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에서 발생하는 여러 이벤트들에 대한 진실
개인적인 삶에서도 그러하듯 경영환경에서도 여러 이벤트들을 만나게 된다.
새로운 규제가 생기거나 기존의 규제가 없어지기도 하고, 경쟁사에 큰 조직적 변화가 생기거나 반대로 우리 회사에 큰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해당 산업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냈다면 보통은 이러한 변화에 '즉각' 반응을 하게 된다.
"이건 우리에게 좋은 기회군. 잘 살려야겠어!"
"참담하군,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기술통계를 적용시켜 보지는 않았지만 경험상 대부분의 경우 즉각적으로 들었던 느낌이 맞았던 것 같다. 특히 '경제학적인 논리'가 적용되는 분야에서 더더욱 그렇다.
내가 처음 직장생활을 했던 산업은 '철강산업' 이었는데, 당시의 산업 상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지속적인 인수합병으로 업계 1위를 달리는 아르셀로미탈, 고급강재로 자동차나 가전 쪽에서 수익을 노려보는 일본 철강사와 포스코, 그리고 끝 없이 생산량을 늘려 전세계 철강공급량의 50%를 차지하는 중국" 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시 내가 몸 담고 있었던 회사는 전기로로 철강을 생산하므로 순도 높은 고급제품을 생산하는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국은 이전에나 지금이나 주력 시장은 '건자재' 시장이었는데, 국내 건설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산들이 규제 없이 쉽게 들어오니 버티는 것 조차도 버겁게 생각되었다. 이미 수요의 트렌드는 하방성을 띄는데 공급은 늘어나고 있고 특히 저가 중국산의 생산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산과의 경쟁에 의해 판가도 낮아질 것이고 판매량 역시 경쟁과열에 떨어질 수 있는데 이미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이 상태에서 회사가 나아질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회사 보다는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다른 업계로 이직하였다. 그 후 내가 다녔던 회사도 상황이 매우 안 좋아졌고, 당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 회사들도 다 어려워졌다. 그냥 산업 자체가 무너져버린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당시의 철강산업의 미래를 제대로 보았다" 라고 하면 그것은 건방진 것이다. 결과가 맞았다고 제대로 본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사이에 여러 다른 이벤트들이 생겨 상황을 바꿔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의 서브프라임발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많은 국가들이 인프라투자에 집중하였고, 인프라투자는 건설경기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 당시 정부가 많은 돈을 쏟아 부었던 4대강 사업은 토목 중심이었는데, 만약 그때 정부가 건설쪽으로 투자를 했었다면 회사의 상황은 또 달라졌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이벤트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설사 일어났었더라도 전혀 놀라울 것이 없다. 예측할 수 없는 이벤트들이기 때문이다. 비지니스에서는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이벤트들이 사업계획상의 Forecasting 사이 사이에 종종 발생한다.
조금 더 미시적인 사례로 들어오자.
지금의 회사에서 2년 반 넘는 시간을 일 하며 처음에 만났던 사람들 중 그만둔 직원들도 많다.
퇴사는 어느 회사에서나 빈번한 일이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겠다고 사직서를 내면 그 날은 우울한 기분이 이어졌다.
이 우울함에는 여러 감정이 mix 되어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회사의 비전이 buying 받지 못하였구나", "다니고 싶은 회사의 문화를 만들지 못하였구나" 등의 자책성 생각에 더 하여 "시스템도 잘 갖춰지지 못한 중소기업에서 이 공백을 어떻게 채워야 하지?" 같은 걱정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돌이켜보니 직원의 퇴사는 또 다른 직원과의 만남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어떤 한 사람이 퇴사하지 않았다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그런 인연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대기업은 워낙 지원자가 많으니 매년 이루어지는 공채를 통해 여러 잠재적 직원들을 모집할 수 있다. 역량있는 지원자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이때 몰려드니 확률적으로도 인재 입사 가능성이 높다.
반면 중소기업은 주로 수시채용이 이루어진다. 공백이 생기거나, 신규 인적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되거나 하는 시점에서야 채용공고를 올리고 사람을 찾는다. 그러다보니 잠재적 인재들이 그 시기에 '이직'을 고려해야만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워낙 지원자의 수 자체도 적다보니 면접에서 정말 괜찮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다보니 더더욱 새로운 입사자를 뽑는 과정이 치밀한 계획과 전략의 결과물이라는 생각 보다는 "운" 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어떤 규제의 변화, 경영환경의 변화로 기분이 좋아지거나 나빠질 때에도, 역량있는 사람이 떠나서 우울한 느낌을 받을 때에도, 결과적으로 "그 때는 모른다" 는 생각이 든다.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은 우리 회사를 힘들게 만들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질개선의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 수도 있다. 저가제품 유입 등으로 시장이 무너지게 되면 회사의 경영은 어려워지겠지만 그 때서야 경영진은 더 눈에 불을 키고 새로운 사업을 찾으려고 할게 될 것이다.(처음 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 나는 기존 사업보다 새로운 사업에 더 신경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으나, 솔직히 말하면 기존의 비지니스를 지키는데에도 급급하여 전혀 여유가 없었다)
그러니까 그 때는 모른다.
이벤트에 휘둘리지 말자.
그 때는 모른다.
Written by Aceit Shin (케이엠헬스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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