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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훈 Aceit Oct 06. 2020

경영학에서 바라본 정치

Applying 5 Forces Model in Politics

나는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시작하면 기분 좋게 끝나는 경우도 거의 없고, 특별히 지지하는 당도 없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공감대를 많이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감대 형성이 잘 되지 않는 이유는 보통 정치 이야기를 할 때 '특정 사안'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특정 당'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디어에 관심이 있지 세력에 관심이 있지 않다.


정치에 관한 이러한 상황은 비단 한국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은 더욱 극명하게 보수와 진보로 나누어진 양당체제로 매우 오랜기간 유지되어 왔으며, 내가 느끼기에는 오히려 미국 사람이 한국 사람들보다도 더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표현하는데 적극적이다.


그런데 최근 들었던 팟캐스트에서 이런 현실을 경영학에서 유명한 5 Forces Model 프레임워크를 이용해 매우 흥미롭게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 방송에서 설명을 한 사람 중 하나는 이 5 Forces Model 을 창시한 마이클포터 교수이다. 

5 Forces Model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면, "산업의 매력도를 평가할 때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5가지 항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5가지 항목은 다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1. 경쟁

2. 구매자의 파워

3. 공급자의 파워

4. 신규자의 진입장벽

5. 대체제 출연 가능성


이 프레임워크가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산업의 구조를 분석하고 살펴볼 때 가이드 역할을 해 준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 프레임워크를 이용해 포터 교수가 분석한 미국의 정치상황은 다음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경쟁은 치열하지만 신규자의 진입장벽은 거의 불가능의 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다. 또한 대체제 출연 가능성도 거의 전무하다. 따라서 유일한 리스크는 기존 경쟁자에게 밀리는 정도일텐데 양당체제이기 때문에 한쪽이 완벽하게 무너지는 것을 불가능하며, 이마저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대립되는 철학들로 반드시 한쪽의 지지는 얻을 수 있도록 구조되어 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미국의 정치 시스템은 애초에 "공공이익의 성장"을 위해 설계되어 있지 않다.

미국의 정치 시스템은 "두 권력이 유지되는 것"을 목표로 디자인 되어있고, 이 디자인은 오랜 시간 동안 미국에서 매우 잘 실행되어 왔다.


아래는 팟캐스트에서 나왔던 주요 내용들의 요약이다:

그들이 만든 디자인의 핵심은 Duoploy인데,  Duopoly의 뜻은 "2개 업체에 의한 시장 독점"이며 이전 코카콜라와 펩시의 예를 들 수 있다.  

보수와 진보, 미국에서는 100년 넘게 이 두 개의 경쟁자만 존재해 왔다.  그리고 이 둘은 공식적으로 어마어마한 라이벌이긴 하지만 "정치판" 이라는 게임이 규칙을 만드는데는 매우 협조적이다.  새롭고 신선한 진입자가 게임이 규칙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고, 쿠테타 등은 주로 독점이 존재할 때 생기니 양당의 존재는 오히려 문제없이 체제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양당체제로 게임의 규칙을 지배하는 것이 얄밉기는 하더라도 꼭 나쁜 것이라 할 수는 없는데, 문제는 Duoploy에서 정치인들은 "베스트"를 추구할 필요가 없다는데 있다.  어떤 결과를 보여주던 결국 내가 속한 당을 응원하는 시민들은 반대의 철학을 응원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라는 이 독특한 산업에서는 양당의 정치인 모두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인센티브(동기부여)"가 전혀 없다.  오히려 문제는 계속 남아있어야 한다.  그래야 매번 되풀이되는 정치적켐페인에서 공약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  


당신이 정치인이라고 생각해보자.

어떤 법안이 올라왔는데 이때 "이 법안이 좋은 아이디어일까?",  "이 법안이 국가를 위해 좋은 것일까" 등을 정말 생각할까?  아니다. 당신에게 중요한 질문은 "내가 이 법안을 미는 것이 내가 다음 번에도 국회위원 당선이 되는데 유리할까?" 이다. 표를 받고 재선 되는 것이 내 정치인 커리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당이 미는 것을 거부했다가 나중에 자신이 타겟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팟캐스트에서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문제해결의 첫 발걸음은 먼저 양당체제를 없애는 것이다. 이로써 "정치인의 생각과 방향"을 지지하지 "당을 지지한다" 라는 오래된 관념을 없애야 한다. 예를 들면 서로 다른 정책적 방향을 가진 5명의 사람을 경쟁시키고 국민들은 이들에게 투표하는 방식이다.


두번째 스텝은 한 사람의 이름만 선택하는 투표방식을 없애고 랭크투표를 하는 것이다. 선택방식과 달리 랭크투표 방식에서는 한 명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 5명을 순위를 매긴다.  최종 투표결과에서 만약 한 사람이 50%이상의 1위 선호도를 얻지 못했으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만 빼고 다시 결과를 집계한다. 이때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 떨어진 후보를 1순위로 선택했던 유권자들의 투표는 두번째 선호도를 준 후보자가 1순위로 재배치 된다.




매우 흥미롭게 들은 팟캐스트이지만 한 편으로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당이 존재하는 이유에는 선거자금 등의 예산적인 이슈도 있고, 당선 이후 일을 집행하는 부분에서의 실행 용이성도 있다. 또한 당이 아닌 후보자 기준으로 선택하게 된다면 그 후보자가 자신의 공약을 선정하고 캠페인을 이끌어 나가는 과정에서 단순히 후보자의 기반된 영향력에 따라서 큰 차이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이런 방법을 쓰더라도 정말 좋은 후보자가 당선되기 보다는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노출시킬 수 있고 마케팅 할 수 있는 사람이 당선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물론 팟캐스트라는 매체가 갖는 시간적 제한 때문에 이야기를 안 했을 뿐 사실은 이런 부분까지 고려가 되었을 수 있다. 찾아보니 포터 교수가 해당 토픽에 관련하여 굉장히 긴 Article도 썼는데 시간이 없어 읽어보지는 못했다. 나중에 읽게되면(일이 덜 바빠져서 시간적 여유가 좀 생기면....?) 내용을 업데이트 해 보도록 하겠다.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브런치 글을 쓴 이유는 "이러한 다른 시각"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설사 포터 교수가 이야기 한 내용들이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혹은 실제로 적용되었을 때 아주 심각한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어떤 이론이 사회에 적용되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한 새로운 시각(Perspective)으로의 분석은 재미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영감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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