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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라무 Mar 06. 2017

[그레이트 월] 중국판 월드워 Z

우리가 알던 장 이모 감독은 어디에..



단언컨대 <그레이트 월>은 장 이모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하나의 커다란 변곡점임은 분명합니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연인>이나 <영웅>에서의 아름다운 영상미가 가미된 액션이나, <홍등>, <5일의 마중>과 같은 여운이 깊은 영화를 만들어 내는 감독은 더 이상 아닙니다. 막대한 자본이 들어간 만큼 CG만큼은 예상외로 좋으나, <그레이트 월>만을 놓고 판단한다면 이제는 휘발성 짙은 그저 그런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흥행 여부와는 상관없이 말이죠.



많은 이들이 예고편을 통해 우려한 CG는 예상외로 볼 만합니다. 의외로 저는 괴물의 움직임에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겹쳐 보일 정도로 비슷했습니다. 풍등 씬이나 일부 전투씬에서 눈을 사로잡을 만한 장면들도 충분히 있습니다. 액션의 경우 화려하긴 하지만 여러 영화가 너무 많이 떠오릅니다. 특히나 마블의 슈퍼히어로인 캡틴 아메리카, 호크아이, 스파이더맨이 떠오르기도 하며, 대규모 전투에서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월드워 Z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충분히 눈요기거리는 된다만 크게 독창적이다 싶은 액션은 없습니다.


영화는 동양의 신비로운 검은 가루를 찾으러 온 멧 데이먼 일행이 곤경에 빠진 상태에서, 우연히 그레이트 월에 맞닥뜨려 그곳에 협력하여 괴물들을 상대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별거 없는 각본이지만, 어느 정도 캐릭터들의 설정에는 의미가 있어 보이긴 합니다. 편의상 중국인과 미국인으로 표현하죠. 영화 속에서 중국인들의 이미지를 키워드로 설명하자면 , 국가에 대한 충성, 신뢰, 희생을 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미국인의 경우 개인주의, 돈, 탐욕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후반부에 와서는 탐욕에 대한 자기반성이 어느 정도 엿보이는데, 영화의 시대적 배경으로 보아 약탈과 식민사회였던 과거에 대한 비판으로도 보입니다.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는 관점도 엿보이고, 여성 캐릭터도 수동적이지 않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영화가 그리 고깝게 보이지는 않네요. 중국 감독이라 오리엔탈리즘은 조금 덜 한듯하나, 여전히 미국인이 주역으로 영웅으로 묘사되는 게 도드라져 보입니다. 물론 멧 데이먼이 주연이라 그렇다 말할지도 모르지만, 상대적으로 너무나도 한 명의 서양인에게 너무나도 의지하는 모습입니다. 미국만이 세계 경찰의 역할을 하고 나라를 구해내야 한다는 우월주의는 여전합니다. 또한 좋게 말하면 서로 간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세계 1,2위의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에 대한 정치적인 의도라는 생각도 어렴풋이 들긴 합니다. 영화 자체는 각본도 평이하고 내포하는 메시지도 크게 없습니다만, 킬링 타임용으로 화려한 액션을 즐기고 싶다면 머리를 비우고 극장을 찾는 것 또한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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