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물 Dec 28. 2019

고장난 버튼을 목덜미에 달고

그는 시끄러운 짝사랑을 했다

무딘 바람이 의외로 선선한 연말이다. 목소리가 크고 말이 많은 사람은 속에 헛바람이 가득하다. 목소리가 큰 사람은 잘 웃었고, 버튼을 누르면 웃었고, 바람이 스치면 웃었다. 헐거운 버튼이 소용없게 되자 끊임없이 온 얼굴을 굴렸다 펴길 반복했다. 개연성이라곤 없이 뚝뚝 끊기는 영상처럼 표정을 덜컹이며 갈아치웠다. 이제 그것은 말이 많은 사람에게 아주 쉽고도 몸서리쳐지는 일이 되었다.
한 가지 안도할 사실, 그는 몸서리칠 줄 알았다. 끔찍한 낯짝과 베이는 말을 들었을 때 활짝 드러나는 자신의 치아를 혐오할 줄 알았다. 비집고 나오는 말들을 참지 못하고 싸지르면서도 힐끔거린 응시하는 두 눈, 꾹 닫힌 입술, 아름다운 미소를 시기할 줄 알았다. 그 눈을 오래 곱씹을 줄 알았다. 턱이 아프도록 씹어댈 줄 알았다.


그는 아주 시끄러운 짝사랑을 했다. 반듯한 버튼을 빼다 자신의 뒷덜미에 끼워보려고 외사랑을 했다. 가지지 못한 것 만 뚫어져라 욕심내는 사랑의 엔딩이 늘 그렇듯, 그의 사랑은 금방 시들고 추잡스러워졌다. 응시하던 두 눈에 애도가 담긴다. 아름다운 미소가 차갑게 식는다. 고장 난 표정은 스스로를 가엾게 여겨 말수를 늘린다. 목소리를 키운다. 선망을 향한 사랑이 무서워져 선망에게서 멀어지려 가혹하다. 그것은 상이자 죄이자 벌이었다.

1년이 다 지나고 트리와 복주머니가 괴상한 모양새로 몰려들 때 그는 뭉근한 불빛 아래서 떠들고 있다. 헐거운 버튼 새로 들이차는 바람을 웃기고 있다. 주변에는 사랑할 예정인 사람들이 가득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