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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훈 Aceit Nov 09. 2019

경영자가 고독해지는 이유

고독을 느끼고, 고독에 익숙해지고, 고독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과정


이 글은 나의 성장기의 일부이다.

따라서 어떤 문제애 대한 정답을 적은 글이 아니며 누구에게 조언을 해 주기 위한 글도 아니다. 비록 글의 내용이 다분히 그렇게 느껴지겠지만.


많은 회사들이 벤치마킹 삼는 기업들에서 일도 하고 배우며 스스로를 많이 훈련시켰다고 생각한 나는, 어느 날 부름을 받고 작은 중소기업의 Management Team에 조인한다. 

회사를 경영한다는 것은 언젠가는 하게 될 일이라고 생각을 했고, 내 젊은 날의 많은 시간을 이를 준비하는데 쏟았다. 직장인으로써 커리어 패스에 변화를 주는 각 시점에서도 연봉이나 워라벨 등 보다는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지"가 항상 초우선순위의 잣대였고, 결과적으로 돌이켜보면 당시의 결정들은 나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내가 준비했던 모든 것들은 회사를 이해하고 경영적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경영자로써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그동안 내가 준비해왔던 "스킬"적인 부분이 아니라는 점이 점점 분명해졌다. 내가 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궁극적으로 회사를 지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부분은 바로 "마음(멘탈)관리"였다. 


경영자는 왜 고독해지는가?


첫째, "공감대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도 팀에 소속되어 있을 때에는 팀원들과 또는 동년배의 동기들과 술을 마시며 회사 욕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때는 내가 회사에서 불합리한 취급을 받았거나, 일이 잘 안풀렸거나, 상사에게 깨졌거나 하면 함께 감정풀이를 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동료들은 위로 올라갈수록 적어진다. 조직 구조상 위로 갈수록 사람이 적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냥 내가 고민하는 부분들이 쉽게 터놓고 이야기할만한 주제들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혼자 고민을 하는 사이에 회사에서는 또 다른 일이 터지고 고민이 쌓이기 시작한다. 이슈들이 터졌을 때 바로 윗선까지 이야기가 들어온다는 것은 매우 건강한 징표지만, 해결해야 하는 무거운 주제들을 주 5일 매일같이 듣는 것은 정신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이렇게 정신적 스트레스는 쌓이지만 딱히 함께 풀 수 있는 사람도, 그리고 시간도 없다. 이는 그냥 경영자로써 가져가야 하는 일상의 한 부분이다.


둘째, "아무도 반기지 않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리더십을 얻기는 쉽다. 직원들이 좋아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면 된다. 그러나 포퓰리즘이 나라를 망칠 수 있듯 정치형 리더십은 회사를 빠르게 망가뜨릴 수 있다. 

인기없는 의사결정의 대표적인 예로는 연봉, 조직구조 변경, 규율수립 등이 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창립 --> 성장 --> 정체 --> 몰락 또는 구조조정 --> 재성장의 라이프 사이클을 거친다. 이건 계절이 오고 가는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사이클이다.  이 사이클에서 가장 경영자에게 어려운 시기는 '정체'시기이다. 오히려 구조조정 시기는 직원들도 회사의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여 위기감이 팽배하기 때문에 경영자 입장에서도 변화를 드라이브하기가 쉽다. 그러나 정체기의 회사에서는 아무도 자신이 지금껏 누렸던 것들을 양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당연하겠지만 이 정체기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그 동안 쌓여왔던 지방을 떼어내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회사에도 직원들에게도 피해가 가장 적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이런 변화를 성공시키지 못하고 결국 구조조정 단계까지 가게되는데, 그 이유는 아무도 이 정체기에서 인기없는 의사결정을 내리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가 망하기 일보직전도 아닌데 연봉 상승률이 더 높아지지 못하고 규율이 많아지는 변화를 반길 직원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경영자라면, 추후의 구조조정이 줄 연쇄적 피해를 자기 선에 미리 막고자 하는 경영자라면, 이 시기에 과감히 본인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얹을 인기없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경영자는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며 직원들의 표정을 통해 이 의사결정에 대한 반응을 즉시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퇴근을 하는 시간에는 고독하게 남겨진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는 스스로 마음을 강하게 다지게 된다. "경영자는 인기인이 되지 말고 회사를 살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셋째, "직원들과의 거리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시간이 있다면 아래 링크의 글을 읽어보자.

https://infuture.kr/1622

위 링크의 글에서 장면 2와 장면 3을 읽으며 얼마나 공감되었는지 모른다.

나는 아직 30대다. 그래서 처음에 회사에 들어오며 젊은 직원들과 함께 술자리를 갖고 회사 문제에 대해서도 편하게 이야기하며 함께 끌고나가는 모습을 많이 상상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회식에 참석하려는 내게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상무님이 직접 참석하는 것보다 법인카드만 주고 놀라고 하는 것을 직원들이 훨씬 반길껄요?"


