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버튼을 목덜미에 달고
그는 시끄러운 짝사랑을 했다
무딘 바람이 의외로 선선한 연말이다. 목소리가 크고 말이 많은 사람은 속에 헛바람이 가득하다. 목소리가 큰 사람은 잘 웃었고, 버튼을 누르면 웃었고, 바람이 스치면 웃었다. 헐거운 버튼이 소용없게 되자 끊임없이 온 얼굴을 굴렸다 펴길 반복했다. 개연성이라곤 없이 뚝뚝 끊기는 영상처럼 표정을 덜컹이며 갈아치웠다. 이제 그것은 말이 많은 사람에게 아주 쉽고도 몸서리쳐지는 일이 되었다.
한 가지 안도할 사실, 그는 몸서리칠 줄 알았다. 끔찍한 낯짝과 베이는 말을 들었을 때 활짝 드러나는 자신의 치아를 혐오할 줄 알았다. 비집고 나오는 말들을 참지 못하고 싸지르면서도 힐끔거린 응시하는 두 눈, 꾹 닫힌 입술, 아름다운 미소를 시기할 줄 알았다. 그 눈을 오래 곱씹을 줄 알았다. 턱이 아프도록 씹어댈 줄 알았다.
그는 아주 시끄러운 짝사랑을 했다. 반듯한 버튼을 빼다 자신의 뒷덜미에 끼워보려고 외사랑을 했다. 가지지 못한 것 만 뚫어져라 욕심내는 사랑의 엔딩이 늘 그렇듯, 그의 사랑은 금방 시들고 추잡스러워졌다. 응시하던 두 눈에 애도가 담긴다. 아름다운 미소가 차갑게 식는다. 고장 난 표정은 스스로를 가엾게 여겨 말수를 늘린다. 목소리를 키운다. 선망을 향한 사랑이 무서워져 선망에게서 멀어지려 가혹하다. 그것은 상이자 죄이자 벌이었다.
1년이 다 지나고 트리와 복주머니가 괴상한 모양새로 몰려들 때 그는 뭉근한 불빛 아래서 떠들고 있다. 헐거운 버튼 새로 들이차는 바람을 웃기고 있다. 주변에는 사랑할 예정인 사람들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