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1 07
바람의 향기가 바뀌었다.
그 바람이 품은 향기는 겨울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달달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 달달함과는 별개로 학교의 3월은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새로 오는 1학년들 때문이다.
모든 학교가 그러겠지만 푸른꿈고등학교도 올해 고등학생이되는 청소년들을 어떻게 환대할 것인지, 어떻게 고등학교에 잘 적응하게 할 것인지 겨우내 준비했고, 그들이 가지는 낯섦과 두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준비를 아무리 한들, 이제 막 중학교를 벗어난 아이들의 마음은 3월 내 힘들고, 그 힘듦을 이기기 위한 노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화학반응은 다양하다. 합성(화합)하기도하고, 분해되기도 하고, 교환되기도하고, 산화되기도, 환원되기도하고, 중화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청소년기 특히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옮겨올 때의 화학반응은 학교현장에서 경험해 보지 않으면 그 다양한 반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쩔쩔 맬 수 밖에 없다. 특히나 화학반응 중 폭발(연소의 한 형태)반응이 일어나면 모두가 최대로 긴장한다. 화학적으로 말하면 폭발은 발열과 발광을 수반하는 산화반응이고 폭발은 그 반응이 급격히 진행하여 빛을 발하는 것 외에 폭발음과 충격압력을 내며 순간적으로 반응이 완료되는 것이다. 그러니 폭발이 일어나는 주변에 있으면 다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대학에서 교수로의 시간이 길었고, 고등학교의 이러한 봄은 네 번째라 여전히 나는 이런 분위기를 다루는 데 초보자다. 그래서 나의 마음과 몸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진화(鎭火)하기 위해 경직에 가까운 긴장 속에서 보냈다.
올 3월 푸른꿈고에도 크고 작은 연소반응이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 하나 없이 지냈다. 다행히 3월 말 화학반응은 끝나가고 상태는 안정화에 접어들었다.
나의 이 경직에 가까운 긴장을 풀어준 것이 있으니, 바로 봄꽃들이었다.
복수초, 매화, 산수유, 개나리, 목련, 진달래 등 사랑을 듬뿍 받는 꽃들도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었지만, 그중 내 마음을 가장 어루만져 준 것은 사람 발길을 피해 여기저기 피어난 ‘봄까치꽃’이었다.
‘봄까치꽃’ 참으로 이쁜 이름이지 않은가.
봄까치꽃은 이른 봄에 흔히 보는 풀꽃 중 하나다. 새끼손톱 크기의 옅은 하늘색 꽃이 땅바닥에 쫙 깔리다시피 피어난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꽃인 줄도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이 꽃은 '큰개불알꽃'으로 불렸다. 처음 이 이름을 들었을 때 꽃과 연결되지 않는 이상함이 있어 정말인지 의심스러웠다. 큰개불알이라는 이름은 일제 강점기에 '마키노'라는 이름의 일본인 식물학자가 붙인 것이다. 큰개불알꽃의 열매가 '개의 음낭'을 닮았다 해서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고 한다. 마키노는 '일본 식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상한 이름은 국내 야생화 동호회를 중심으로 우리 들꽃에 순수한 우리말 이름을 지어주자는 운동이 일어나면서 ‘봄까치꽃’으로 바뀌었다. 봄까치꽃에는 '봄소식을 알려주는 전령사'라는 뜻이 담겨 있다. 봄까치꽃의 꽃말은 '기쁜소식'이다.
흔하지만 가던 길을 멈추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 예쁨이 보이지 않는 봄까치꽃처럼, 화학반응을 순간순간 일으키는 우리 학생들도 화학반응 너머로 가까이 다가서기 전까지는 그 아이들의 예쁨이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 보라, 근처만 가도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아이를 어떻게 찬찬히 살펴볼 수 있겠는가.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 아이 고유한 아름다움이 가득 보인다. 마치 정신없이 바쁜 일 속에서는 지천으로 피어난 봄까치꽃을 보지 못하지만, 천천히 걷다 보면 ‘어머!’ 하며 만나게 되는 봄꽃처럼, 우리 아이들은 그런 존재이다.
화학반응은 이제 사그라들어 가고 있으니, 긴장을 풀고 조금은 여유롭게, 이른 봄에서 초여름까지 피는 봄까치꽃을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4월이 시작된다.
발아래 작은 꽃도, 낯섦을 이기고 있는 아이들도 자세히 보자.
3월 말, 마당 가득 피어난 봄까치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