그 이야기를 들은 후 울림이 있었는지 젊은 직원들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졌고, 지금은 잘 참석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내 의도가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장면을 몇번 목격했다.

나 스스로도 도움을 크게 받아 너무 좋다고 생각한 책들을 구입하여 직원들에게 나누어주었는데, 자꾸 책 읽으라고 push한다는 이야기가 회사 뒷편에서 나오기도 했고, 진심어린 코칭을 위해 해 준 조언들이 뒤에서는 윗 사람이 으레 하는 잔소리로 치부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겪었을 때 처음에는 섭섭함이 내 감정을 가득채웠다. 그리고는 스스로 질문을 했다 ."역지사지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어떨까?"

보통 역지사지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바로 나라는 사람 자체가 '좀 특이한 사람'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누군가로부터 '개선할 점, 내가 더 배워야할 점'을 듣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좋은 책을 읽으면 책의 저자를 찾아가고, 회사에서는 경력이 독특하고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으면 다른 사업부, 부서 관계없이 찾아가서 만나고 조언을 구했다. 내 위의 매니저들이 여럿 있었고 밥도 얻어먹고 선물도 받고 그랬지만,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았던 선물은 '책'이었다.  물론 이 책들이 단순 베스트셀러를 사 준 것이 아니라 매니저가 직접 읽고 추천을 해주며 주었던 선물이기에 더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나와 같지는 않다. 주변을 둘러봐도 책 선물을 받고 감동받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물론 나는 이 부분은 경영자의 철학과 연결된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책 대신 현금을 줄 계획은 없다. 인재가 되기위해 보편적으로 필요한 역량은 있지만 성향과 가치관은 회사에 따라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인재는 "스스로 발전하는 욕심이 강하고", "자신의 일을 인생에서 만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해 자발적으로 한계를 넘어서는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이다. 이런 인재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기회, 코칭, 도전 등의 지원이다. 그리고 회사가 이런 지원에 투자하도록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기도 하다.


어쨋든 경영자는 이런 경험을 하며 무엇을 하나 해도 더 조심하게 된다. 

내가 해 준 조언이 잔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구나, 복지혜택을 추가하는데 오히려 그 돈으로 연봉이나 인상해달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구나, 내가 술자리에 참석하는게 오히려 그들이 불편할 수도 있겠구나 등, 내 의도와 관계없이 잘못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머릿속에 담고 행동을 하게된다. 

단점은 조심하게 될 수록 약간의 심리적 거리가 점점 생긴다는 점이다. 사실 경영자는 직원과의 거리를 좁히고 싶어한다(거리를 두고 싶어한다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의 특성인지 모르겠으나 경영자는 직원에게 가까이 하기 불편한 사람이고, 친해지면 다른 직원 눈치를 봐야하는 사람이며, 거리를 두어야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거리에 의해 경영자는 더 고독해진다. 


고독감에 잡아먹히지 않기


처음에는 이런 고독감을 '일'을 더 하며 이겨내려고 했다. 실제로 해야할 일이 넘쳐흐르기도 했고.

그런데 그러다보니 정말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이 느껴졌다. 아울러 마인드도 피폐해지며, 어느 순간에는 정말 운전을 하다가 숨을 쉬기가 어려운 정도에 이르렀다.


이건 아니다싶어 주말에 한 동안 놓고 살았던 책을 다시 집어 읽고, 이메일함은 아예 열지 않았다. 커피샵에 가서 미뤄두었던 파이썬 코드를 짜기도 했고, 전 직장 선배를 만나 내 고민을 이야기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작은 행동들로 가득찬 하루를 보내고나니 에너지가 다시 돌아오는 느낌을 받았다. 잠시 동안의 "탈출"이 꽤 많은 힐링을 준 셈이었다.


예전에 '외로운 경영자', '고독한 경영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무시했다. 그리고 영업을 공부하고, 재무를 공부하는 것은 필요해도 이러한 멘탈에 대한 준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멘탈관리는 그 어떤 스킬보다 중요하다.  회사도 그렇듯 성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존' 아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해외기업 CEO의 경우 명상코치도 두고,  퍼스널 트레이너를 통해 운동을 통한 체력관리도 필수로 하며, 가족들과 장기간 여행을 갔다오기도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내 인생에서의 사명에 대한 믿음을 굳게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고독감이 나를 끌어내릴 수는 없고 결국 내가 성장하며 겪는 하나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믿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식 가슴속에서 울리는 고독감은 견디기 쉬운 수준은 아니었다.


조만간 회사를 경영할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이런 점을 대비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 회사에 직원으로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너무 쉽게 윗사람들을 욕하지는 말자. 그들도 사람이고, 그들도 상처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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