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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라무 Jan 10. 2017

[패신저스] 개운치 않은 우주 로맨스

인간의 외로움에서 발현된 서스펜스

*이 글은 스포일러가 많이 담겨 있으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패신저스>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포스터나 예고편으로 가질 수 있었던 기대감과는 사뭇 다른 낯섦 때문이겠죠. SF영화의 웅장하고 광활한 분위기를 기대한 관객은 실망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 영화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멜로 영화에 가깝습니다. 찝찝한 로맨스라는 말이 정확할 것 같네요.


탁월한 심리 묘사

대부분의 공간적 배경이 우주선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기대 요소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오히려 조금 풍족한 삶을 누리는 <캐스트 어웨이>에 가깝죠. 그럼에도 선체에서 나와 우주를 처음 마주하는 승객의 모습을 비롯하여 일부 인상적인 요소는 존재합니다. <패신저스>는 물론이고,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반드시 ATMOS 포맷으로 보는 걸 추천합니다. 일반관에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공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는 먼저 깨어난 짐의 심리 상태에 초점을 둡니다. 그가 홀로 살아가던 1년간의 모습을 조명해보며, 우주라는 드넓은 공간 속에 홀로 남겨진 고독에 집중하죠. 그리고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까지 그의 외로움이라는 심리에 집중하여 영화를 이끌어 갑니다. 이러한 짐이 오로라를 강제로 깨우는 선택 때문에 관객들의 호불호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대다수의 오로라라는 캐릭터에 몰입한 관객은, 짐의 행동은 살인과도 같다는 것에 동의하죠. 저도 짐의 선택이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행동 자체만으로 영화를 판단하기엔 너무 이르다 생각이 되네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오로라가 깨어난 후에 영화는 급격히 로맨스물로 바뀌어 갑니다. 오로라에겐 짐이 직접 동면기를 열었다는 것을 숨긴 채로요.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이미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오로라가 사실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인한 서스펜스를 느끼게 됩니다. 때문에 두 주인공의 러브스토리에 우리가 오롯이 공감하고 따라갈 수 없는 탓이죠. 개인적으론 로맨스적 요소보다는 스릴러적 요소의 활용이 더 돋보였습니다.


이러한 개인의 심리상태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변주합니다. 안드로이드 로봇인 아서의 말실수로 인해 오로라가 비밀을 알게 됩니다. 그때부터 이어지는 오로라가 느끼는 모멸감과 분노, 혼돈 여러 감정들이 섞인 심리 변화가 압권입니다. 당장 눈 앞에서 짐이 사라졌으면 좋겠지만, 광활한 우주에서 홀로 남기는 무섭고 두려운 감정 묘사가 좋았습니다. 이러한 심리묘사는 아무래도 연출의 힘보다는 배우의 연기가 더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전반부에 비해 아쉬운 스토리

중반부가 지나가던 시점에서 극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뀝니다. 승무원인 거스가 깨어난 이후 극의 흐름이 변질되기 시작합니다. 기존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오로지 생존에만 초점을 둔 재난영화로 바뀝니다. 이후에 벌어지는 둘의 관계도 전형적인 러브스토리의 갈등 해소 후 해피엔딩과 별 다를 바가 없구요. 전반부에 쌓아놓은 공든 탑을 허물고, 바람이 불면 사라질 듯한 모래성을 지은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짐과 우주선에서 살아가기로 한 오로라의 선택에 당위성은 있다고 봅니다. 우주선에 탄 승객들은 120년 후의 불확실한 미래를 찾아 떠납니다. 그리고 오로라가 분노하는 것은 자신의 미래의 삶을 빼앗겼기 때문이죠. 어쩌면 자신이 미래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지금과 같은 행복을 느낄 수 없었을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다시 우주선에 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일 수도 있구요. 오로라는 불확실한 미래의 삶보다는 현재의 삶에 충실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결과론적인 얘기지만요.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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