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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라 Dec 30. 2020

우리는 서로를 부러워하지.


1

예전에, 충형과 만나서 낮부터 놀다가 막차(3차)로 광장시장 전라도 횟집을 갔다. 광장 시장 좌석 특징이 시장 내 포차처럼 되어 있어 옆 테이블과 가깝게 붙어있다. 형과 나는 여행얘기를 했다. 아이슬란드, 조지아 이런 곳이 어쩌구 저쩌구 여행자는 뭐가 어떻구 저떻구... 블라 블라..


광장시장 전라도 횟집


그러다 옆에 있던 30대 남자 두 분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오, 여행자셨어요?"

"아.. 네;"

"저희는 일로 해외 많이 다녔거든요. 그럴때마다 자유롭게 다니는 여행자들이 부럽더라고요"


내 한 때 꿈은 비지니스로 해외에서 일하는 모습이었다.

"아니에요. 일하면서 해외 체류하는게 훨 좋죠. 한 때 제 로망이었는데!"


그렇게 잠시 담소를 나누었다.


여행다니면서 본 주로 해외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엔지니어였다. 특히 삼성이 많았다. 글로벌 대기업은 해외 주재관 포지션이 있어서 그런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2

내가 좋아하는 작가 최갑수님은 사람들로부터 '여행작가 부럽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하지만 본인은 '일'로 여행 나가는 걸 싫어한다고 한다. 정작 불안정한 프리랜서보다 안정적인 직장인이 부럽다며. 그럼에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가슴벅차오르는 순간들이 있기에 자기의 일을 사랑한다고 한다.


그래, 다들 나름의 고충이 있지.


어떤 사람들은 종종 나를 부러워한다.

"와~ 1년 일하고 1년 여행다니고 하고 싶은것들 하고 자유로우시네요."

"아, 네...ㅎ"


속으로는 이런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당신은 모르는 게 있어요. 나는 3*이 되도록 통장에 돈도 별로 없고, 싱글에다 안정적이지 못한 일자리를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죠. 자유롭기 위해 이런 댓가를 치를 수 있나요?'

나에겐 이 댓가들이 별게 아니다. 결국 우리는 보여지는 모습을 보며 부러워한다.


3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을까? 선택할 수 있다면 스티브 맥커리처럼 살아보고 싶다. 그런데 부러워한다는 건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의미이고, 그 대상은 유사한 환경이나 조건이어야 한다. 축구선수 이강인이 손흥민처럼 되고 싶다는 건 합리적이나 빌게이츠처럼 되고 싶다는 건 환경,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말이 안 된다.


스티브 맥커리와 나는 국적,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유사한 조건이 아니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지니포토'처럼 해외 포토그래퍼 활동을 하는 분도 있는데 일면 내가 원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고객을 상대하는 '일'을 원치 않는다.


나는 일반과 조금은 다른 감정과 생각, 가치관을 갖고 있다. 누구나 고유한 독자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결국 남과 비교할 수 없으며 따라서 부러워할 대상도 없다.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4

삶은 각자의 트렉을 나아가는 길이다. 어떤 사람은 수영의 트렉, 높이 뛰기, 쇼트 트랙... 다양한 각자의 트렉이 있다. 옆의 잘나가는 선수의 트렉을 보며 부러워 할 필요 없이 자기의 주어진 길을 나아가면 된다.


비교 대상은 오직 '나'일뿐.


'작가가 되고 싶다면 매일 글을 쓰고 있는가? 아니면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글은 안쓰고 밤이 되어 술 한잔 하고 있는가?'


아.. 오늘도 스스로 뼈를 때리고 반성한다.

메니다 골목의 아침. 페스, 모로코.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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