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감각을 내세운 R&B 아티스트들이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93년생 죠지의 음악을 좋아한다. 죠지의 존재감은 아마 17년 싱글 ‘Boat’를 통해 본격적으로 드러났을 것이다. 가사와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었다. 가사는 불투명한 미래를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보트에 비유한 내용이다. 실제 뮤직비디오도 바다에 떠 있는 낚시 배 위를 배경으로 한다. 죠지와 친구들이 출연해 낚시를 하고 회를 떠 먹는다. 때론 드러눕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그저 즐겁게 논다. 배 위에 둥둥 떠 있는 보트만큼이나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
여유로움이 가장 잘 느껴지는 부분은 아마 이 가사일 것이다. <괜찮아 이건모두 내가 바랬던 이상의 일부야 이정돈 감수해야지>, <큰 파도가 날 덮칠수도 있지만 뜻밖의 사고가 날 수도 있지만 I'll be ok 난 내 삶에 만족해>. 이 가사는 불안한 미래보다는 당장 누릴 수 있는 행복에 집중하려는 태도를 드러낸다. 그래서 이 가사에선 용기와 패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은 순간이 주는 행복을 포기하고 불안한 미래를 준비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그래서 죠지의 태도는 보편적이진 않다. 아마 젊음을 담보로 한 태도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죠지의 여유는 젊음이 주는 치기어린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실제로 죠지는 여러 인터뷰에서 그만의 독특한 삶의 자세를 비추곤 했다. 그는 음악가임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모든 것을 쏟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에 친구들과의 모임 등 자신을 즐겁게 하는 일들로 균형 있게 삶을 채운다고 했다. 음악이 아무리 좋아도 자신의 인생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행복의 영역을 지키고 책임지는 일이야말로 어려운 일이다. 위태로운 순간이 행복을 침범하지 않도록 안정된 환경을 유지해줘야 하고, 열심을 쏟는 일들이 과해져서 행복의 영역을 넘어오면 안 되기 때문이다. 쏟아 부어야 할 노력의 분량을 정확히 알아야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죠지가 누리는 당장의 행복은 젊음을 담보로 누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노력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필요한 만큼 쏟고 자신의 삶을 누구보다 잘 건설해나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선 딱 기분 좋은, 적당한 만큼의 여유와 행복이 느껴진다. 무책임한 여유에서 오는 가벼움도 없고 불안감에서 오는 무거움도 없다. 행복도 책임질 줄 아는 삶의 태도가 음악에 좋은 영감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죠지는 시티팝이 열풍일 때 김현철의 ‘오랜만에’을 리메이크하며 시티팝 특유의 정서를 가장 잘 전달한 음악가이기도 했다. 지금이 버블경제시대도 아닌데도 당시 정서를 온전히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그의 삶의 태도가 끼친 영향일 것이다. 요즘 사람들에겐 여유가 일상이던 호황은 먼 얘기처럼 느껴진다. 이 시대의 낭만이란 어쩌면 여유로운 삶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런 삶 가운데서도 행복을 책임질 줄 아는 삶의 태도가 곧 낭만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