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고 계신가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민들에게 물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은 주연이 아닌 조연이라고 답했다. 엑스트라라고 답한 이도 있었다. 왜 안 그럴까. 스포트라이트는 죄다 다른 사람에게 쏟아지고 내 삶은 조명 볼 일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내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주인공으로 살고 있다 답을 할 거다.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는 배우는 어느 정도 ‘급’이 되는 배우다. 한마디로 ‘스타’다. 화려하고 주목받는. 거기서 우리의 오해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그 배우가 그렇다는 거지 영화 속 주인공이 그렇다는 게 아니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 소설 속 주인공의 삶은 평범하다. 물론 주인공이 히어로나 도깨비, 백만장자처럼 특별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주인공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어떻게 평범한 사람이 중심이 되느냐, 우선 그에게 문제가 생겨야 한다. 평범한 영업사원이 사고로 터널에 갇히거나(<터널>), 평범한 택시 기사가 아픈 역사의 한복판에 있게 되는(<택시 운전사>) 식이다. 꼭 생사가 걸린 대단한 문제만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소소한 문제도 훌륭한 소재가 된다. 빌려주고 못 받은 돈을 받으러 전 남자친구를 찾아가거나(<멋진 하루>), 15년 전의 첫사랑이 고객으로 찾아오는(<건축학개론>) 일상적인 갈등도 한 편의 영화가 된다. 중요한 건 아무 갈등 없인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주인공은 문제를 겪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마냥 편안하고 빛나는 삶을 사는 존재가 아닌 크고 작은 문제들로 고민하고 갈등하며 고통 받는 존재다.
주인공은 연극, 영화, 소설 따위에서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을 말한다.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고 치자. 이 인생의 중심은 누구인가. 수많은 사건에 고민하고 고통 받고 울고 웃는 주체는 누구인가. 누구의 눈으로 보고, 누구의 귀로 듣고, 누구의 머리로 생각하는가. 내가 중심이 아니라면 이렇게 생생할 리 없다. 이 고통, 이 불안, 이 슬픔. 차라리 남의 이야기라면 좀 더 편하게 지켜볼 수 있었을 것을. 내가 주인공이라는 증거다.
사는 게 힘들고 형벌처럼 느껴질 때마다 나는 고통 받는 영화 속 주인공들을 떠올리곤 했다. 출구 없는 덫에 걸린 주인공들처럼 나 역시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고.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카메라는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싸우든 견디든 나는 연기를 계속해야 한다. 나는 언제나 이 문제의 주인공이었다. 한 번도 뒤로 물러나 있던 적은 없었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세상엔 주인공처럼 보이는 이들이 넘쳐나지만 사실 그들은 내 인생의 조연일 뿐이다. 원빈도 정우성도 조연이다. 내 영화에선 내가 주인공이다. 이 영화는 평범한 인물의 고민과 성장을 담은 휴먼 드라마. 그러니까 내가 맡은 배역은 잘난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면서도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렇게 모두가 자기 영화의 주인공이다.
근데 하나만 묻자. 이 영화 시나리오 누가 썼냐? 아주 개판이다.
오랜만에 글을 올렸습니다.
<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의 원고작업을 이제야 마쳤어요. 그리고 6월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응원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브런치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존 브런치에 있던 글과 그림은 조금씩 수정했습니다(크게 달라진 것도 있고, 조금만 고친 것도 있습니다). 출간 전까지 몇 편 더 글을 올리겠습니다. 브런치를 통해 출간 소식 알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