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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훈 Aceit Feb 29. 2020

코로나와의 전투가 진행되는 2월 어느날에...

From Managment Perspective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내에 확산된 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간다.

구정 조금 전 부터 시작된 이 사태 이후 주말이고 저녁이고 쉬어본 적이 없다. 사람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너무 생각할 것이 많아져 머리에 부하가 걸린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요즘 매우 리얼하게 경험해 나가고 있다.


우리회사가 마스크 공적판매처가 되다.

우리 회사는 병원에 의료 소모품을 공급하는 회사이다.

이 중에 주를 이루고 있는 제품들이 수술용품인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며 수술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공급수량도 줄기 시작했다.

한편 병원에 공급하는 제품들 중에 마스크도 포함되는데, 예상 가능하듯이 유독 이 제품에만 수요가 몰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재고가 소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던 중 지난 주 우리 회사(케이엠헬스케어)는 식약처에서 지정한 '공적판매처'에 포함되어 KF94 마스크를 사회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다만 우리는 우체국, 농협 등 처럼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지는 못하고 '의료기관'에만 판매가 가능하다.


2/28 한 보도의 기사에 의하면 약국에서의 판매가를 1,500원으로 결정했는데,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우리의 병원 공급가는 이보다 낮추려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마스크 가격은 현재 판매사 입장에서는 제조사 가격에 연동될 수 밖에 없고, 제조사 가격은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Meltblown등의 원자재 가격에 연동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원자재 가격은 10~20% 수준이 아니라 배수 단위로 뛰고 있는 중이다. 어마어마한 물류를 감당해야하는 지금의 상황에서(우리는 창고에 쌓아놓고 있으면 병원이 찾아오는게 아니라 직접 병원으로 배송을 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책정한 것에 분명 재무적 리스크는 존재한다. 그러나 가격을 더 받는다고 우리의 물류 및 공급 역량이 어느날 아침 갑자기 늘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 높은 가격으로 얻은 수익을 공급역량 투자로 환원해도 결과가 갑자기 나오기는 어렵다는 뜻).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량 내에서 최선을 다 하고 그냥 진정성 있는 기업으로 기억에 남기를 바라며 이런 결정을 내렸다. 우리가 공급할 수 있는 곳은 병원이고, 병원은 마스크가 가장 필요한 곳 중의 하나이다.


병원에서는 왜 KF94 마스크를 사용하는가.

이미 공적판매처로 등록되기 전 부터 충분한 재고가 없어서 그렇지 병원에는 꾸준히 KF94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N95 마스크의 품귀현상으로 KF94를 쓰기 시작했으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며 의료진들도 스스로의 건강에 대한 걱정이 높아져 일반 Mask 가 아닌 KF94 마스크를 찾기 시작했다.  특히 이비인후과 등은 환자와 굉장히 밀접하게 붙은 상태에서 환자의 타액에 노출될 위험성을 계속 안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응급실, 선별진료소 등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정말 출근길이 무서울 정도로 매일 리스크를 마주해야 한다.

그만큼 언론에서 보여주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염력은 매우 두려운 수준이다.

우리 역시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손소독을 하고 마스크 착용 후 외출을 하는 것 보다는 그냥 집에 있는 것이 훨씬 안전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이렇게 되면 사회 자체가 마비가 되어버리니 그러지 못하는 것 뿐이다. 그런데 병원은 어떻겠는가? 이 시국에 병원 직원들은 더더욱 출근을 할 수 밖에 없지만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왜 안두렵겠는가? 요즘 주변 대학병원을 가면 입구에서부터 모든 방문객들에게 싸인을 요구하고 마스크 착용과 손소독을 해야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분위기부터 정말 생화학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심지어 이런 상황에 근무시간은 더 늘어났다. 나 역시 병원들과 전화 통화하는 시간이 거의 밤 12시까지 이어진다. 지금은 아무리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해도 서로 놀라지 않는다. 그냥 그런 시국이다. 정말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다. 주변에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격려해주자. 진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회사 경영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한편 이런 상황에 코로나가 회사 경영방침에 주는 영향도 만만치 않다.

이슈의 핵심은 '불확실성'이다. 작년 말 만들었던 사업계획이 전부 물거품이 되고있다. 업무 진척도 관리의 필요성 자체가 무색해졌다. 앞서 설명했듯이 주력사업은 수술용품이지만 병원들의 수술케이스는 급격히 줄었다. 이 상황에서 회사의 고정비는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단순히 재무적 관점에서만 봐도 이 사태가 길어지면 정말 두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내부적인 시스템에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끊임없는 전화와 문의에 직원들은 지쳐가고 있다. 문의 때문에 고정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를 수행하기가 어려워졌고, 이 업무들이 무너지며 또 다른 이슈들을 야기하기 시작한다.  지금은 이슈해결을 위해 편안히 앉아 분석을 하고 해결책을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정말 서서 대화를 하며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시행해야 하며, 불확실성에 의해 시행규칙도 계속 바뀌게 된다. 너무 많은 건들이 하루에 오고 가다 보니 가끔 나도 뇌가 마비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재고수급에도 불확실성이 크다. 지금 우리나라 마스크 회사들은 거의 주 7일 주야간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심심치않게 장비에 부하가 걸려 서버렸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계획된 재고가 틀어지고, 재고가 틀어지면 약속한 납기를 지키기 어려워지며, 수십군데에 전화를 걸어 이 문제를 설명해야 한다.

