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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재 Feb 14. 2022

8. 파주 헤이리 마을에서 책 팔아본 후기

<내가 유디티가 된 이유> 100만 부 프로젝트

1. 준비

- 첫 마켓. 네이버 카페 '문화상점'이라는 곳에 마켓 공고가 올라온다.

그 중 '갈대마켓'이라는 곳에 입점 계약하였다. 토, 일 양일 간 11시~18시 매대 사용료 7만 6천 원. 목표는 본전치기였다. 꿈은 100권은 팔아야지 였다. (ㅋㅋㅋ)







2-1. 첫째날 진행

처음 필드에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모두 긴장 되면서도 부푼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잘 해야지, 다 팔아버려야지 하는 투지와 패기가 정섭이와 동규의 눈에서 그대로 보였다. 든든했다.


그러나 날이 흐렸고, 해가 들지 않아 음습했다. 10시 반 정도에 도착해서 판을 깔았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다. 그냥 없는 게 아니라 쥐새끼 한 마리 없는 수준이었다. 망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사람은 약 두 시 이후부터 몰려들었다.


우리의 매대를 본 주변 마켓 사장님들이나 손님들은 하나같이 '신박하네'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안 팔리면 여기서 팔겠어?' 라는 의구심과 무시를 저변에 깔고 있는 반응일 수도 있다. 이렇게 보이지 않도록 아우라 세팅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즉 뭘 하든 대충 하거나 허접해보이면 안 된다.


커피를 타서 내려주면서 모객하여 시간을 두고 대화를 하면서 영업을 하고자 했었는데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몹시 빠르게 구경하고 지나갔다. 붙잡아둘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챙겨간 커피포트는 그대로 차에 실어두었다. 확성기를 이용해 소리를 지르기도 어려웠다. 다른 마켓에 방해가 될 뿐더러 사람들에게도 거슬릴 것이 분명했다. 자구책으로 정섭이와 동규는 헤이리 마을 전체를 돌면서 모든 가게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명함을 돌렸다. 나는 매대에 남아 매대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명함을 돌리고, 매대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세일즈를 했다.


프롤로그 페이지를 큐알코드로 만들어서 테이블에 붙여두었는데 토, 일 내내 아무도 찍지 않았다. 다만 큐알코드를 보고 방역 수칙의 일환이라 생각했는지 '찍고 들어가야 해요?' 라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



우리는 일단 테이블 반대편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마주보며, 즉 지나가는 예비 고객들과의 사이에 테이블을 두고 말로 떠들었다. 문제점을 느끼고 나중에는 사람들의 모방심리를 이용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즉 누군가 우리 매대를 들여다보는 연출을 하면 사람들이 동조심리로 뭐길래 저렇게 들여다볼까 하고 생각하게끔 유도했다. 한 명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책 읽고 가세요. 화제의 책입니다.' 등 말을 던지고, 나는 책을 뚫어지게 살펴보는 척 한다. 이 방법은 분명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 몰려 있으면 사람들은 금세 거기로 몰려든다. 누군가 책을 집어들어 실제로 보고 있으면 사람들은 실제로 책을 집어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판매하려는 사람들은 매대 안쪽에서 바깥을 향해 소리질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하면 예비 고객들과 거리감이 생긴다. 애원하는 구조가 된다. 오히려 바깥에서 안을 바라보며 장사를 하는 것이 더 적극적이며, 사람들의 동조심리를 유발할 수 있고, 무엇보다 고객과의 사이에 매대라는 경계선이 없어지기 때문에 더 낫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다.



