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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라무 Aug 16. 2019

우리가 헤어진 진짜 이유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 강동완 [홍콩멜로] 곽민규

닮을 수 밖에 없는 두 영화다. 홍콩이라는 아름다운 도시를 배경으로, 똑같은 두명의 주연배우가 함께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두 영화의 시작점도 이별에 대한 상실감을 떨치기 위해서, 혹은 떠나간 이를 잡기 위해서 떠난 여행에서 비롯된다. 두 영화가 매력적인 건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도, 사랑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세요>    

 

화양연화가 나온다. 민규는 영화 속 대사를 똑같이 읊는다. 여자친구 예은과의 짧은 통화로 이별을 실감한 그는 대뜸 홍콩으로 떠난다. 급작스러운 여행이 순탄하게 이어지지는 않는 법. 이중으로 예약된 숙소로 인해, 민규는 시은과 낯선 동행을 하게 된다.     


이별은 극복하기 위한 여행에서 우연이 개입되어 시작되는 풋풋한 로맨스를 그리는가 싶더니, 영화는 둘 사이의 짧은 대화에서 다른 분위기로 반전된다. 본인 스스로가 양조위를 닮았다는 민규와, 주성치를 닮았다고 하는 시은. 구구절절한 긴 이야기가 아니라, 몇 마디로 이 영화의 핵심에 다다른다. 


    

술과 약간의 대화가 함께한 긴밤이 지나고 민규는 또 다시 혼자다. 민규는 어색한 걸음으로 홍콩의 길거리를 거닐다, 어느 옷가게에 들어선다. 그 곳에서 그는 양조위도 주성치도 아닌 이소룡으로 분한다. 거리에 인파들을 뒤로 하여 그는 카메라에 어색한 미소를 내뿜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남에게 보여지는 나의 모습, 남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 진짜 나의 본 모습, 여러 가지 자아의 대한 이야기를 한다. 민규는 남들에게 양조위로 비춰지기를 원했고, 예은은 민규에게 양조위를 닮았다고 맞춰주었다. 시은은 민규를 보며 주성치를 떠올렸고, 민규는 그러한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시은과의 대화때문이었는지 몰라도 다음날 민규는 이소룡을 받아들인다. 주성치가 그토록 좋아했던 이소룡으로.     


<홍콩멜로>    

 

캘리포니아 드림이 흘러나온다. <중경삼림>에 대한 기억으로, 장만옥으로 분한 시은은 홍콩을 유랑한다. 허나 미드나잇 에스컬레이터에 왔으나 양조위의 집은 없고,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는 세븐일레븐으로 변한 뒤였다. 홍콩의 풍광과 재치있는 대사에 옅은 미소를 띄고 있던 중 시은이 홍콩을 오게 된 이유, 민규를 만나게 된다.    

 

민규와의 이별에 적응하지 못했던 시은은, 서로가 좋아했던 홍콩 영화 속으로 들어와 민규를 잡으려한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기억은 기억으로만 남을 뿐, 떠나간 이를 다시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행복했던 추억을 핑계로 그의 품의 안겼지만, 그의 표정은 변함없이 얼어있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다달아서, 잊혀지지 않는 대사가 나온다. 식당에 홀로 앉아있는 시은을 비추며, 시은은 ‘골든핀치레스토랑에 장만옥은 있는데 양조위는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서로의 추억속에서 시은은 남아있지만, 민규는 이미 떠나고 없는 것이다. 홍콩의 밤거리에서 길 잃은 어린 아이처럼 꺼이꺼이 우는 시은이 처량하다.     


우리가 헤어진 진짜 이유     


멜로 영화지만 사랑이야기만 하지 않아서 좋았다.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는 민규가 자아성찰하게 되는 성장이야기를 담고 있다. <홍콩멜로>는 이제는 볼 수 없는 과거의 홍콩 영화의 르네상스에 대한 추억이 담겨 있었다. 두 영화 모두 홍콩영화에 대한 추억들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각각의 영화에서 민규와 시은이 헤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궤변이지만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서로 맞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의 민규의 여자친구인 예은은 민규가 원하는 모습을 맞춰주기가 힘들었을 것이고, <홍콩멜로>의 민규는 시은에게 너와 함께 있으면 외롭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한 쪽이 맞춰주는 연애는, 언제나 둘 중 누군가를 지치고 외롭게 만든다.     


앞으로의 민규와 시은이 중요하다.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의 민규는 점점 더 이소룡에 적응해가며 예은을 잊어갈 것이다. <홍콩멜로>의 시은도 없어진 반쪽에 대한 상실감에 오랫동안 슬퍼하겠지만, 새롭게 만나게 될 양조위 혹은 여명이나 장국영을 만나서 행복하지 않을까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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