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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훈 Aceit Feb 13. 2022

Behind the Dinner Table

회사 일의 대부분은 보통 부엌에서 일어난다.

손님을 집으로 초대하여 저녁식사를 한 경험이 있다면 그 짧은 즐거운 저녁식사 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전후로 투입되는지 기억할 것이다.  

가끔은 준비한 음식의 반응이 좋고, 때로는 좋지 않을 때도 있지만 항상 그 "저녁식사" 시간은 기억에 남는다. 반대로 준비시간과 정리시간은 인지도 되지 않고 기억에 남지도 않지만 경험해 본 우리는 알고있다. 그 저녁식사를 위한 대부분의 일은 식탁이 아닌 부엌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회사가 운영되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전략, 새로운 사업, 또는 새로운 영업 딜을 통해 회사는 실적을 달성하고 이것은 충분히 하이라이트 받는다. 그러나 이것들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더 많은 공수는 회사의 부엌이라고 할 수 있는 Operation단에서 일어난다.


회사운영을 저녁식사로 비유하면 여러가지 재미있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좋은 운영(Operation)이라는 무엇일까?

요리로 비유해서 생각하면 좋은 운영에 가장 중요한 것은 Recipe일 것이다. 

Recipe가 없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 없다. 멋진 메뉴의 사진만 보고 준비를 하려고 하면 절대로 예상했던 결과를 얻을 수도 없고, 매번 요리를 할 때마다 맛도 달라질 것이다.  Recipe를 알아야 거기에 필요한 재료들과 도구들을 준비할 수 있다. 회사의 운영에서는 이 Recipe가 "시스템", "프로세스" 라는 이름들로 불리는데 생각보다 많은 회사에서 이 Recipe가 취약하다.  

Recipe가 취약한 이유는 바로 회사 운영에서는 "예외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운영에서도 생산처럼 변동성과 예외상황이 적게 발생하는 경우는 Recipe가 명확하지만 고객지원, 구매 등 자꾸 새로운 고객과 새로운 제품이 늘어나는 경우에는 Recipe 업데이트 속도도 그만큼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Recipe 업데이트는 진짜 재료를 준비하고 작업하는 일 대비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금새 outdated 되는 것이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협업일 것이다.  성공적인 협업에는 명확한 역할과책임(R&R)과 주인의식(Ownership)이 필요한데, 이 두가지 역시 회사에서 많이 취약한 부분이다.(솔직히 말하면 우리 회사에서도 매우 취약한 부분이며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역할과 책임이 분명해도 주인의식이 부족하면 일은 잘못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주인의식은 "최종 결과를 위한 주인의식"인데, 어떤 일에 관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상호존중이 낮을수록 이 최종결과물에 대한 자신의 관심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Recipe에 요리의 풍미를 위해 과일을 잘라서 넣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과일/채소를 자르는 사람과 스프를 만드는 사람이 다르다고 가정하자.  스프를 만드는 사람은 스프에 들어갈 다른 재료들이 어느정도 다 익었을 때 약불로 전환하며 막 준비된 과일을 넣어야 과일이 녹지 않고 산뜻한 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나 Recipe를 보고 재료를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채소를 자르며 과일도 함께 자르는 것이 편할 것이다.  한꺼번에 잘라놓아야 자신이 대기하는 시간 없이 다른 일을 할 수 있거나 맘 편히 쉴 수 있지 않겠는가?  과일을 자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은 자기 일을 했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할 것이다. 이런 Conflict가 회사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생산성 역시 운영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회사에서 생산성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매년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같은 Output이 유지되서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건비는 매년 급여인상이 되니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재료비를 아끼자니 제품의 품질이 나빠질 수 있고, 고객은 가격인상을 절대 바라지 않기 때문에 결국 생산성 향상이 Target이 된다.  그럼 생산성 향상에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위에서 설명한 두 가지, Recipe와 협업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일 하는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그럼 Recipe가 변한다. 또 변한 방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여러 예상하지 못했던 에로사항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완성된 Recipe를 만들기도 어렵다. 이렇게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Recipe가 자주 Outdated된다. 

그리고 생산성 향상에 대한 Idea는 주로 그 업무에 정통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 한 곳에서의 생산성 향상은 다른 곳에서의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  업무 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이미 자기 자신이 "최적화" 되어있다고 생각했던 "역할과책임"이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경영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부엌에서 시간을 많이 쓴다.

잘 만들어진 새로운 메뉴를 소개하고, 고객들과 함께 샴페인 잔을 부딪히는 시간은 정말 1년에서 매우 작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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