혹은 내가 저자가 아닌 척 사람들에게 열심히 설명을 하고, 상대방이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게 되면 내가 슥 돌아서 '그래서 그 책을 쓴 사람이 바로 접니다.' 하면 사람들이 까르르 웃었다. 유머를 섞어본 것이었다. 누가 말하기를 일단 유머로 입을 벌려놔야 그 벌어진 입 안에 달콤한 이야기를 넣어줄 수 있다고 하였다. 사람들이 많이 놀랐고, 웃었지만, 그 모든 반응이 구매로 즉시 연결되지는 않았다. 이것이 이후 애프터 멘트를 제대로 못 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웃긴다고 능사는 아닌 것인지, 오히려 그것이 가벼워보이는 것인지 충분히 판단할 만한 데이터는 수집하지 못했다.





2-2. 결과

온라인 제외 총 6권을 팔았다. 첫날 매출로 자릿세 본전치기를 했다.



사람들의 분위기가 경의선 책거리 등 길거리에서 마주친 사람과는 당연히 달랐다. 도시의 거리에서 마구잡이로 영업을 할 때는 사람들이 자기 용무를 보기 위해 바쁘고 여유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곳 헤이리 마을에서 주말에 판매하는 것은 사람들 자체가 이미 여유로운 마음의 상태였다. 그리고 마켓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구매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우리가 멘트를 치며 판매를 하는 것에 사람들이 일단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는 상태였다.


그러나 여전히 타겟팅이 되지 않는다는 오프라인 판매의 한계가 명확했다. 그냥 지나가는 예비 구매자도 부류가 다양했고 실제 구매자도 연령대와 성별이 다양했다. 고등학생 미만으로 보이는 어린 친구도 있었는데, 이 친구는 강철부대의 팬이었다. 엄마를 졸라서 구매했다. 해군 출신 60대 할아버님도 있었다. 아주머님도 있었다. 누가 살 것인지를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다. 전반적으로는 UDT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알더라도 군대 이야기는 별로에요, 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아 유디티? 하고 코웃음 치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책을 펼쳐들고 나서도 목차에 나오는 밀리터리스러운 목차에 책을 다시 덮은 사람도 많았다. 책에서 무슨 얘기를 할 지 다 안다는 듯이 지나가는 사람이 대다수였고 우리는 그들의 편견을 효과적으로 깨지 못했다. 역시 UDT 마케팅은 오히려 독이다. 오히려 그 컬러를 빼고 접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수동적으로 유동인구의 접근을 기다려야만 한다는 오프라인 판매의 한계를 느껴서 온라인 진행을 시급하게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오프라인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정감과 대화, 소통의 맛이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피부로 느끼기에는 역시 오프라인이 적합하다. 타겟팅을 하고, 여러 전략들을 효과적으로 뿌려놓고, 무엇보다 부족한 시간과 인력을 자동화하여 해결하는 데는 온라인이 적합하다. 온라인을 활용하여 홍보를 전략적으로 자동화함과 동시에 오프라인 접점을 더 현명한 장소로 옮겨 더 현명한 방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조금 더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곳, 삶에 여유가 있어 책이라는 매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이 머무르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읽고, 그들이 뿌려줘야, 그렇지 않은 사람들 또한 이 책에 접촉할 마음이 들고 기회가 생긴다.


오늘의 판매 데이터가 적기도 하거니와 실구매자들이 정말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어떤 부류에 타겟팅 해야할지에  대한 정리가 되지는 않았다. 다만 젊은 커플, 아기들이 있는 가족들은 구매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었다. 연인은 각자에게 혹은 부모는 아기들에게 신경 쓰기도 바쁘기 때문이거나, 아마 젊은 층에서는 당장의 삶이 팍팍하여 책을 읽을 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나이든 분들이 여유롭기 때문인지 책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그리고, 스마트 스토어 첫 판매. 구매 전환 첫 성공이다.








3-1. 둘째날 진행

오늘은 사람이 어제보다 더 없었다. 토요일은 다음날 출근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편안하고 여유로운 상태로 바깥 구경을 나오지만 일요일은 그렇지 않은가 싶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의 요일 차이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인지 알 길이 없다. 데이터가 더 쌓여야 한다.


