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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라무 Feb 22. 2017

[매기스 플랜] 생긴대로 흘러가는 우리 인생

과연 내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갈 수 있을까


<매기스 플랜>은 우리가 예상 가능한 달달한 로맨스 영화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코미디 영화에 가깝죠. 그럼에도 이 영화에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이 영화를 통해서 어쩌면 자신을 비춰볼 수도, 혹은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계획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아이는 갖고 싶지만 결혼은 원치 않은 매기의 계획으로부터 비롯되죠. 하지만 어제나 그렇듯, 모든 계획에는 변수가 존재합니다. 매기의 첫 번째 계획에서의 변수는 존이었고, 두 번째 계획의 변수는 조젯이었고, 세 번째 계획의 변수는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자신이 세운 인생의 계획이, 곧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한 매기의 착오였죠. 결국 인생이라는 건 흘러가는 대로입니다. 4살 배기 꼬마의 말처럼 계획대로 되지 않은 지나간 인생의 한 페이지는 잊어버리면 되는 겁니다.


여러 이유로 영화 속 캐릭터들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매기와 존, 조젯은 다를지언정 틀리지는 않았거든요. 우선 매기는 계획적인 여자입니다. 그러나 항상 자신의 탓으로 계획이 틀어지게 되죠. 그렇다고 그녀가 벌여놓은 일들이 악의적인 행동은 아닙니다. 존은 비겁한 남자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변명만 늘어놓기 일수죠. 그럼에도 그의 행동에 어느 정도는 설득되는 건, 조젯으로 인해 자신의 자유와 열정이 깎이고 깎여 이제 없어질 지경이었다는 것이죠. 조젯은 자아도취형 인간입니다. 자신에게 있어서는 한없이 관대하나, 타인을 돌보는 데에 있어서는 엄격하죠. 그렇다고 그녀가 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해 선 안 되는 일을 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세 캐릭터는 공통점이 아주 많습니다. 첫째로는 모두 자존감이 높다는 것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의 어쩌면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관계가 가능한 것이고요. 두 번째로는 모두 모순적인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세 주인공 모두 공통적으로 지성을 표방하나 비논리적인 상황이 많습니다. 우선 매기는 앞서 언급했듯이, 본인의 계획을 중요시하나 결국엔 운명에 이끌려갑니다. 존은 '처럼(like)'과 같은 비유가 언어적 콘돔이라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은 자신의 주변 인물들을 빗댄 소설을 써 내려갑니다. 조젯은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캐릭터로 묘사되나, 다른 사람의 사랑도 갈구하는 애정결핍 또한 가지고 있는 캐릭터죠. 마지막으로 이들 모두 너무나도 이상적인 삶을 원했다는 것입니다. 모든 인간관계가 자신의 이상만 좇다가는 누군가의 영역에서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이들과 대척점을 갖는 캐릭터가 토니와 펠리시아 부부 그리고 가이입니다. 토니와 펠리시아는 서로 다투고 또 사랑하면서 서로 간의 부부 사이를 이어갑니다. 자신의 이상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면서 맞춰가는 삶을 택한 것이죠.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고, 감탄할 만한 대사를 남긴 건 가이입니다. 그는 수학을 좋아하면서 왜 수학자가 되지 않았냐는 매기의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수학이 아름다워서 좋아한 거지 수학자가 되려는 건 아니야. 고작해야 작은 조각을 파고드는 건데 아무리 해도 전체를 알 수는 없잖아. 그 패배감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어. 누구든 옷깃만 스쳐도 아름다움을 느낄 거야. 난 옷깃만으로도 충분했어" 이것이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물론 제 기준으로는 옷깃만 스치는 것 이상에서 느껴질 좌절감 때문에,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그를 완전히 이해하진 못합니다. 그럼에도 그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지니는 태도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좋은 대사였습니다.



지금까지 장황하게 영화 속의 캐릭터들의 특징들을 늘어놓았습니다. 결국 제가 이 영화를 통해 느낀 건 하나로 귀결됩니다. 이 모든 것들이 개인의 삶이고 가치관이니, 우리는 인생을 생긴 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면 됩니다. 세상에 틀린 삶은 없습니다. 누군가 내 인생에 대해 간섭하는 게 싫은 것처럼, 우리도 누군가의 인생에 대해 왈가왈부해서는 안됩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건 조언이랍시고 남의 가치관을 흔드는 폭력적일 수도 있는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이 없다는 게, 저는 그게 정말로 좋았습니다.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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