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기너가 성장하는 데 있어 가장 쥐약 같은 것이 스스로 만든 덫에 걸려 자신감을 실추시키는 행위이다. 틈만나면 부정적으로 자신을 평가하고 어떻게든 납득할만한 근거를 만들어 스스로에게 실망감을 줘야만 직성이 풀리는 습관. 지속적으로 성장하길 원한다면 이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 무슨일이든 자신감 없이 진행하면 좋은 결과를 얻기도 어렵지만 그 과정에서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다른 사람들이 만든 결과물들을 보다보면 넘사벽 퀄리티에 기가 팍 죽을 때가 있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지금부터 노력한다고 과연 내가 이 바닥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이만하면 잘했지'라고 생각했던 결과물들도 다소 부끄럽게 느껴지곤 한다. 이렇게 부정 회로가 돌기 시작하면 나름 흥미를 가지고 접근했던 일들 마저도 재미는 사라지고 더이상 마시고 싶지 않은 김빠진 콜라가 되버린다.
침대에 엎드려 핸드폰을 만지다 고개를 들었는데 눈이 딱 마주쳤다. 오렌지빛 귤 조각 같이 생긴 반달이랑. 쟤는 참 느리다.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진심. 멍하니 달을 보고 있으면 미동도 느껴지지 않는 게 죽었나 싶다가도 한창 딴짓하다 다시 그 자리를 보면 약 오르게 거기 없다. 느림. 녀석은 참 느리다. 하지만 분명 살아 움직이고 있다. 나는 그냥 기다려주면 된다. 기다림이 답이다.
며칠 전 일기에 이렇게 써놓은 적이 있다.(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보니 다소 오글거리는 소재인 '달'을 쓰긴했지만 어쨌든) 달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달을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마치 달이 그자리에 멈춰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평상시 체감하는 나의 성장 속도도 멈춰있는 달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내가 정말 성장하고 있는걸까' 혹은 '왜 이렇게 나아지지 않지'라는 의구심과 불안감 속에 매몰되기 시작하면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즐겁지 않다.
최근 애자일 회고관련 영상을 보다가 꽤나 인상 깊은 내용이 있었다. 회고 워크숍을 진행하던 애자일 코치가 참여자들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는데 질문의 요지는 이랬다. "어떤 팀이 회고를 통해 정한 실천방안이 5가지가 있었다. 근데 그중 딱 한개만 실천했다. 이 팀은 잘한 건가요? 아님 못한 건가요?" 나는 속으로, '5개 중 하나만 한거면 못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반대인 답변이 돌아왔다.(umm~ 뭔가 반전이 있을 것같긴 했었음) "되게 잘한 거에요. 왜냐면 5개 중에 하나라도 했자나요" 이어서 "애자일은 항상 반복적인 개선. 회고, 개선, 개선하자 이런 것이기 때문에 5개 중에 하나라도, 우리는 그 하나를 개선했기 때문에 이것은 굉장히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이에요"
그냥 잘한 것도 아니고 '되게' 잘한 거라는 말을 들으니, 뭔가 안도감이 느껴지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았다. 진정한 실패는 쉽게 위축되고 전의를 상실하는 것 그래서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멈춰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평상시 자신에게 필요한 건 냉소적인 평가가 아니라 느리더라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지속력 그리고 그 성장이 느껴질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마인드가 아닐까.
동네 공원에서 발각된 이 녀석 (사력을 다해 도망치는 중이랍니다...)
예전에 김종국이 방송에서 '18년째 롱런하는 비결'을 질문 받고 '긍정적 마인드를 유지하는 태도'라며 답한 적이 있다.
만약 부정적인 일이 생기잖아.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쁜 일이더라도
나는 거기서 어떻게든 작은 부분이라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서 그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훈련을 했어
특히 부정적 사고가 발달된 사람이라면 의식적으로 긍정적 사고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훈련을 하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스스로를 격려하고 응원하자. 매일매일 노력하고 있다면 한 뼘이든 두 뼘이든 성장하고 있을 것이라 믿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개선하면 된다. 그렇게 사고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조금 더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더 많이 즐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