화이트보드에 무언가를 적기로 했다. 사람들이 분명 우리에게 시선은 주었는데, 우리가 후기나 광고판 등 읽을 거리를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금방 지나쳐가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은 급한대로 화이트보드에 썼는데 이것 만으로도 사람들이 오랫동안 머물러서 위 내용을 읽었다. 첫날 이런 요소들을 입으로 얘기하니 사람들은 약장수 보듯이 봤다. 즉 우리의 말에 신빙성을 느끼지 못했다. 매대에서 파는 걸 보고 시중 서점에서는 팔지 않는 마이너한 책이기 때문에 저렇게 열심히 떠드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같았다.


미끼가 맛있지 않은데 어떻게 물고기가 물겠는가? 물지 않는 물고기에게 미끼를 흔들면서 제발 물어달라고 애원해도 물고기는 물지 않는다. 애초에 미끼부터 똑바로 끼워야 하는 것이다. 즉 후기나 펀딩, 베스트셀러 올랐던 것 등 사회적 증거들을 편집하여 입간판을 제작하고, 이렇게 제작한 광고판으로 시선을 빼앗으면 사람들은 알아서 호기심을 느끼고 매대에 찾아온다. 그럴 때 묵직한 멘트 몇 개로 여유롭게 영업해야 하는 것이지 아무리 우리가 현란한 말솜씨로, 유머로 구매를 종용해도 사람들은 넘어오지 않는다. 팔지 말고 사게 하려면 일단 그들이 자발적 의지로 매대로 찾아오게 해야 한다. 이러한 목적의 광고판을 월요일 내로 디자인하여 업체에 맡기고, 다음주 필드에는 반드시 지참하여 나간다. 아쉽게 놓친 사람들을 생각해볼 때 이 광고판의 도입만으로도 현장 판매량이 몇 배는 상승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첫째날처럼 거리 영업을 뛰지는 않았다. 처음에 우리는 우리가 제작한 명함을 어프로치 도구 정도로 생각했다. 즉 초면에 명함을 주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작전이었다.


토, 일 양일 간 약 150~200장은 뿌렸을 것이다. 꽤 많은 사람들이 큐알을 찍어보기는 했다. 그러나 대충 읽고 페이지를 이탈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우리는 이 명함이 제대로 된 어프로치 도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했고, 혹시 어프로치 도구로 쓸 때는 아무 기대를 하지 말고 주자는 식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즉 음료수를 사러 편의점에 들어가거나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이 명함을 건네주면서 '제가 작가인데요 혹시 시간나실 때 큐알 한번 찍어보세요.' 정도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전해줄 때 아무 기대하지 않고 가볍게 전해주는 정도로.  


그렇다면 좋은 어프로치 도구 혹은 오프너는 무엇이 있을까? 그게 앞서 언급했던 입간판이었다. 우리가 찾아가서 명함을 주면, 사람들은 받을 준비도 되어있지 않고 호기심도 없다. 따라서 명함을 그대로 갖다 버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일단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입간판을 세워놓고 시선을 강탈하여 우리 매대로 찾아오게 하는  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때 적절한 멘트를 적절하게 쓰고, 그럼에도 넘어오지 않을 경우 매대를 완전히 이탈하기 전에 피니시로  명함을 나눠준다. 우리에게 가진 호기심이 있었다면 큐알을 찍어보기는  것이고, 안에 세팅해놓은 플로우에 설득되어 구매할 가능성이 매대를 이탈한 이후에도 어느 정도 생긴다.


멘트도 가볍게 바꿨다. 첫날 세 명이 다같이 몰려들어서 넘치는 의욕으로 쌈싸먹듯이 압박하니 사람들은 부담감을 느끼고 책을 내려놓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오늘은 "편하게 읽어보고 가세요." 정도의 가벼운 멘트를 쳤다. 허접하게 화이트보드에 써놓은 문구들 만으로도 사람들이 이미 후킹이 되어있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멘트는 가벼워지고, 우리는 여유로워진다.


