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스 하우스:하와이편> 1화를 보다!
<테라스 하우스>를 보기 시작했다. 연애 심리 예능을 좋아하지 않아 <하트시그널>도 보지 않는 나였다. 그런 내가 하트시그널의 모태 프로그램인 테라스 하우스를 보기 시작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하와이 때문이었다. <테라스 하우스: 하와이 편>은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다. 나는 평소에도 하와이를 동경했다. 추운 것보다는 차라리 더운 것을 좋아하는 지경이니 하와이를 좋아하는 건 당연했다. 하와이 하면 떠오르는 청량한 바다, 우쿠렐레 선율, 훌라춤의 유려함이 주는 여유로움과 따뜻함이 좋다. 나는 하와이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이렇게나 멋진 하와이를 배경으로 6명의 청춘 남녀들이 테라스하우스로 모여들었다. 화이트 톤의 깔끔한 인테리어와 드넓은 풀장을 품은 하우스는 하와이와 잘 어울렸다. 출연자들은 제 매력을 뽐내며 등장했다. 첫 만남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었다. 이들은 하와이만큼이나 매력적이었다. 특히나 취미로 서핑이나 수영을 즐기는 출연자들에게서 하와이언의 느낌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유스케 야이자와’ 라는 인물에게 눈이 갔다. 그는 18살의 최연소 출연자다. 사실 그는 첫 등장부터 매력적인 편은 아니었다. 시원해 보이는 하와이언 셔츠를 입고 등장했지만 마치 아빠의 셔츠 같은 핏을 선보였다. 또한 출연진들이 본인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갈 때 유스케는 거의 듣는 쪽이었다. 그는 이야기를 주도하기보단 듣는 쪽인 듯 했다. 소극적이면서도 어리숙한 느낌을 주는 출연자였다.
그러나 왠지 저 소극적 태도에는 엄청난 매력이 숨겨져 있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매력은 후반부에서 드러났다. 그는 출연진들이 처음 만난 날 밤에 기타연주를 선보였다. 연주를 감상하는 출연자들은 모두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만큼 하와이를 느끼게 하는 것은 테라스 하우스도, 젊고 매력적인 청춘남녀들도 아니었다. 그의 황금빛 연주만이 하와이를 담고 있었다. 그의 기타 선율은 마치 하와이에 내리쬐는 황금빛 노을 같았다. 나 역시 그의 유려한 기타 연주에 푹 빠져버렸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그는 프로에 견줄만한 프로 기타 뮤지션이었다. 어리숙해보여도 그는 연주에서만큼은 프로였다.
출연자들은 물론 패널들까지도 유스케가 얼마나 멋있는지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웃기게도 유스케는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진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런 모습은 겸손해 보이면서 담백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자꾸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었으니 바로 ‘연애무경험자’였다. 그는 스스로도 연애경험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 된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저는 연애 경험이 없어서...” 라는 말을 전제로 하거나 말끝마다 붙이곤 한다. 패널 중 한명은 유스케의 사소한 행동에도 이런 말을 한다.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은 저렇죠!” 패널은 유스케에게 연애무경험자라는 프레임을 씌우려 한다.
어쩌면 이 사회가 만들어낸 연애무경험자라는 프레임이 유스케를 더 소극적이게 만들고 매력을 드러낼 수 없게 만드는 것 같다. 굉장히 이상한 프레임이다. 연애무경험이라는 말은 숙맥이거나 매력이 없다는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그러나 적극성은 사람마다, 어떤 분야인지에 따라 발휘되는 정도가 다르다. 유스케가 대화에선 적극적이지 못해도 사람들 앞에서 기타를 연주할 땐 적극적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또 매력이란 사람에 따라 한 번에 캐치될 수도 있고 지긋이 봐야 진가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지긋이 봐야 매력을 알 수 있는 사람은 관계에 있어 남다른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친밀해져야만 자신의 모습과 생각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내 사람은 정확히 챙기고 관계를 맺는다. 만남과 헤어짐에 신중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 세상은 ‘적극적이다’와 ‘매력적이다’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 정해져있는 것 같다. 느리고 소극적인 사람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적극성과 매력은 대체로 발굴하려 하지 않는다. 예능 뿐만 아니라 소개팅에서도 적용되는 이 스테레오 타입이 참 별로다. 다들 인싸만 좋아한다.
유스케는 하와이를 가장 닮은 매력남이 분명하다. 그의 셔츠 핏은 그가 포근한 남자라는 걸 보여줬다. 그리고 진중하게 대화에 경청하는 모습은 언제라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여유로움을 보여줬다. 그는 사람들과 가벼운 관계가 아닌 진중한 관계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러고 보니 이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한 것은 하와이 때문이었는데 이제는 유스케를 응원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본다. 어쩌면 유스케는 하와이를 가득 안은 매력남일지도 모른다. 여유로움과 따뜻함을 겸비한 남자. 나는 이제 하와이 때문이 아니라 유스케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