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H Green Oct 07. 2024

학교, 뭐든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의 공간

2024.06.03.

매주 월요일 오전이면 부장 교사들과 교감 그리고 행정실장과 함께, 대부분의 학교가 그러하듯 회의를 한다. 일주일의 계획을 공유하고 중요한 사안들을 나누는 대략 1시간 이내의 회의이다. 얼마 전 부장 회의에서 ‘학생들의 기숙사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심각하게 나왔다. 남학생 기숙사의 방 청소가 안 되어 청결이 엉망인 것과 이를 고칠 생활교육이 어떻게든 필요하다는 것이 교감과 부장 교사들의 의견이었다.


듣고 있던 나로선 여러 생각과 감정이 교차하였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기숙사 공간에 대해서 청소와 정리 정돈까지 가르쳐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과 만약 가르쳐야 하면 어떠한 방법으로 가르쳐야 하느냐는 생각까지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10대 청소년들의 기숙사 방은 생각보다 깨끗하지 않다. 방바닥 가득 물건으로 어지럽고, 옷가지는 빨랫감인지 빨아놓은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모양으로 널브러져 있다.


10대 자녀를 키워본 부모들은 익히 안다. 자녀들의 방의 상태 때문에 많은 감정대립이 발생한다는 것을. 사랑하는 자신의 자녀도 가르치기 어려운 생활 습관을 교사들이 고칠 수 있다는 그 호기로운 푸른꿈고등학교 교사들의 생각이 나로선 놀라울 따름이었다.


기숙사 방에 대한 생활 태도까지 교사가 가르쳐야 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 나로선 학교 교육에 대해 법이 정한 바를 살펴보았다. 만약 법에서 개인공간에 대한 청결과 정리 정돈 등 기본생활 태도를 가르쳐야 한다면 교장으로서 그 법에 기준하여 학생 지도가 필요하므로 관련법들을 되짚어 찾아보았다.


우선 교육기본법에서의 학교 교육에 대해서는 제9조에 나와 있다.


제9조(학교 교육) ① 유아교육ㆍ초등교육ㆍ중등교육 및 고등교육을 하기 위하여 학교를 둔다

② 학교는 공공성을 가지며, 학생의 교육 외에 학술 및 문화적 전통의 유지ㆍ발전과 주민의 평생교육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③ 학교 교육은 학생의 창의력 계발 및 인성(人性) 함양을 포함한 전인적(全人的) 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④ 학교의 종류와 학교의 설립ㆍ경영 등 학교 교육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



그리고 초·중등교육법에서의 교사와 학교 교육에 대한 부분도 살펴보았다. 제20조 교직원의 임무의 제4항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고 되어 있고 제20조의2에 교원의 학생생활지도가 정의되어 있다. 여기에도 필요한 경우에는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좀 더 자세한 것을 살펴보기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살펴보았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0조의 3 학생생활지도는 다음과 같다.


제40조의3(학생생활지도) ① 학교의 장과 교원은 법 제20조의2에 따라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분야와 관련하여 조언, 상담, 주의, 훈육ㆍ훈계 등의 방법으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 이 경우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1. 학업 및 진로

2. 보건 및 안전

3. 인성 및 대인관계

4. 그 밖에 학생생활과 관련되는 분야

② 교육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지도의 범위, 방식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하여 고시한다.



그리고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제2조에는 “4. "학생생활지도"란 학교의 장과 교원이 교육활동 과정에서 학생의 일상적인 생활 전반에 관여하는 지도 행위(이하 "생활지도"라 한다)를 말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제2장 생활지도의 범위의 제5조에서부터 제8조에는 좀 더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기숙사 생활지도는 법에 따른 것이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기숙사 생활지도는 학교의 규칙이나 학교 내의 규정에 따라서 지도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니 푸른꿈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에 대한 지도는 기숙사 사감의 영역이었다. 그런데도 왜 부장 회의에서 기숙사 내 청결과 정리 정돈이 교사들이 개입해야 하는 문제로 논의되었을까?


물론 푸른꿈고등학교라는 그간의 학교문화와 연관된 영역 안에 기숙사 생활 태도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푸른꿈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교장인 나는 교사들이 가지는 이러한 태도에 대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내가 느끼기엔 중등학교 교사들은 가르침에 대한 강박감이 너무 강한 것 같다는 것이 대학에 오랜 시간 있다 온 나의 느낌이다.


대학에서는 기숙사 방 공간은 사적 영역이기에 그 공간이 어떠한 상태이든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다만 기숙사 운영을 위해 출입에 대해 관리를 할 뿐이고, 학기가 끝날 때 개인 물건을 모두 치워야 하고 그때만 청소가 되면 그만이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달랐다. 기숙사 방도 사적 영역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생활 태도를 가르쳐야 한다는 명목으로 언제든 교사가 개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학교, 뭐든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의 공간으로 느껴지는 것은 교사들이 10대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선과 맞닿아 있다. 어른들이 가르치지 않으면 청소년은 올바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그 시선.


내 생각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 엉망인 생활 태도는 교사들이 가르쳐야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교장인 나는 그 가르치려 드는 그 태도에서 교사들의 가르침의 강박감이 느껴진다. 이런 느낌이 드는 내가 이상한 것인가?

작가의 이전글 ‘봄까치꽃’을 아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