그러나 이것이 장사의 에너지가 떨어진 것처럼 사람들에게 느껴졌는지는 모르겠다. 시장에서 장사를 잘 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은 에너지 자체가 다르다는데, 마냥 에너지 넘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가볍게, 여유롭게, 그러나 확신 있게 가는 것이 좋은지? 아직 결론 내릴 만큼 데이터가 쌓이지도 않았고 판매하는 사람들의 방식과 에너지를 경험한 적이 없다. 이들의 장사 방식을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나의 메시지에 공감하여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사람들로부터 늘 커다란 에너지를 얻는다. 이들 덕분에 나는 이 길에 확신을 가지고 목숨을 걸 수 있다.







3-2. 결과

오늘도 6권 판매.


오늘은 오픈부터 느낌이 좋았다. 두 명의 손님들이 개시 1시간 내로 연달아 구매하셨다. 이후 옆에서 장사하시는 사장님들께서도 사주셨다. 그러나 거리에는 유동인구 자체가 너무 없었다. 아직 날이 덜 풀렸고 코로나로 인해 시민들의 심리가 위축되어 있어서 더욱 어려웠던 것 같다. 주변 사장님들이 두 권 사주시지 않았다면 본전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광고판 하나 없이, UDT 책이라는 사람들의 편견을 그대로 안고서 이틀 간 16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은 고무적이다. 다음주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더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나가면 오늘보다 나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든다.








4. 피드백 / 다음주 계획

- 일단 페이스북/인스타/구글 광고를 돌리지 않을 수 없다. 매대를 구매하는 것도 돈이 드는데 그 반값으로 온라인으로 타겟팅된 광고를 돌려 자동화할 수 있다. 이 광고에 들어갈 내용을 구상하고 월요일 중으로 올린다. 아마 하루 광고 한도는 2천 원 정도로 아주 작게 시작하고자 한다.


- 입간판을 제작한다. 후기와 눈길을 끌 수 있는 요소를 구상해서 일러스트 작업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자리를 잡으면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할 만한 것이 필요하고, 그 광고판을 보고 이미 호기심을 가진 채로 매대에 찾아오게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파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사게 할 수 있다. 월요일에 반드시 완료해야 이번주 주중에 수령하여 다음주 필드에 가져갈 수 있다.


- 세일즈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분석이 안 된다. 멘트의 문제였나? 유머의 문제였나? 니즈를 순간적으로 파악해서 그 부분을 공략할 만한 감이 아직 없기 때문인가? 에너지의 문제였나? 웃겨야 하나? 개그를 해야 하나? 모르겠다. 완벽한 세일즈였다고 자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모른다. 그 부분을 알기 위해 유튜브나 관련 책자를 다음주 필드 나가기 전까지 살펴본다.  


- 다음주는 동규 정섭이는 헬스장 위주로 홍보. 화요일 홍대 용다방 매대 입점 (2/15~28)

나는 월요일부터 입간판 제작 / 온라인 광고 제작 및 집행 / 블로그에 독립출판 연재 목차 작성 및 연재 시작 / 인스타그램 카드뉴스 작성


- 온라인 부분의 움직임 강화. (커뮤니티 댓글 / 지식인 작업 / 온라인 광고 /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카드뉴스 컨텐츠 제작)


- 헤이리 마을 자체의 문제인지, 계절의 문제인지, 코로나 떄문인지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자칫 본전치기도 못할 뻔. 다음주는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권 마켓으로 간다.


- 그리고 마켓에서 팔 때 목표치를 4배수는 생각해야 한다. 자릿세나 기타 들어간 비용의 4배는 건져야 성과를 얻은 것이다. 그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 중이다. 다음주는 일단 입간판과 영업 멘트를 보완하여 자릿세의 4배를 벌어들일 방법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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