "통신서비스(Communication Service)"로 분류하는 이유다.


광고를 중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비자에 대한 정보다.  방송사는 유저의 지역정보를 빼면 따로 얻는 것이 없기 때문에, 나머지는 방송 시간대나 콘텐츠의 속성 등을 통해 예측한다.  연예 프로그램이면 젊은 층을, 스포츠 경기면 남성 층을, 막장드라마면 아줌마 층을 타게팅하는 식이다.


방송사들의 이런 타케팅 방식은 우스워 보일 정도로 구글과 페북의 정보 습득 방식은 기술력도 높고 세련되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한 이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막대한 유저 정보를 모은다.


구글: 인터넷 모든 것의 통로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구글은 바닷속 모든 관광 포인트들을 이어주는 통로라 할 수 있겠다.  글, 사진, 영상 등 형식과 상관없이, 콘텐츠를 원하는 전 세계의 유저와 그들에게 관심받고 싶어 하는 콘텐츠 제작자들은 구글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구글 플랫폼 요약도.  출처: 작가의 없는 그림실력

구글은 20년 넘게 통로 역할을 해오면서 가입자들의 아이디를 기준으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우주 같이 넓은 인터넷에서 구글봇이 닿지 않은 구석이 얼마나 될까?  구글은 당신조차 기억 못 하는 당신의 과거를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서 구글은 누구보다도, 심지어 당신보다도 당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어쩌면 베스트 프렌드일지도.  출처: Meme Generator


이스북: 이 세상 모든 개인정보의 집합소

페북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정말이지 유저의 모든 것을 알아낸다.  집주소, 학력, 직장, 전화 등 개인정보뿐 아니라 가족, 친구, 연인 등 대인관계도 알고 있으며, "좋아요" 이력을 통해 관심사도 안다.


페북의 정보 수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제삼자 웹사이트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자신들의 광고를 싣기 위해 웹사이트에 Facebook Pixel이라는 툴을 자발적으로 심는다.  Facebook Pixel은 웹사이트에서 유저의 행동패턴을 기반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누굴 타게팅하면 좋을지 분석해준다.  여기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들도 페북에 흘러들어 간다.

페이스북 플랫폼 요약도.  출처: 작가의 없는 그림실력



Aggregator, 그리고 자연독점

미국에서는 페북과 구글에 아마존까지 포함시켜서 이들을 Aggregator(직역: 집합자)라고 부른다.  사업모델의 핵심에 정보의 제공자와 소비자를 한데 "집합시키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류 경제 역사상 이들은 자연독점(Natural Monopoly)이라는 개념에 가장 부합한다.  경제 교과서에서는 자연독점의 예로 발전업체 같은 기간산업을 드는데, 발전업체도 어느 정도 이상 커지다 보면 반드시 비효율이 발생한다.  

출처: 매경시사용어사전

하지만 Aggregator들은 서비스를 한 번 개발만 해 놓으면 확장하는데 공장을 지을 필요도, 노동자를 고용할 필요도, 원자재를 구입할 필요도 없다.  여타 산업과는 달리 이들은 아무리 성장해도 규모의 불경제가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플랫폼에 모인 참여자들은 마치 중력처럼 자연스럽게 다른 참여자들을 끌어들인다.  영상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면 당연히 시청자가 가장 많은 유튜브에, 친구들과 연락하고 싶다면 당연히 친구들이 가장 많이 가입한 페이스북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렇게 사업을 공짜로 확장시킬 수 있는 사업모델이 현대 경제에서 이들 말고 몇이나 존재할까?



Untouchable

페북과 구글은 각자의 영역에서 뛰어넘을 수 없는 진입장벽을 쌓았다.  물론 네이버처럼 특정 국가의 언어적 분리를 이용해 시장을 잡거나 스냅챗처럼 특정 연령대만을 대상으로 틈새시장을 잡는 SNS가 있다.  하지만 매출의 규모를 보면 압도적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어차피 페북/구글이 타게팅 정확도도 가장 높고, 노출 가능한 소비자의 수도 압도적으로 많은데 굳이 다른 플랫폼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18년 말 USD 환율 기준.  출처: 각 기업 IR

이런 상황에도 규제당국 FTC(Federal Trade Commission: 연방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두 Aggregator를 규제하는데 빈번히 실패해왔다.  


영미법 법체계를 따르는 미국은 판례를 중요시 여기는데, 판례상 "반시장적 독점행위"를 정의할 때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그런데 Aggregator들은 독점 정도가 심해질수록 오히려 소비자 입장에서 서비스가 편리해진다.  소비자의 지갑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도 아니니 독점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도 계산이 안된다.


그러다 보니 FTC는 판례상 이들을 규제할 근거가 없었다.  당최 구글의 주도권이 지나치게 높다고 해서 검색어 ㄱ~ㅅ까지의 검색 결과는 한 검색엔진에서만, ㅅ~ㅎ까지의 검색 결과는 다른 검색엔진에서만 뜨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우수한 사업모델과 인간의 소통하고 싶어하는 원초적인 욕구를 통해 구글과 페북은 짧은 시간 안에 상상하기 힘든 속도로 성장해왔다...


......


그러던 2018년 3월 중 어느 날, Cambridge Analytica 사건이 터진 것이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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