전화 통화를 하는 중에 전화가 오고, 그 와중에 또 전화가 오며, 하루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 핸드폰을 보면 문자가 쌓여있다. 진이 빠진 상태로 집에 가면 이제 못 읽은 이메일을 확인하고 메일로 요청 온 의사결정을 내리고 자정을 넘겨 잠에 든다. 그에 요즘 반복되는 일상의 모습이다.  


공적판매처 지정은 회사의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증거고 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느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남다른 사명감을 갖게하고 이에 따른 압박도 존재한다. 지금처럼 모두가 예민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누군가에게는 불만족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이러한 불만은 우리 직원들에게도 굉장한 심적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래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꼭 알아주었으면 한다. 우리 직원들 모두 이미 불안과 스트레스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사태가 진정되기 전 까지 내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보여주는 우리 산업구조의 문제점.

KF94 마스크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다. 정말 재고가 부족한 품목은 직사각형 모양의 Dental Mask이다(의약외품 기준으로는 수술용마스크에 해당된다).

장기간 이 품목은 수입산에 의존했다. 우리 회사는 국내생산으로 오랫동안 경쟁을 했지만 점점 수입산과의 단가경쟁력에서 밀리니 점유율을 낮아졌고, 결국 우리 역시 작년 수입 마스크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터지니 수입해오던 국가는 즉시 수출금지를 내렸고, 우리는 예정된 수량의 마스크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시점부터 국내 생산회사들을 수소문하며 재고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는데, 정말 한국 전체에 Dental Mask를 만드는 회사는 몇 없음을 확인했다. 시장 트렌드가 저가 선호이다보니 마스크 생산업체들이 이미 오래 전 손을 놓아버린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나면 다시 수입산 저가 마스크들이 물밑듯이 밀려올꺼고, 지금 Dental Mask를 만드는 회사들은 또 어려움에 빠질 것이다. 특히 이번에 생산 Capa를 엄청나게 올려놓은 중국산 마스크가 얼마나 싸게 들어오게 될지는 가늠도 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마스크를 만들었던 몇 안되는 회사들은 더 남아있지 않게 될 수도 있겠다.

한편 이번 코로나 사태가 주는 시사점 중의 하나는 너무 많은 제조업이 중국에 몰려있어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는 점이다. 국민 모두가 마스크를 찾는 광경은 정말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만약 우리나라에 온 국민이 매일 착용할 수 있는 마스크 생산 Capa가 있다면 이것 역시 비정상적이고, 금새 마스크 시장은 과다경쟁으로 망가져버릴 것이다. 핵심은 중국의 생산량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는 점, 그리고 나머지 국가의 공급량도 중국이 모두 빨아들였다는 점 이렇게 두가지다. 이번 사태가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는 흥미롭게 지켜봐야겠다.


물론 이는 Dental Mask에 더 해당되는 문제이고, KF94 마스크 공급문제 이면에는 언론에서 지적한 수출, 매점매석이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다음은 매점매석을한 한 제조사의 뉴스인데(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86442&ref=A), 이런 회사들이 몇 개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지난 주 정부에서 공적판매처 지정을 하자 마스크를 대량으로 갖고 있던 도매상들이 거래처에 방문해 저가에 푸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매점매석 물량이 많다면 공급문제가 잠시 해소될 것이다. 그러나 이 사태가 장기화 된다면 구조적으로 공급 문제 역시 지속될 수 있다.


마무리하며

이 글은 일기 식으로 내 생각을 쓴 것이다.

'전쟁' 보다 어울리는 단어를 떠올릴 수 없는 험난한 시기를 겪으며 의료기기 회사로써 이 상황에 대해서 느끼는 바를 정리해보고 싶었다.  나는 항상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분명히 지금 세상을 바꾸는 사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세상에 기여를 하는 회사에서 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각 산업에 친구들과 지인이 있지만, 확실히 의료기기, 그리고 마스크 산업에 있는 것과 다른 산업에서 이번 코로나 사태를 체감하는 정도는 다른 것 같다. 의학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사태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정말 모두가 지쳐가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하루 빨리 사태가 완화되고 다시 웃으며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시기가 오기를 기도해본다.


Written by Aceit Shin (케이엠헬스케어)

businessperspective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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